살뜰하고 귀엽게, “옹심이 같은 이웃 사람”(「팥알만큼이나 팥알만큼이나」)을 떠올리고 ‘인심’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자갈자갈하며 달그락거리는 이 영혼들의 시편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이든 할 수 없을 것 같나. 다만 느낄 수 있다면 좋을까. 이 기척과 기미와 서서히 스며드는 선한 기운 혹은 알맞은 근육과 뼈 같은, 수런거림의 시를. 그 시 속에 참 많이 구불거리며 펼쳐져 있는 시간들을. 손유미의 시는 시간을 하나하나 여실히 보여준다. 그것이 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읽는 누군가는 “잘 씻은 청포도알처럼 이마가 깨끗해”(「모두 모여 태양 모양」)지기도 할까. 시간을 잘 살아내는 시를 어쩌면 ‘긍지’라고 여겨도 좋을까. “내 고요가 이렇게 약할 리 없다”(「고양이 담벼락」)라고 쓰는 어떤 ‘우뚝’ 같은 시. 그의 시에는 외따롭고 단단한, 용기의 리듬이 있다. 그 리듬은 주위를 잘 살피면서 흐른다. 그 흐름 속에서 어느 순간마다 나는 시를 읽었는데, 마침 잘 때가 되어 “움직임의 서랍”과 “움직임의 기쁨”(「수면 장소」)인 잠을 자면서는 꿈을 꾸기도 하고 꿈 없이 일어나기도 하며, 생활했다. 그것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