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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년│정명섭
작가 인터뷰 선량은 왜?│최하나 작가 인터뷰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김아직 작가 인터뷰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콜린 마샬 작가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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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얘기를 듣던 안상태는 개봉동은 참 이상한 동네라고 생각했다. 서울이긴 한데 마치 시골처럼 옆집이랑 동네 사정에 빠삭했다. 준혁 아저씨가 사는 동네 골목길에 가면 요즘도 아이들이 나와서 놀고 있고, 할머니가 현관에 앉아서 구경했다. 준혁 아저씨도 오래 살아서 이런저런 동네 사정을 다 알고 있었다.
--- p.26 「사라진 소년」 중에서 “목적이 없었어.” 뜬금없는 얘기를 들은 안상태가 바라보자 준혁 아저씨가 여전히 남성빌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덧붙였다. “돈을 달라거나 뭔가를 요구하지 않았지. 뚜렷한 목적도 없이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편지함에 직접 편지를 넣었잖아.” 비로소 준혁 아저씨의 말뜻을 알아차린 안상태도 따라서 남성빌라를 올려다봤다. 빌라 뒤에서 떠오르는 햇빛의 파편 때문에 눈이 좀 부셨다. “찬규 아저씨를 괴롭혀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요?” --- p.35 「사라진 소년」 중에서 이름 김선량. 나이 41세. 사는 곳 서울 연희동. 직업 없음. 이혼 경력 있음. 무자녀. 범죄 전과 없음. 성별 여자. 그 어떤 정보란에도 그녀의 끔찍한 말로에 대한 단서는 없었다. 그러니 이제 살펴 봐야 할 차례다. 그녀가 어떤 날들을 지나쳐 왔는지를. --- pp.69-70 「선량은 왜?」 중에서 “저 선생님, 심증만으로는 안 되고요. 물증이 있어야 해요.” “여기 있잖아요. CCTV 파일 있잖아요.” “이걸로는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번 고양이 사체 건은 집 앞에 두고 갔다면서요? 실수라고 하면 저희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그럼 저 이렇게 불안해하면서, 떨면서 있어야 해요?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 살라고요….” 분한 마음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경찰은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 “그럼 이사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원래 아파트는 이렇게까지 못 하잖아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진 선량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어쩔 수 없어. 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내가 이기나, 너네가 이기나.’ --- pp.108-109 「선량은 왜?」 중에서 “저 작품에서 샹지는 자신의 약혼녀를 살해한 앙투안을 수십 년에 걸쳐 추적한 끝에 마침내 복수하는 라울 역할을 맡았어요. 복수를 마친 라울은 저 광고 문구대로 천사 광장에서 쓸쓸히 숨을 거둬요. 저기 벤치에 등을 보이며 앉아 있는 게 라울인 거죠. 저 모습을 보고 뭔가 떠오르는 거 없으세요?” “마로니에 공원 벤치랑 샹지를 말하는 거면 관둬라. 샹지는 오늘 새벽뿐 아니라 그전에도 종종 공원에 나왔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니까.” --- p.158-159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 중에서 한 형사는 돌연 골치가 아팠다. 최율아의 말이 사실이라면 샹지가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낸 사람들 중에 샹지에게 악감정을 가진 사람이 셋이나 되었다. 이번 일이 부정맥이 있던 배우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단순 사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예감마저 들었다. 이게 다 오느릅 그 녀석 때문이야. 녀석이 괜한 말을 해가지고선! --- p.163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 중에서 경상도에서 근무하다가 서울로 올라온 지도 5개월이 넘어가지만 한 형사는 여전히 서울이란 도시를 겉도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종로 거리만큼은 한 걸음 정도 발을 들인 것도 같았다. 다른 동네들은 과거를 걷어 내고 새 이야기를 쌓아 올린 느낌이라면 종로는 퇴적층처럼 과거부터 오늘까지,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누적된 느낌이었다. --- pp.230-231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 중에서 에릭과 피터는 마침내 다른 직업을 찾았지만 우리와 같이 비어론토에 온 제프는 지금도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대학교에서 일하는 그는 종종 매튜 매커너히가 〈멍하고 혼돈스러운」 중에서에서 연기한 인물의 대사를 인용하곤 한다. “나는 여기 여자들이 좋아. 내가 나이가 들어도 그녀들은 언제나 같은 연령대야.” --- p.246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 중에서 이 도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서양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외국인들은 여느 선진국 대도시들과 그다지 다르게 보이지 않는 서울에 이국적인 면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머지않아 그 모든 것이 모국에서 알았던 것과 미묘하게 다르다고 깨닫는다. 그 때문에 느끼는 헷갈림과 혼란은 한국 사회를 오래 경험하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 p.294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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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시선, 네 개의 사건.
하나의 도시가 품은 수많은 균열과 그림자. 그날, 서울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서울에서는 오늘도 사건이 일어난다. 화려한 불빛과 어둑한 그늘이 동시에 존재하고, 마천루가 있지만 반지하 셋방도 가장 많은 도시. 익숙하다가도 낯설게 느껴지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미처 본 적 없는 네 개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앤솔러지가 출간된다. 대한민국 인구의 20퍼센트가 모여 사는 거대 도시 서울은, 누구나 한 번쯤 와보았을 수도이자 다양한 감상을 남기는 곳이다. 좁은 골목과 끝없는 오르막이 얽혀 있고, 성공과 몰락이 가까이 어깨를 맞대고 있으며, 욕망과 고독이 스며 있다.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는 서울을 단순한 무대로 두지 않는다. 이 도시는 살아온 이들의 기억을 품고, 때로는 스스로 사건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주체로 등장한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네 가지 미스터리는 도시의 민낯을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나와 내 이웃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번 앤솔러지에는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인생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낸 사람, 성인이 되며 상경했지만 끝내 완전히 편입되지 못한 사람, 해외에서 온 이방인까지, 이들의 경험은 작품 속 서울을 깊고 입체적인 곳으로 만들어준다. 정명섭 작가는 실미도 사건을 가져와 재개발을 향한 욕망과 교차시키며 염치를 모르는 민낯을 드러내고, 최하나 작가 역시 재개발의 소용돌이 안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고립되는지를 보여준다. 김아직 작가는 대학로라는 상징적인 꿈의 공간에서 연극과 현실이 연결되는 추리극을 펼치고, 콜린 마샬 작가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타인과의 관계는 물론 끝내 스스로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불안을 그려냈다. 가지각색의 네 작품은 장르적 재미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해 온 서울과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네 명의 이야기꾼이 파헤친, 서울의 진짜 얼굴 메가시티 서울이 드러낸 짙고 어두컴컴한 그림자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에 실린 네 개의 단편은 서울 곳곳의 각기 다른 동네에서 출발한다. 같은 도시 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사연을 지닌 장소들에서, 다양한 결의 사건이 일어난다. 정명섭 작가의 〈사라진 소년〉은 40년 전 산에서 실종된 소년의 이름으로 협박 편지가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중학생 상태와 추리소설가 겸 탐정 준혁은 편지를 받은 찬규의 의뢰를 받고 개봉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범인을 찾으려 한다. 오래된 사건의 그림자를 따라가던 두 사람은 결국 돈 앞에서 염치를 모르게 되는 인간의 욕망과 마주한다. 최하나 작가의 〈선량은 왜?〉는 황폐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 연희동에서 다시 삶을 꾸리려는 선량의 이야기이다. 하늘이 잘 보이는 단독주택, 정 많은 이웃이 사는 동네에서 평온을 찾는 듯했지만, 곧 재개발 소식이 터지며 일상이 뒤집힌다. 사방이 빌라로 둘러막히고, 믿었던 이웃들은 하나둘 집을 팔고 떠나며 선량은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린다. 김아직 작가의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는 새벽 마로니에 공원에서 인기 남배우 샹지가 연극과 똑같은 자세로 죽은 채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초연을 앞둔 연극과 실제 사건이 기묘하게 겹치자, 고등학생 탐정 오느릅은 무언가 숨겨져 있음을 직감한다. 연극 관계자들 사이의 시기, 질투, 경쟁심이 뒤엉켜 있었고, 결국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진짜 동기가 드러나는 잘 짜인 추리극이다. 마지막으로 콜린 마샬 작가의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에서, 미국인 주인공은 함께 데이트했던 한국 여성이 사라지자 찾기 위해 애쓴다. 그는 신촌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그녀를 아는지 물어보지만, 모두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여자를 기억하고, 정작 누구도 그 여인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익명의 도시에서 그는 자신이 만났던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실존하는지 확신할 수 없어 혼란에 빠진다. 이 네 편의 단편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각기 다른 방향에서 비춘다. 사건은 다르겠지만, 그 거리와 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과 악의를 견디고, 기쁨과 설렘을 품은 채 하루를 버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서울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복잡하고, 때로는 위험하며, 끝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결국 서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 흔들림이 바로 이 도시가 끝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유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