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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4
바위에 새겨진 고래 _정명섭 ▷11 남매 고래 _유이영 ▷65 회귀 본능 _김여진 ▷119 폭풍 속으로 _이지선 ▷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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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뭘 새기러 온 거야?”
“고래지, 당연히.” “이번에는 얼마나 큰 걸 잡았는데?” 둑보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이것보다 딱 열 배!” --- p.17 해가 질 때까지 작살을 던지는 연습을 했지만 제대로 작살을 꽂은 건 어리뿐이었다. 둑보는 내일 다시 하자면서 연습을 마무리했다. 작살의 줄을 정리하던 둑보가 덧붙여 말했다. “작살을 던져서 어떤 고래든 잡아도 상관없지만 새끼 고래는 잡으면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야.” “별의 저주 때문인가요?” 어느 아이의 물음에 둑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 p.37 고래가 헤엄치면서 만들어 낸 물살이 통나무배를 가볍게 쳤다.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몸통 옆에 달린 지느러미가 똑똑하게 보였다. 그런데 몸을 날리기 직전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작살을 던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민해 봐라.’ --- p.58 “어찌, 오셨드나?” 제일 작은 체구의 흰머리 노인이 물었다. 이 마을의 촌장이었다. 평온한 목소리였으나, 설경을 훑는 눈빛은 날카로웠다. 설경은 목덜미에 송골송골 올라온 땀을 훔쳐 내며 웃었다. “아뇨, 어르신! 이번에도 건너뛰실 모양입니다.” --- p.70 “가야의 귀족이었다고, 글자를 다룰 줄 안다고 마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한 건 네 어미였다. 평생 먹고살게 해 줬으면 이 정도는 해야지!” 촌장은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손을 탁탁 털고 돌아섰다. 하지만 이내 걸음을 멈추고 한마디 덧붙였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라.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설 거고, 달아나다 걸리면 그 자리에서 끝낼 거다.” --- p.90 설경의 말에 둘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신당 문 앞에 양쪽으로 나눠 앉았다. 말 잘 듣는 꼬마들 같았다. 설경은 기가 막혀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겨우 참아 냈다. 어머니를 강에 던지고, 설화까지 순장시키려는 사람들의 얼굴이 저리 맑아도 되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 p.110 단정한 서양식 제복을 입은 사내가 일본어로 욕설을 내뱉으며 덕총을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다른 사내가 허리를 수그리고 비틀거리는 덕총의 상체를 단단히 잡아 세웠다. 순간 덕총의 눈앞에 번갯불이 번뜩였다. 덕총은 양손으로 맞은 뺨을 감싸 쥐었다. “오늘 매운맛을 볼 줄 알아라!” --- p.129 “단 하나의 뼛조각도 잃어선 안 돼. 덕총, 네가 필요해”. 앤드류스의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다. 안락한 자기 고국을 두고 왜 이 먼 나라까지 왔겠는가. 덕총은 앤드류스의 단호한 얼굴에서 거짓 없는 간절함을 읽었다. “예, 제가 나리의 입이 되겠습니다!” 덕총의 믿음직한 대답에 비로소 앤드류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p.150 “총아! 이제 곧 배 떠. 앤드류스 나리 가시는 거 안 봐?” “봐서 뭐 해. 이제 영원히 못 볼 텐데.” 덕총이 양손으로 턱을 괴었다. 대답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으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이 녀석아, 그러니까 더 송별을 해 드려야지.” --- p.175 그 순간 강호는, 엄마와 아빠가 잠시나마 다시 만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엄마에게 세상과 연결된 끈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 기억 속의 맛일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맛있게 먹고는 잠이 들었다. 강호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 엄마의 심장병이 언제 더 나빠질지 몰라 불안했다. 엄마도 아빠처럼 갑자기 사라질까 봐서였다. 강호에게 엄마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끈이었다. --- p.191 배운 일을 몸에 익히며 하루하루를 견뎌 냈다. 시간은 흘렀고, 포경선의 고된 일상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강호는 배의 난간에 기대어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곧 만나게 될 고래의 넓은 독무대처럼 보였다. --- p.210 “이제 이 바다에서 고래를 쫓던 일은 추억이 되겠지.” 서 선장이 바다를 너그럽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에는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장님.” 모두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서 선장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바다에게 고맙고, 모두에게 고맙네.” --- p.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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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천 암각화로 살펴보는 경외와 공존 그리고 생명의 이야기!
《바위에 새겨진 고래》는 선사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바다수 부족 소년 가리온과 친구 어리는 미래의 작살꾼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고래의 고기와 기름, 뼈 등은 부족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자원이며 고래 사냥은 생존과 명예가 걸린 일이다. 부족들은 신성한 바위에 자신들이 사냥한 동물을 새겨 넣어 영예를 남기는데, 고래를 새기는 일은 가장 큰 명예였다. 배에 탄 가리온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생명의 무게를 고민하며 작살을 던질 준비를 한다. 고래는 거세게 저항하지만, 아이들은 두려움과 기대 속에서 고래를 몰아간다. 고래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 생명을 다루는 책임, 공동체의 전통과 성장의 의미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남매 고래》의 설경은 태어날 때부터 걷지 못하는 동생 설화를 업고 다니며 살아가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고래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설경에게 고래가 나타날 때마다 알려 달라 부탁했고, 고래 사냥이 잦아졌다. 그러나 설경은 고래가 바다를 살리는 존재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사람들의 무분별한 사냥에 반감을 품는다. 마을 사람들은 설화를 제물로 바치려 하고, 설경은 설화를 지키기 위해 마을을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강을 건너며 두 남매는 마치 고래가 자신들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회귀 본능》은 조선시대 소년 덕총이 서양인 고생물학자 앤드류스를 만나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덕총은 역관이었던 아버지를 바다에서 잃고 가난하게 산다. 배고픔에 고래 고기를 훔치려다 붙잡히지만, 미국인 앤드류스가 구해준다. 덕총은 앤드류스의 조수가 되어 고래잡이배에 오르며 통역을 돕는다. 앤드류스는 덕총에게 《자산어보》의 번역을 부탁하고, 공룡과 탐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앤드류스와 함께 반구대 암각화를 보게 된 덕총은 탐험가가 되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앤드류스와 함께 미국행 배에 오른다. 《폭풍 속으로》는 오랜 포경 역사에서의 갈등과 자연 앞에서의 겸허함을 다룬 작품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서 의욕 없이 지내던 강호는 포경선 청진호에 승선해 거친 바다와 고래 사냥의 현실을 처음으로 마주한다. 사투 끝에 거대한 밍크고래를 잡지만, 강호는 생명을 빼앗는 일의 잔혹함과 인간의 생존 본능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강호는 고래도, 인간도 모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 강호는 앞날에 또 다른 모험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살아봐야겠다는 용기와 미래를 향한 강렬한 희망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