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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이야기
전혜진
&(앤드) 20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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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연희이야기1
괴담 하나, 그런 것은 받을 수 없어요
연희이야기2
괴담 둘, 고독한 학부모방
연희이야기3
괴담 셋, 강남대로 몽유록
연희이야기4
괴담 넷, 예대생들 뱀 조심해라
연희의야기5
괴담 다섯, 긴 뱃고동 소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全慧珍

SF와 스릴러, 사회파 호러 작가. 라이트 노벨 「월하의 동사무소」로 제1회 이슈 노벨즈 공모전 편집부상을 받고 데뷔한 이래 부지런히 소설과 비소설, 만화 스토리를 써 왔다. 단편 소설 「파촉, 삼만 리」로 제5회 중국 청두 국제 SF 콘퍼런스인 ‘100년 후의 청두’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홍등의 골목』, 『아틀란티스 소녀』, 『바늘 끝에 사람이』, 『마리 이야기』 등을, 만화 『레이디 디텍티브』, 『리베르떼』, 웹툰 〈PermIT!!!〉의 스토리를 썼다.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 「컨베이어 리바이어던」, 「낫 서울, 낫 소울」, 「Legal ALEIN」
SF와 스릴러, 사회파 호러 작가. 라이트 노벨 「월하의 동사무소」로 제1회 이슈 노벨즈 공모전 편집부상을 받고 데뷔한 이래 부지런히 소설과 비소설, 만화 스토리를 써 왔다. 단편 소설 「파촉, 삼만 리」로 제5회 중국 청두 국제 SF 콘퍼런스인 ‘100년 후의 청두’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홍등의 골목』, 『아틀란티스 소녀』, 『바늘 끝에 사람이』, 『마리 이야기』 등을, 만화 『레이디 디텍티브』, 『리베르떼』, 웹툰 〈PermIT!!!〉의 스토리를 썼다.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 「컨베이어 리바이어던」, 「낫 서울, 낫 소울」, 「Legal ALEIN」 등 단편 소설에 주력하여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고전 문학에서의 귀신 이야기, 1990년대 전후 한국 순정 만화의 메시지와 스타일, 다양한 장르의 서브컬처와 지금 여기의 사회적 문제들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다.
「Missing」도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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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44g | 128*188*16mm
ISBN13
9791124028315

책 속으로

“나도 이런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건 안다. 그래도 애가 아파서 다 죽어가는데, 병원을 몇 군데를 다녀도 병명은커녕, 혈액검사 같은 것도 전부 정상이라니, 별수 없이 그런 데라도 찾아가 보았지. 무슨 선녀, 무슨 장군, 뭐 그런 이름 붙여놓고 앉아서 헛소리나 툭툭 내뱉는 주제에 제 입으로들 만신이라 고. 야, 만신은 무속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는데, 만신은 무슨 만신이야? 딱 봐도 사기꾼 같은 놈들이.”
--- p. 18 「연희이야기1」 중에서

금선은 때때로, 연희의 오라비가 어떤 놈일지 생각해 보곤 했다. 연희보다는 열두 살이 많아 띠동갑이라 했으니 지금 쉰하나쯤 되었을까. 명문 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하니, 저런 시사프로그램에 나와서 세상일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다는 듯 으스대는 사내들과 비슷한 구석도 많을 것이다. 아집 덩어리에 독선적이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았겠지.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는 제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도 않고, 제가 아는 지식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데다, 제 명예나 권력으로도 어떻게 손써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야 떠올렸을 게다. 제가 내친 누이, 제가 버린 누이, 부모를 잡아먹고 형제를 잡아먹고, 그것도 모자라 무당이 되어 온갖 잡귀를 거느리고 다닌다고 할 말 못 할 말을 가리지 않고 쏟아부어 쫓아낸, 가엾고도 가여운 바리데기 같은 제 누이를.
--- p.93 「연희이야기2」 중에서

그것도 그렇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반응 속에서, 그래도 우리는 얘보다는 낫지 하는 작은 우월감들이 느껴졌다면 그건 자격지심이었을까? 예진은 진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따끔거리던 뱃속에서 본격적으로 뜨끔거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 p.118 「괴담 둘, 고독한 학부모방」 중에서

연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기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연아는 이제 안다. 언니는 죽었다. 그것이 집착이든 폭력이든 소유욕이든 다른 무엇이든, 혹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저 소유물이나 장난감이나 노리개나 현금 인출기로 보았든 간에, 남자들의 더럽고 추잡스러운 이기심에 휘돌려서 억울하게 죽었을 것이다.
--- p.203 「괴담 셋, 강남대로 몽유록」 중에서

지금 그 돌아가신 분 부모님이 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하고 계신다더라.
경찰이 강압 수사를 해서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뭔가 우리가 모르는 억울한 게 있는 거 아니야?
--- p.227 「괴담 넷, 예대생들 뱀 조심해라」 중에서

연희는 쌓인 세월을 쏟아내듯이 더욱 빠르게 방울을 흔들며 춤을 추었다. 연희가 방울과 부채를 들고 빙빙 돌며 춤을 추는데, 악사들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홀린 듯이 일어나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당 같은 것은 미신이라며 고개를 돌리던, 아홉 살 난 어린 누이동생을 두고 모질게 고개를 돌렸던, 그의 오라비가 춤을 추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는 듯 눈물을 줄줄 흘리며, 두 팔을 흔들며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 p.266 「연희 이야기5」 중에서

“뭐라고 할 거야? 은서한테, 너희 아빠한테 그런 일을 당했느냐고 네 입으로 물어볼 거야? 그래서 법원에 가서 증언하라고 말을 할 거야? 잠깐은 속 시원하겠지. 그런데 은서는? 자기말을 계속 의심할 판사, 검사, 변호사, 자기 아빠 또래 남자들 앞에서 그런 일을 더, 더, 더 구체적으로, 무슨 포르노 소설처럼 증언하라고 요구받아야 하는 은서는 어쩌라고?”

--- p.311 「괴담 다섯, 긴 뱃고동 소리」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연희가 마주한 가차 없는 혐오와 섬뜩하고 애처로운 괴담들

『연희 이야기』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고드는 다섯 편의 괴담과, 이를 관통하는 액자식 서사인 「연희 이야기」로 구성된 호러 연작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오컬트라는 소재 속에서 오늘날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겪고 있는 폭력과 차별 등으로 오갈 데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주인공인 ‘신연희’는 어린 시절, 가족을 앗아간 비극적인 교통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친할머니에게 “집안을 망친 여우 새끼”라는 저주를 들으며 내쳐졌던 인물이다. 무당인 이모의 손에 거둬져 사량도에서 자라며 결국 신내림을 받게 된 그녀의 삶은, 부모에게 버림받았으나 끝내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저승을 넘나들었던 신화 속 ‘바리공주’ 이야기와 꼭 닮아있다.
30년 만에 자신을 버렸던 큰오빠 원일의 연락을 받고 서울로 향한 연희는, 원일의 딸이자 자신의 조카인 연아가 원인 모를 신병을 앓고 있음을 마주한다. 조카를 구하기 위해 나선 연희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린 여성들의 비극적인 사연들이 괴담 형식으로 잔잔히 녹아있다.

병든 남편을 살리겠다는 그릇된 집착으로 남의 갓난아기에게 액운을 씌운 ‘제웅’을 건네는 아내의 이야기 「그런 것은 받을 수 없어요(제웅)」, 치열한 신도시의 교육열 속에서 자녀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학부모의 광기를 그린 「고독한 학부모방(염매고독)」은 비뚤어진 교육열과 욕망이 빚어낸 비극을 보여준다.

「강남대로 몽유록(원귀)」에서는 데이트 폭력, 스토킹, 묻지마 범죄 등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당한 원혼들의 목소리를 통해 참혹한 현실을 집어낸다. 「예대생들 뱀 조심해라(상사뱀)」는 스토킹 끝에 사고로 죽은 남자의 원념이 뱀이 되어 학교를 떠도는 끔찍한 집착을 형상화한 장면을 대학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구조로 새로이 서사화 했다.

이 모든 비극과 맞닿아 있는 연희는 어린 조카 연아를 위해 결단을 내린다. 도자기 클래스를 운영하며, 신병은 있지만 무당은 아니었던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던 내려놓고, 조카 연아에게 내린 신(이모의 혼백)을 자신의 몸으로 옮겨 받는 ‘전임굿’을 행하기로 한 것이다. 기꺼이 무당의 멍에를 짊어지며 조카에게 평범한 삶을 돌려주는 연희의 선택. 이는 쫓겨난 딸이자 누이였던 그녀가 가족과 타인의 고통을 껴안고 치유하는 역할로 스스로를 내맡긴다.

마지막으로 「긴 뱃고동 소리(손각시)」는 다시 연희의 시점으로 돌아와 친부의 성폭력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젊은 여성 ‘은서’의 비극과 가해자인 아버지의 추악함을 그리며 가정 내 은폐된 폭력을 고발한다.

이 소설은 각 장의 작은 제목에 실린 귀신들의 이야기로 느슨하게 이어져 있고 연희로 모든 연결고리가 이어진다. 이때 귀신들의 이름은 바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겐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낯선 이름이지만 구연동화처럼 듣고 공감하게 된다. 우리가 그들의 비극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억울하게 죽은 자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켜켜이 쌓여있다. 독자들은 어디서부터 꼬이게 된 것인지 읽어내려가며 한(恨)을 벗겨내는 살풀이를 함께하는 것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 소설에서 귀신이 아닌 인간에 의해 모든 악의 고리가 반복된다. 여성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내몰린 삶을 반복한다. 이 작품은 소외된 자에 대한 아픔을 돌아보는데 끝나지 않는다. 연희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간을 빼먹는 막내딸 ‘여우누이전’이지만 연희에게 주어진 내면의 모티프는 홀로 가족을 구해내는 ‘바리공주 이야기’다. 숙명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는 연희를 통해 비참한 삶일지라도 주어진 운명에서 앞으로 나아갈 이유들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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