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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아이_ 곽유진 · 7
옹고집을 찾아서_ 남유하 · 53 범의 머리를 던지면_ 범유진 · 101 조선 우주 전쟁_ 정명섭 · 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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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지금 뭐함?”
이상한 말투였다. 곁눈질이라도 한번 해 주고 싶지만 해가 벌써 떨어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릴 틈에 광주리에 쑥한 움큼이라도 더 넣어야 했다. 쑥과 내 손 위에서 아른거리는 그림자의 크기를 보고 어린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 p.8 “어린것이 갓난쟁이 때 찬바람을 너무 많이 맞아 이미 온몸의 온기가 진작에 다 빠져나갔나 봅니다. 몇 년이나 돌보느라 애쓰셨으니 대감님도 너무 노여워 마시지요.” 그럴 땐 대감님을 달래는 덕이 이모가 더 배운 게 많은 사람 같았다. “산수유 열매 하나 구하지 못한 게 한스럽구나.” --- p.27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이름을 붙여서 날짜를 센다고요?” “책엔 그렇다고 쓰여 있구나. 해의 날은 일료일이요, 달의 날은 월료일, 형혹성의 날은 화료일, 수성의 날은 수료일이라 부른단다.” “해와 달 빼고는 다 어려운 말이네요.” “그래. 사실은 하늘에 떠 있는 별마다 이름이 다 붙여져 있지.” --- p.47 열세 살 되던 해 봄, 첫 달거리를 했다. 어머니는 이제 네가 밥값을 하겠구나, 라며 웃었다. 난생처음 쌀밥을 고봉으로 퍼주고, 그 위에 고추장 한 숟갈을 올려주었다. 나는 쌀이라는 게 그렇게 보드랍고 단맛이 나는 건지 미처 몰랐다. 며칠 후 어머니가 달거리가 끝났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어머니는 나더러 오라비의 방에 들어가라 했다. --- p.56 도대체 나는 무엇인가. 왜 이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일까?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 짐을 꾸렸다. 짐이라고 해봐야 신던 버선 몇 켤레와 속곳뿐. 당연히 나가야 한다. 아씨는 더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내가 여느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안 이상 함께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말없이 떠나는 건 옳지 않았다. 아씨에게 마지막 인사는 드리고 가야 했다. --- p.76 “실은…… 난, 오늘 집에서 쫓겨났어.” “쫓겨났다고? 어쩌다가?” “내가 가짜라는 게 밝혀졌거든.” 소년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내 또래의 소년이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바로 그였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가짜 옹고집. “그랬구나. 네가 옹고집 행세를 한 거로구나.” --- p.90 “나, 너의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어.” “뭐?” “우리 둘이 같은 모습이라면 조금은 덜 쓸쓸하지 않겠어?” 소년은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은 확연히 밝아져 있었다. 나는 소년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 p.98 “이거 뭐 이리 커? 안에 뭐가 있는 거야.” 개똥은 항아리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챙겨 온 호미로 항아리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탕. 탕. 소리마저 둔탁했다. 좀 더 세게 두드렸다. 좀 더 세게, 좀 더 세게……. 북을 치듯 한참을 두드리자 항아리 뚜껑이 벌컥 열렸다. “그만! 이러다가 우주선 망가지겠어!” 항아리 뚜껑이 열리더니 누군가 땅으로 내려왔다. --- p.111 개똥은 흘린 듯 함정에 둥글게 몸을 말고 엎드린 호랑이를 봤다. 가을날 밀밭처럼 윤기가 흐르는 황금빛 털의 한가운데를 따라 새겨진 검은 줄무늬. 그것은 꼭 땅을 가로지르는 생명줄처럼 보였다. 크기는 또 어찌나 큰지, 개똥이쯤은 한입에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호랑이가 으르렁 낮게 목을울리며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냈다. 금방이라도 함정 밖으로 뛰어올라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만 같아, 개똥은 슬그머니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 p.131 “비…… 비다! 비가 온다!” “정말 비야, 비가 내린다!” 투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공포는 환호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빗방울에 손을 적시며 기뻐하는데, 하늘에서 쩌렁쩌렁한 음성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들어라! 개똥의 정성이 갸륵해서 비를 내려주는 것이다. 개똥이 원하는 포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벌을 내릴 것이다. 또한 이 일을 함부로 소문내거나 해도 경을 칠 것이다. --- p.145 “어?” 하늘에 달걀만 한 별들이 무리지어 있었는데 점점 커지는 거였다. “뭐지?” 간혹 달이 가려지거나 큰 별이 대낮에도 반짝거린 적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큰 별은 본 적이 없었다. 붉게 달아오른 별들은 시시각각 다가왔다. 놀란 상동은 덕배 할아버지가 있는 움막으로 달려갔다. 너덜거리는 움막 안에는 덕배 할아버지가 옆으로 쪼그린 채 누워 있었다. -- p.158 놀란 상동이 고개를 돌리자 사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무리 지어서 동대문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동료의 죽음을 목격했는지 하나같이 사납게 울부짖으며 다리로 유독 강하게 땅을 내리찍었다. 몇 개의 다리에는 아까 봤던 무예별감처럼 시신이 꿰뚫려 있었다. 사귀가 나타나자 동대문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오히려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_184쪽 그때 의관이자 뛰어난 점쟁이였던 조덕배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다시 한번 조선을 구한다고 했지……. 그가 틀린 말을 한 적은 없으니 기다려 봐야지.” 그런데 어제 꾸었던 꿈이 정말로 이상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상한 존재들이 한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사람은 아니고, 그렇다고 귀신도 아니었다. ‘대체 무엇일까?’ --- p.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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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이 처한 현실의 벽을 넘어서는 아이들의 모습
〈목요일의 아이〉는 조선 시대 약방에서 살아가는 소녀 은이와 목요일마다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아이 이야기다. 500년 뒤에서 왔다는 아이는 이상한 말투를 쓰며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는데, 정작 소원을 말하면 그에 대한 기억을 잃게 된다. 어린 시절 먼저 보낸 동생 향이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은이는, 아이와의 짧고 신비로운 만남을 통해 상실과 화해하는 법을 배워간다. 덕이 이모의 손에 쥐어진 산수유 열매 하나, 그리고 동괴오미자로 이어지는 소원의 연쇄는 기억과 상실 그리고 돌봄이 무엇인지를 섬세하게 그려 내고 있다. 〈옹고집을 찾아서〉는 고소설〈옹고집전〉과 쥐 둔갑 설화를 새롭게 엮은 이야기다. 주인공 자연은 자신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신체 변형자’다. 아무 모습으로나 변신할 수 있는 자연은 자기와 닮은 존재를 찾아 가짜 옹고집의 행방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 속에 살고 있는 아씨를 만나고, 손톱을 먹고 사람이 된 시궁쥐 소년과도 마주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이 각자의 본모습을 인정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진짜와 가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범의 머리를 던지면〉은 엄마의 신분 때문에 갑자기 노비가 된 소녀 개똥의 이야기다.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호랑이 머리를 구하려 산에 오른 개똥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인 왕눈을 만나게 된다. 동생을 찾아 헤매는 왕눈과 함께 산을 누비며 개똥은 함정에 빠진 어미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를 구하고, 기우제를 빌미로 가로막힌 면천의 소망을 손에 넣는다. 불합리한 제도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개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작품이다. 〈조선 우주 전쟁〉은 임진왜란을 겪은 소년 상동이 하늘에서 내려온 외계 기계들의 공격을 받는 내용이다. 거지 패거리의 일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상동은 어느 새벽, 달걀 모양의 금속 기계가 한양에 추락하며 시작되는 전쟁을 마주한다. 아동대 시절 배운 조총 솜씨로 사귀에 맞서는 상동은 덕배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이순신이 숨어 있는 월령도를 향해 길을 나선다.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고증과 SF 상상력이 만난, 역사 판타지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