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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찬양 「천재일우」
전혜진 「중동변-겹눈동자에 대한 변명」 홍지운 「천이겹안노리전」 박애진 「채식하는 여우의 출륙기」 김아직 「가믄장이 뒷문을 열어 두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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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집 안방에는 나무로 된 현판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현판을 정성껏 닦고 관리하시며 무척 아끼셨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우리 조상인 김만덕 할머니의 공덕을 기리며 쓴 은광연세(恩光衍世) 편액이라고 여러 번 말씀해 주셨지만, 어린 제게는 그저 오래된 나무판일 뿐이었습니다. ‘진품명품에 나오면 얼마나 할까.’ 그 정도의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서문」중에서 여의라면 ‘무엇이든 뜻한 바대로 이루어진다’ 하는 물건 아닌가. 이것이 용의 입에 들어가면 여의주가 되고 제 천대성의 손에 들어가면 여의봉이 되는 것인데 그런 귀한 것을 준다니 굉장하군. 하지만 천년 묵은 더덕이라는 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어찌 구해오겠다 하겠는가. 다시 거절하려고 입을 열려 하는데 이번에는 만덕 객주가 내 말을 빼앗았다. “좋소. 거래합시다. 내 객주 김만덕의 이름을 걸고 어떻게든 천년 묵은 더덕을 가져오겠소.” 만덕 객주는 상인의 피가 끓어 오르는지 얼굴에 미소가 만연하였다. ---「천재일우(현찬양)」중에서 “만덕이 처음 도성에 왔을 때, 나는 전하의 명을 받아 만덕전을 쓰기 위해 만덕과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네. 그 때 그 겹눈동자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고, 또한 그 눈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지. 만덕의 말대로 따로 외떨어진 별처럼 혼자 움직이는, 눈동자 같은 작은 점 같은 것이 하나가 더 있었네. 그러니 만덕에게 겹눈동자처럼 보였 던 검은 자위 하나가 더 있었던 것은 사실일세. 그것이 정말로 눈으로서의 기능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야.” --- 「중동변-겹눈동자에 대한 변명」(전혜진)」중에서 “네 귀가 밝은 것처럼 나는 눈이 밝다. 눈동자가 하나가 아니라 둘, 셋으로 얼마든지 나뉘어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지. 그렇기에 내 눈에는 웅덩이조차 비친다. 그래서 달이 밝게 뜬 밤이면 눈을 씻고 정화의 시간을 가질 겸 호수에 들르는데, 마침 네가 그 모습을 보고 말았구나. 보기에 놀라기는 했겠으나 대단한 재주도 사특한 일도 아니니 그러한 줄 알거라.” --- 「천이겹안노리전」(홍지운)」중에서 “내가 누군지 알겠니?” 만덕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난 네가 구한 여우야.” “벌써 어른이 됐어요?” 여우인 내게 인간 형상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으나 만덕은 내가 빨리 자라나 보다 했다. 인간은 스스로 만족할 답을 찾으며 합리화를 하곤 한다. 만덕이 내가 그 여우임을 받아들였으면 그만이라 용건으로 넘어갔다. “내 수양딸로 오면 밥은 굶지 않겠다만 기생이 되어야 해.” --- 「채식하는 여우의 출륙기」(박애진)」중에서 가믄장 길드의 여인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내 뜻과 달리 차사가 다녀간 지 달포쯤 되었을 때 한성섹터로부터 가믄장 길드 해산령이 내려졌다. 목사는 가믄장 길드에 속한 여인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하였다. 비취색 격자 무늬가 새겨진 테왁을 지닌 해녀들이 끌려오고, 침향과 우황 같은 진귀한 약재를 비취색 약재함에 담아 두고 있던 약재상들이 끌려왔다. 한자를 읽고 쓰는 여인들은 따로 가려져서 관아의 서쪽 후미진 곳에 위치한 옥에 감금되었다. 나머지 여인들을 대상으로는 형리를 시켜 명단을 작성토록 하고 화원을 관아로 불러들여 용모파기를 꼼꼼하게 기록하게 하였다. 명단 작업을 마친 여인들은 장 다섯 대를 맞고, 가믄장 길드와 연을 끊겠다는 맹약을 한 뒤 풀려났다. --- 「가믄장이 뒷문을 열어 두었네」(김아직)」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