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서문 장강명
차무진 그 봄의 조문 작가의 말 | 우리는 한 번 마음에 담았던 사람을 장강명 신탁의 마이크 작가의 말 | 초상, 오해, 뒤늦게 김현진 오만과 판권 작가의 말 | 완벽한 삼각형 최유안 모두의 진심 작가의 말 | 흔적을 더듬는 시간 조영주 홍대 앞집엔, 그녀가 산다 작가의 말 | 나비는 세 가지 모습으로 소 향 달의 열두 초 작가의 말 | 보름은 잠시, 달은 계속 주원규 특약 사항 작가의 말 | 듣는 사람, 정아은 정명섭 돌을 던지다 작가의 말 | 어둠 그리고 빛 김하율 당신이라는 이야기 작가의 말 | 슬픔의 표지석 |
장강명의 다른 상품
김하율의 다른 상품
김현진의 다른 상품
소향의 다른 상품
정명섭의 다른 상품
조영주의 다른 상품
주원규의 다른 상품
차영훈, 라임라이트
차무진의 다른 상품
최유안의 다른 상품
|
생전에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소설,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 한참이나 울었어요.” 그는 책을 덮어도 사찰에 버려진 두 아이가 자꾸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두 아이를 거두어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두 아들이 투영되어 밤잠을 못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차무진에게 소설 속 두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 속 두 아이가 행복해지면 자신의 두 아이도 마찬가지로 행복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차분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하고 반년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 p.29 「차무진, 그 봄의 조문」 중에서 1부가 암 환자, 2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인 저, 3부가 지체장애인이에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이 아니라 불행 배틀 같아요. 어쩌다 라인업이 이렇게 됐을까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누가 물어보면 저도 고통이 승화된 유머가 진짜 유머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공연자와 관객이 눈물 섞인 웃음을 나누는 자리다, 그렇게 웃음으로써 함께 상처를 달래고 고통을 덜어낸다, 그런 헛소리를 하죠. 근데 속으로는 솔직히 그렇게 생각 안 해. 상처를 달래긴 뭘 달래요. 여러분이 많이 웃으면 내 전세 보증금이 돌아와? --- p.49 「장강명, 신탁의 마이크」 중에서 “막아야 되는 어음이 매달 있어서 간이 마르는 우리 같은 출판사는 그런 사람들의 판권을 꽉 붙잡아야 살아남을 수가 있다고요! 그런 젊고 매력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분명히 2차 판권도 팔려서 OTT로 영상화도 될 거예요! 어떻게 해서든 얼굴도장을 찍어서 꼭 판권을 확보해야 한다고요. 아아, 사장님은 2차 판권으로 떼돈 번 출판사가 요즘 얼마나 많은데 그럴싸한 저자를 데려올 생각은 하나도 없고, 리지 주임은 저 양반이랑 무슨 인문학 책을 만드네, 정아은 작가 유고집을 만드네…… 돈 안 되는 것들만…… 부녀가 똑같다니까! 아, 속상해라!” --- pp.93-94 「김현진, 오만과 판권」 중에서 진지하거나 모난 마음이 아니었지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미국에서 자라고 미국 교육을 받았고 지금도 방학이면 미국으로 가버리는 한국인은 어떤 방식으로 투표를 할까. 너는 뭘 기준으로 선거를 해? 진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말했다. 먹거나 말하는 동안 진아의 입술은 닫힌 적이 없었다. 동굴 같은 진아의 입이 이윽고 소리를 냈다. 1번이요. 1번? 네. 잘했으니까 1번 후보가 됐겠죠 --- pp.199-200 「최유안, 모두의 진심」 중에서 “왜죠?” “네?” “왜 저는 안 되고 다른 사람은 되죠? 왜냐고요?” “당신은 혈액형이 다르니까요.” “그게 왜 문제가 되는데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혈액형이 다르니까.” 그녀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혈액형이 오형이에요. 나는 그 남자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그래서 오형 남자들과 자고 있어요.” --- p.143 「조영주, 홍대 앞집엔, 그녀가 산다」 중에서 “포그혼에서 뭐가 들리나요?” 윤해가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정류는 더 묻지 않았다. 어떤 질문은 조금 늦게 물어야 답이 더 오래 열려 있다는 걸 그는 기계 옆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 “처음엔 우연이었어요. 3년 전, 항로표지 음향조사팀으로 이 섬에 왔는데 포그혼을 닦다보니 그 사람의 마지막 숨이 금속에 붙어 있더라고요.” 윤해가 난간을 두 번, 아주 가볍게 두드렸다. “그 사람을 외롭게 만든 게 너무 미안했거든요. 그래서 자꾸 귀를 더 댔고, 그러다 다른 사람들의 마지막 목소리도 듣게 되었어요. 사라진 사람들의……” --- pp.257-258 「소향, 달의 열두 초」 중에서 말씀해주세요. 우리 부부를 감시하거나 몰래 지켜본 겁니까? 일종의 그거 뭐야, 관음증 같은 겁니까? 남자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전화를 끊지도 않았다. 분명 나를, 우리가 사는 아파트를 지켜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음험한 목소리의 남자는 내가 100호 크기의 전두환 사진을 다시 거실, 그 서른 평 아파트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어놓기 전에는 전화를 끊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 pp.167-168 「주원규, 특약 사항」 중에서 화사하게 핀 코스모스 사이를 뚫고 논으로 날아간 돌을 본 준섭이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야! 이따가 대통령이 지나갈 때 돌을 던질까?”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아영이었다. 눈을 크게 뜬 아영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돌을 던지자고?” “그래, 혼쭐을 내줘야지. 나쁜 사람이니까.” 상수는 안경 안쪽의 눈을 말없이 깜빡거렸고, 관국이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눈치였다. --- p.225 「정명섭, 돌을 던지다」 중에서 - 그런데 다시 태어나도 작가로 살 거예요? 검은 옷의 말에 B-47859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처럼.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 지나가고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프고 슬펐던 순간들과 화가 나고 모멸적인 일들이, 기쁘고 설렜던 감정들과 어우러져 눈앞에서 묘하게 하모니를 이루었다. 그 색감은 마치 오로라처럼 감미로웠다. 그건 약간 서글프면서도 감동적인 느낌을 주었다. --- p.308 「김하율, 당신이라는 이야기」 중에서 |
|
아홉 작가, 아홉 색깔로 복원한 한 사람의 세계
고인의 부재와 그의 ‘끝나지 않은’ 문학적 유산을 받아들이는 작업 “사람은 가도 사랑하는 마음은 남는다. 영원히.” _정아은,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중에서 2013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정아은 작가는 생전에 공저 포함 일곱 권의 소설과 다섯 권의 논픽션/에세이를 썼다. “교육 현장, 외모 지상주의, 노동의 소외, 대중의 광기, 지식인의 위선 등 당대 첨예한 현실”을 소재로 삼았다.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우리가 사는 현실의 문제들에 진지하게 천착해온 그의 작업의 동력은, 많은 이들이 증언하듯 타자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는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사고를 발전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집단의 분위기에 자기가 해야 할 판단을 맡기지 않는 사람,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장강명)이었다. 선후배 동료 작가들의 작품에 말과 글로 관심과 애정을 표했고, 타인과 세상 만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작품에 녹여냈다. 이 추모소설집 《엔딩은 있는가요》는 소설가들이 소설을 통해 고인을 기리며 그의 ‘끝나지 않은’ 문학적 유산을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정아은 작가와 작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을 소설화한 애도의 새로운 방식 “고립된 애도가 공유된 애도로 건너서는 순간, 사람은 서로를 지탱한다.” _소향,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소설집에는 아홉 작가가 쓴 각각 아홉 편의 단편과 산문(작가의 말)이 실려 있다. 이 소설집의 기획자인 장강명 작가의 제안으로, 단편소설은 정아은 작가와 그의 작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작가의 말’은 왜 그 소재가 떠올랐는지를 중심으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다. 소설가들이 무엇보다 소설을 통해 고인과 그의 문학을 기리는 방식은 각별하다. 작가 정아은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과 사회적인 이미지를 소설 속에 불러내는 것은 물론, 그가 남긴 작품들의 의미를 새로이 해석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문학적 유산을 이어받는다. 추모와 애도, 깊은 슬픔의 정서가 낮게 깔리는 가운데, 냉철한 자기 성찰과 신랄한 사회 비판, 기존 질서에 대한 유머러스한 패러디 등으로 작품마다 고유의 색깔을 드러낸다. 차무진, 〈그 봄의 조문〉 차무진 작가는 생전에 정아은 작가가 아끼던 차 작가의 단편 〈그 봄〉(《아폴론 저축은행》)을 두고 고인과 주고받은 대화를 소설을 통해 기렸다. 실제로 고인의 빈소에 방문했던 차 작가가 당시 장례식장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단편 〈그 봄〉의 어린 두 주인공이 빈소에서 고인과 조우하며 소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차무진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묵직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정서가 깊은 슬픔과 어우러진다. 장강명, 〈신탁의 마이크〉 장강명 작가는 《잠실동 사람들》에서 정아은 작가가 천착한 부동산 문제를 소재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취재했다. 새로운 형식의 소설 실험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장강명 작가는 이번 작품으로 르포르타주 문학에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형식을 입혔다. 작가의 특기인 팩트와 취재를 기반으로 전세사기 중에서도 드물고 까다로운 종류인 ‘신탁사기’를 치밀하게 파헤친다. 생생한 현장감과 생동감, 신랄한 현실 비판과 풍자가 장강명답다. 김현진, 〈오만과 판권〉 김현진 작가는 생전에 정아은 작가가 가장 사랑한 작품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하며 고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했다. 《오만과 편견》의 핵심 플롯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현재 한국 출판계를 배경으로 ‘웃픈’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코인으로 ‘떡상’한 ‘더비셔 인베스트먼트’의 숨은 실세이자 오만한 주인공 피츠윌리엄 윤은 결국 정아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다. ‘작가의 말’에는 동국대 석좌교수 라종일 교수와 김현진 작가가 고인을 기억하며 나눈 편지가 실렸다. 조영주, 〈홍대 앞집엔, 그녀가 산다〉 조영주 작가는 정아은 자가가 참여하려 했으나 미완으로 남은 마지막 앤솔러지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의 주제로 소설을 썼다. 홍대 앞 플리마켓에서 귀걸이를 파는 여자에게서 여자친구에게 줄 나비 귀걸이를 산 남자는 이후로 그녀를 기억에서 떨칠 수가 없다. O형 남자의 아이를 갖고 싶은 여자와, 그녀에게 집착하는 남자의 난센스 같은 ‘금지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원규, 〈특약 사항〉 주원규 작가는 정아은 작가의 대표 장편 《잠실동 사람들》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논픽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엮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문학세계를 펼쳐냈다. 정작 그 본질보다 형식과 의식(儀式)에 의미를 부여하는 아내는 신혼집으로 잠실동을 고집한다. 남편은 ‘영끌’로 잠실동의 28년 된 낡은 아파트를 급매하는데, 이 급매 아파트 계약에 붙은 기이한 ‘특약 사항’이 부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최유안, 〈모두의 진심〉 최유안 작가는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책의 제목에 손을 닿고 싶지 않아서” 독서를 미뤄두었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마침내 읽으며 소설을 구상했다. ‘VIP를 모시는’ 공무원,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목사 남편을 둔 미국 유학생 등의 생활 풍경을 평범한 대학원생이자 프리랜서 번역가의 시선으로 담담한 필치로 그린다. 소설은 차차 일상의 계급 차와 정치적 분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정명섭, 〈돌을 던지다〉 정명섭 작가 역시 방대한 자료와 취재를 바탕으로 완성한 고인의 저작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에 존경을 표하며 작품을 썼다. 1982년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동원된다. 반별로 선생님을 따라 학교에서 김포공항까지 몇 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주인공 준섭과 친구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이야기는 80년대 초반 작가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기반으로 했다. 소향, 〈달의 열두 초〉 소향 작가는 고인과 처음, 그리고 마지막 만난 날 떠 있던 ‘달’을, 보이지 않지만 곁에 존재하는 사람의 상징으로 차용했다. 먼바다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마지막 소리를 듣는 능력을 가진 여자 윤해와, 외딴섬의 등대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기술자 정류가 그의 죽은 동생의 마지막 소리를 듣기 위해 보름달이 뜨는 날 만난다. 바다 냄새가 코끝에 느껴지는 듯한, 소향 작가 특유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SF 소설이다. 김하율, 〈당신이라는 이야기〉 김하율 작가는 정아은 작가의 에세이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액자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50대 중반의 평범한 남자와 유난히 하얀 피부에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지하철에 나란히 앉아 마치 《천일야화》 속 주인공들처럼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침내 두 남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전개가 놀라움을 자아낸다. 각각의 소설들은 모자이크처럼 고인의 작품세계 전체를 가늠하게 해주는 동시에, 저마다의 개성으로 소설적 재미와 완성도를 확보한다. 추모소설집으로서는 물론 독립적인 작품들로서도 손색이 없다. 아홉 명의 소설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인을 애도한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애도는 공유된다. 이것이 이 추모소설집의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고립된 애도가 공유된 애도로 건너서는 그 순간, 사람은 서로를 지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