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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보험 : 당신의 죄를 지켜드립니다 - 정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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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고백했으니까 일탈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풍조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이거예요. 이 시스템은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게 해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계속 고백을 해야 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아요. 처음 폭로 보험이 나왔을 때는 이전의 잘못을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안전장치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모두 과거에 갇혀버린 꼴이잖아요.”
(중략) 대화가 점점 폭로 보험 쪽으로 흘러갔다. 그러다가 결국 기계적인 헛기침을 한 이현우가 말했다. “이제 우리 서로 고백할까요?”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던 한서윤 역시 심호흡을 했다. “1단계 맞죠?” ---「정명섭, 폭로 보험 - 당신의 죄를 지켜드립니다」중에서 순간, 그는 다시 자기 손을 보았다.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도 가끔, 그 냄새는 그를 매우 불쾌하게 했다. 손을 잘라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지금 소속사로 옮긴 후에도, 무대에서 수많은 관객이 자신에게 환호할 때도 가끔 그 냄새가 놀랄 정도로 짙게 났다. “아니야, 아니야, 그런 짓을 또 할 수는 없어!” 그는 머리를 긁었다. “아니야, 걸림돌을 제거하는 거라고! 어차피 삶은 전쟁이야! 진다면 살아남을 수 없어! 한 번 한 거, 두 번은 못 할까?” 누가 보면 연기 연습하는 줄 알 정도로, 그의 머릿속에서 두 개의 인격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 그의 머릿속에서 저울추는 결국 한쪽으로 기울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보기로. ---「조동신, 살(殺)투」중에서 “저 새끼 분명 나중에 사고 쳐서 방송에 나온다. 나와.” 말이 씨가 된다고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더욱 궁금해졌다. 그에게 쓰인 혐의가 혹은 그거 저지른 범죄사실이. “오시느라 힘드셨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회의실로 이동하시고 그다음에 스튜디오로 이동하시겠습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빨간불만 잘 보시고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출입증을 목에 걸고 파란색 니트에 검은색 청바지를 입은 여자가 미주에게 방문 출입증을 건네며 말했다. 미주는 막상 출연한다고 생각하니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꼭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박밤근은 마주가 일하며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유형의 사람인 데다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매운 떡볶이로 풀어 위궤양까지 생기기도 했다. 그 덕분에 미주는 여전히 매운 음식과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자, 그럼, 여기서 질문을 몇 가지 질문을 드리도록 할게요. 이걸 토대로 대본을 만들 겁니다. 박밤근 씨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시죠?” “그러니까 말이죠…….” 그렇게 미주는 뭐에 홀린 듯 과거로 돌아가 기억 저편을 헤집기 시작했다. ---「최하나, 보람어학원」중에서 은혜의 휴대폰이 교탁 안에서 짧게 울렸다. 우우웅. 휴대폰을 끄기 위해 은혜는 교탁 안으로 머리를 숙였다. 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메시지가 어두운 교탁 안에서 빛났다. [나는 계속 이럴 거야. 우리 같이 편안해지자, 은혜야. 응?] 은혜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서서는 숨을 들이켰다. 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선생님 휴대폰이 수업 중에 울리면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른 것인가요?” 은혜가 질문한 학생을 향해 입을 열려던 순간, 또 우우웅, 진동이 울려왔다. 은혜는 다급히 휴대폰을 껐다. 하지만 휴대폰이 꺼지기 전에 미리 보기로 뜬 내용을 읽고 말았다. [오늘 교문 앞에서 해도 돼. 학교 앞에서 사람들에게 외치면 얼마나 편해?] “미안하다. 휴대폰 꺼 두는 걸 잊었네.” 은혜의 목이 잠시 메었다. “이런 경우에 왕수인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르면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라고 했어.” 은혜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분필을 쥔 손에 땀이 배어 있었다. 누군가 킥킥거렸다. 은혜는 웃음의 출처를 찾지 못했다. 그 웃음이 두 개, 네 개,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그 사이사이마다 자신이 본 댓글들이 구석구석 끼워져서 읽혔다. 등 뒤에서 또 찌직, 피부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정여랑, 스승의 날」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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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보험」(정명섭)
폭로 보험이 일상이 된 사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보험에 들면, 폭로를 당했을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소개팅에서 고백서를 교환하는 것이 에티켓이 된 시대를 배경으로, 세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소개팅을 앞두고 고백 컨설턴트에게 조언을 구하는 직장인 한서윤, 과거가 폭로되어 하루아침에 직장과 가정을 잃는 박민우, 전과 탓에 폭로 보험조차 들 수 없어 막다른 삶을 사는 임정혁. 죄를 관리할 수 있다면, 침묵한 사람들은 정말 안전할까. 폭로가 산업이 된 세상을 블랙코미디적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 「살(殺)투」(조동신) 미투·폭투·빚투의 시대, 새로운 단어가 등장한다. '살투'. 과거의 살인을 고백하는 것. 한국 발라드계의 왕자로 불리는 가수 황지혁에게 옛 동료들이 찾아온다. 3년 전, 셋이 함께 묻어두었던 어느 여중생의 죽음. 협박과 살인, 그리고 그를 뒤쫓는 탐정과 피해자의 언니. 스타의 화려한 삶 이면에 켜켜이 쌓인 죄악을 추적하는 범죄 미스터리. 「보람어학원」(최하나) 미스터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미주는 어느 날 TV 화면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다. 박밤근. 5개월 전까지 함께 일하던 보람어학원의 교수부장이다. 그에 대한 취재 요청을 받으며, 미주는 자신이 직접 목격하고도 끝내 말하지 못했던 날들을 되짚는다. 알고도 침묵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폭로하지 못한 자의 죄책감과 폭로의 무게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 「스승의 날」(정여랑) 임신 중인 교사 정은혜는 스승의 날, 고교 은사이자 존경받는 인물인 이형철과 나란히 우수교사상을 받는다. 그날 밤, 형철은 살해된 채 발견되고 그의 제자 김민아는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된다. 은혜는 참고인으로 경찰에 소환된다. 16년을 침묵으로 살아온 피해자, 그 침묵이 다른 피해자를 만들었다고 분노하는 또 다른 피해자, 그리고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하나여야 한다는 지행합일의 철학. 세 개의 목소리가 충돌하며 쌓아올리는, 이 앤솔로지의 마지막 질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