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게 탈구된 문장으로 오은경은 친밀한 세계의 낯섦을 서늘하게 펼쳐 보인다. 캔 음료를 따다가. 감쪽같이 사라질 신발을 미리 신다가. 케이크를 들고 친구네 집의 초인종을 누르다가. 한없이 맑은 스산함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어깨가 굳는다. 긴장 풀어. 불확실한 입술이 움직인다. 같이 누울래? 불확실한 손이 목덜미에 닿는다. 뒤를 본다. 눈을 뜬다. 뜬눈을 다시 뜬다. 한 사람이 더 있다. 당신에게 빙의된 불확실한 한 사람이.
전수오는 우리를 외롭고 신비한 환생 극장으로 안내한다. 이 극장은 일인용이다. 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작고 검은 방. 환등기가 돌아가면 그의 시─판타스마고리아 앞에서 우리는 변전하는 삶을 마주한다. 향기였다가 파도였다가 진주조개였다가 어느 이야기에도 등장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가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였다가……. 전수오가 보여 주는 환생의 장면을 관람하는 사이 우리는 어느덧 “빛의 체인”을 이루는 하나의 고리가 된다. “밝은 것들의 덫”에 걸린 짐승이 된다. “내 몸 아닌 것들이 간지”럽고 내게 속하지 않은 것들이 사무치게 된다. 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작고 검은 방. 전수오의 극장에서 우리는 벽으로 인해 열린다. 벽이 있어 빛은 읽힌다. 벽이 있어 다른 삶은 비친다. 벽이 있어 우리는 막막한 그리움에 사로잡히고 우리가 “빛을 앓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한다. “서로의 벽이 되”어 서로에게 닿는 기적을, 이 시집을 통해 만난다.
그는 비유에 대해 설명해 준다언어는 축소할수록 아름다워지는 경향이 있다지키다라는 문장은 무슨 뜻이야지키다는 머무르다 유지하다지키다는 보호하다 따르다지킨다는 다짐 신념다짐은 기다리다무언가를 기다리겠다는 뜻오랫동안 기다리겠다는먼데이라는 단어가 있대무슨 뜻이야?무언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는 뜻3.나는 최후의 행성에서 도망쳐 나온 수백만 명을 싣고 항해하는 거대한 푸른 함선이었다 우주를 떠도는 오래된 함선이다 그는 내게 탑승한 한 인간이었다 몇 세 기를 살아온 나는 그의 선조 모두를 알고 있다 그가 태어났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는 억겁의 시간 동안 내게 처음으로 외롭지 않느냐는 물음을 한 최초의 인간이었다 나의 애인은 인간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의 일부를 살아온_ 넛 셸Nutshell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