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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 _ 조경아 ㆍ 7
비를 부르는 아이 _ 정명섭 ㆍ 67 실은 좋아해, 바늘을 _ 천지윤 ㆍ 111 매일 아침 번호판을 읽는 소녀 _ 최하나 ㆍ 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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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설기만 했던 동네가 익숙해지듯이 한쪽 눈과 한쪽 귀로 사는 세상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덕분에 나는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혹 잊어버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내 안일함을 새삼스레 일깨워주곤 했다. 조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내 초점 없는 눈동자 때문이었다.
--- p.9 “엄마, 나 진짜 장애인이에요!” “아니라고! 너는 장애인이 아니라고!” 엄마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런 엄마를 위로할 힘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우는 엄마를 두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가슴은 아리고 머리는 터질 것 같아 창문을 열고 묵직한 밤공기를 맡았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 p.48 “미안, 손이 빗나가는 바람에. 다친 데는 없지?” “어, 괜찮아!” 선을 넘은 공의 주인공은 반장이었다. 반장은 진심으로 미안한 얼굴로 사과하며 공을 주우러 아이들과 우리 둘 사이에 놓여 있던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왔다. 반장은 우리를 늘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 선을 넘어와 말을 거는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 p.64 “아버지! 저는 살고 싶어요. 죽고 싶지 않다고요!” “아이고, 나도 죽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살 방도가 있니? 나는 늙고 병들었는데 너는 앞이 안 보이고. 말해 봐라.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겠니.” 아버지의 눈물 섞인 물음에 영근이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 말대로 살아갈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 p.72 얼마나 걸었을까? 앞장서 걷던 두 사람이 걸음을 멈추는 게 느껴졌다. 일정하게 들리던 짚신이 땅을 밟는 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영근이는 아버지의 발을 질질 끄는 소리와 곽 씨 아저씨의 쾅쾅거리는 발소리를 구분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발걸음을 멈춘 걸 보면 목적지인 명통시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 p.81 점점 몸이 가벼워진 영근이는 힘을 주어 축사경을 되풀이해 외우면서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비록 보이지는 않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염원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p.107 “앗, 따가워!” 중1 때는 방석으로, 중2 때는 마스크로, 중3인 지금은 필통이다. 가정 수행평가인 바느질하기는 어김없이 소나를 괴롭혔다. 오늘도 바늘 때문에 소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아오, 난 바늘이 너무 싫어!” --- p.112 어느새 투석을 시작한 지 석 달이 넘었다. 일요일 저녁이면 소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면서 마음이 답답했다. 내일이면 아빠가 또 얼마나 힘들어할까 싶어서 소나도 힘이 들었다. 투석실에 누워 있으면 아빠가 정상인이 아니라 환자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 p.147 “그러니까 아빠도 이겨내라고요. 같이 해내자고요.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하지 말고요. 왜냐면 난, 나는 아빠 없으면 안 되니까.” 아빠는 말없이 팔토시를 받았다. 아빠의 두 눈도 촉촉해졌다. --- p.152 “휴.” 서안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도 무사통과다. 눈이 아픈 뒤로는 매일 아침 등굣길에 집 주변에 주차된 차들의 번호판을 읽어본다. 양쪽 눈을 번갈아 가리며 번호를 읽어 내리는 가슴은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다행히 더 나빠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 p.158 하지만 서안이는 명확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게 더 답답했다. 미성년자인 환우들은 모두 수능을 걱정했다. 내신이야 그나마 어떻게 컨디션 조절을 하면 극복할 수 있지만 모든 학생이 같은 날에 단 한 번 보는 시험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서안이는 아직 먼일이기는 해도 눈이 수능 때까지 버텨줄지 의심스럽고 두렵고 무서웠다. --- p.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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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장애, 장애인, 장애인 가족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은 장애를 왜 숨겨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수호는 교통사고로 한쪽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엄마는 수호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전학까지 시킨다. 그러나 새로운 학교에 익숙해지려던 그때 전학 온 지체장애아 정우는 수호가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아챈다. 급기야 학급 단톡방에 수호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수호는 정우를 의심하면서 괴로워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고 둘은 친구가 된다. 「비를 부르는 아이」는 조선시대 맹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가난한 집 영근이는 어렸을 때부터 눈이 안 좋았다가 결국 시력을 모두 잃고 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늙고 병들어 혼자 보살필 수 없으니 같이 죽자고 말한다. 그때 같은 마을의 곽 씨 아저씨가 두 사람을 말리며, 한성에는 맹인을 위한 명통시라는 곳이 있다며 그곳에서 점을 치거나 독경을 읽는 일을 배울 수 있다며 같이 가볼 것을 권한다. 아버지를 따라 명통시로 간 영근이는 우여곡절 끝에 점을 치는 홍계관이라는 맹인의 도움으로 기우제를 지낼 때 독경하는 데 참여하면서 자신의 쓸모를 찾게 된다. 「실은 좋아해, 바늘을」은 가정에 장애인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변화와 심리를 담은 작품이다. 소나는 바늘이라면 질색하는 중3 아이다. 수행평가로 바느질하는 것도 끔찍하게 싫다. 어느 날 소나의 아빠는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되고, 집안 분위기는 가라앉는다. 일주일에 세 번씩 엄마와 소나는 돌아가며 투석하기 위해 병원에 가는 아빠를 돕는다. 소나보다 더 바늘을 싫어하는 아빠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우울해한다. 소나는 준우의 도움으로 아빠의 팔에 튀어나온 혈관을 감출 수 있는 팔토시를 바느질로 만들기로 한다. 완성된 팔토시를 아빠에게 선물하며, 소나의 가족은 힘들지만 함께 이겨내 보기로 마음먹는다. 마지막 작품인 「매일 아침 번호판을 읽는 소녀」는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장애를 가진 이들의 고충을 다룬 작품이다. 서안이는 어렸을 때부터 원인불명의 안질환을 가지고 있다. 에어컨 바람에 눈이 따끔거려 학교에서도 유난스러운 아이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다가 비문증과 광시증까지 겹치면서 늘 실명의 불안에 시달리지만 티가 나지 않으니 꾀병으로 바라보는 친구들도 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퇴한 서안이는 집안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선생님과 엄마의 도움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