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엑조틱한 크리처들이 바르도를 방황한다. 실패한 혁명가, 미친 극작가, 임무를 모르는 조직원, 망명자들과 죄수, 기죽은 광대… 바르도는 열반과 환생이라는 두 기로 사이에 놓인 경계 구역이다. 죽음이 미뤄지며, 살아 있다고도 소멸했다고도 말할 수도 없는 이상하고 모호한 장소. 초월의 가능성과 부활의 가능성 둘 다가 유예되거나 부인되고, 어쩌면 두 가능성 모두에게서 버려진 어긋난 시공. 픽션은 무(無)와 현실 사이의 틈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기에 없음도 있음도 아니고, 사라짐과 나타남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이한 존재들의 대피소를 마련하는 일이다. 볼로딘의 소설은 잔존하는 헛것들을 위해 온갖 실험적인 형식과 신비한 장르적 환상, 기상천외하고 경이로운 수법을 차용하고 동원하는 교잡된 우주이며, 파편과 노이즈로 존속하는 역사의 폐기물들이 모여들어 속닥거리는 비틀린 중간계를 창조한다. 붓다도 인간도 되지 못할 가망 없는 유령들이 한담을 주고받는 저세상. 해괴한 고독과 뻔뻔한 희망, 목마른 기다림. 나는 꿈꾸는 송전탑처럼 저세상을 향해 귀를 기울인다. 내가 있(을 수도 있)었던 낯설고 오래된 장소가 거기 있었으니, 나는 죽었는지도, 단지 내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