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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_심완선 SF 평론가 _005
《라비헴 폴리스》 설정 소개 _009 라비헴 폴리스 2049 _015 《라비헴 폴리스 2049》 설정 소개 _233 작가의 말 _241 부록 _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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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라마스 지구에 온 경찰, 사회사업가들은 하나같이 경악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홍수나 화재, 전쟁이 휩쓴 잔해처럼 보였다. 사진과 영상으로 사전에 교육을 받고 와도 두 눈으로 목격하는 충격은 달랐다.
--- p.21 라마스에서는 아직도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입구에 높이 270센티미터에 중세시대 갑옷을 연상케 하는 육중한 몸체의 라마스 전담국 진압로봇이 일렬로 서 있었다. 진압복을 입으면 사람도 개인의 정체성이 가려졌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키와 체형이 다른 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진압로봇은 키, 무게, 외관이 완벽하게 똑같았다. --- p.47 라인이 고민하는데 누군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일곱 살 내외로 보이는 아이로,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 구분이 어려운 데다 기이하리만큼이나 무감정한 표정이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로봇보다도 더 무표정한 어린아이를 보자 현실 감각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p.49 고작 이틀 지났을 뿐인데 화재 영상은 벌써 수만 건이 올라와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 살려 달라 절규하는 사람들이 모자이크조차 없이 나왔다. 죽음이 전시되는 현장이었다. 아이들의 불장난으로 인한 화재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어 재생시켜 보니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불길이 번지는 모양으로 인한 유추인데 ‘라마스 사람들이 배가 고파 고양이를 잡아 구워먹으려다 불이 났다’는 근거 없는 비난과 우롱이었다. --- p.84 “새끼여우는 도시괴담이 아니에요. 실재하는 아이들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어른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의 집단이 생성되기 시작했어요. 몇 명인지, 전체를 관장하는 리더가 있는지, 소규모 아이들의 개별 모임인지, 언제 시작됐는지, 아무도 아무것도 몰라요. 보통 다른 집에 있는 음식을 훔치며 자기들끼리 자기들만 아는 곳에서 모여 살았죠. 작년부터 바로 그런 아이들, 표정 없는 아이들이 아동 포르노에 출연하기 시작했어요. 아마 그 아이들도 더는 버틸 방법이 없어졌나 봐요.” --- p.108 며칠 전부터 근방의 집을 빌려 잠복 중이던 경찰들이 쏟아져 나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루이제 조가 아동부서에서 정말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이들과 하이아와 라인처럼 다른 부서에서 데려온 이들이었다. 유령은과 함께 온 남자가 카메라를 드는 것과 하이아와 라인이 그를 막아서는 건,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 p.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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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로맨스’만은 아니었다.”
기억보다 낯선 얼굴, SF 순정만화에 바치는 헌사 ‘순정만화’라는 단어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떠올리는 이미지는 제각각이겠지만, 순정만화라는 단어에 익숙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정리하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눈 속에 별이 박힌 미형의 캐릭터가 나오는, 여자애들이나 보는, 연애담.” 순정만화는 정말 우리가 기억하는 것처럼 한결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순정만화가 보여주던 다양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익숙하다고 착각하며 ‘여자아이용 연애담’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있지는 않았을까? 대한민국에 순정만화 붐이 일었던 1990년대를 박애진 작가는 ‘순정만화의 시대’라 명명한다. 2024년을 사는 우리가 ‘순정만화의 시대’를 이끈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이미 30년 전 그 작품들이 ‘순정만화=로맨스’라는 공식을 깨고 SF 장르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음을 재조명하기 위함이다. 강경옥, 신일숙, 권교정. ‘순정만화의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설명이 필요 없는 만화가 3인의 SF 순정만화를 이 시대의 문법으로 독자들에게 다시 전달하기 위해 지금 SF 장르의 최전선에 있는 소설가 3인이 모였다. 지금 다시 돌아보는 순정만화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SF 순정만화에 바치는 헌사. 폴라북스 ‘순정만화XSF소설’ 컬래버레이션 시리즈 첫 번째! 강경옥 만화가의 1989년 작 《라비헴 폴리스》의 재해석, 박애진 작가의 《라비헴 폴리스 2049》를 소개한다. “무엇이 소녀들을 공감하게 했는가?” 응답하라, 순정만화의 다양한 얼굴을 기억하는 독자들이여 1989년 작품인 강경옥 만화가의 《라비헴 폴리스》는 근미래인 2045년을 시대 배경으로 지구와 달을 오가는 달왕복선이 존재하며, 대부분의 노동을 인간이 아닌 로봇이 대체하는 세상이다. 일견 1980년대에 유행하던 공상과학만화를 순정만화에 접목시킨 듯도 보인다. 하지만 《라비헴 폴리스》가 그 시절 많은 소녀들의 공감을 샀던 이유는 따로 있다.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여자다울 것’을 강요받으며 자란 소녀가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고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남자 동료와 동등하게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주인공들의 동료애 이상 연애 미만의 관계가 주는 설렘은 공감에 뒤따르는 덤이다. 2024년의 문법으로 다시 만나는 박애진 작가의 《라비헴 폴리스 2049》는 원전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박애진 작가가 그리는 근미래의 가상도시 라비헴은 오히려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익숙한 모습이다. 절대적인 부가 기형적으로 편중된 라비헴이라는 도시. AI 자동 시스템과 로봇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그리고 마치 당연한 귀결인양, 가장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부터 사회의 저변으로 밀려나 국가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 박애진 작가는 《라비헴 폴리스 2049》에서 생계를 잃고 생존을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의 억눌린 분노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분출되는지를 SF라는 장르를 빌어 묘사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연애 이상, 결혼 미만의 관계는 《라비헴 폴리스》를 기억하는 오랜 SF 순정만화 팬들을 위한 선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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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옥의 《라비헴 폴리스》를 소설로 다시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마음이 부풀었다. 좋은 리메이크는 원작의 매력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새 시대에 맞는 새 작품을 낳는다. 그리하여 기존의 팬은 물론 초면인 사람까지 매혹한다. 직접 읽은 《라비헴 폴리스 2049》는 기대 이상으로 명료하게 만들어진 소설이었다. 배경이 되는 ‘라비헴’과 ‘라마스’의 모습은 작금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듯 높은 해상도로 구현된다. 박애진은 이 오래된 이름을 지닌 도시를 낯선 디스토피아로 신랄하게, 거침없이, 그리고 섬세하게 묘사한다. - 심완선 (SF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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