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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김민정
이 아름다운 ‘막막’을 어찌 외면할 수 있었을까요 008 1부 이 섬은 그림자로 가득하지요 강혜숙 산문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 015 고명재 시 영도(影島) 023 권등대 산문 부산 토박이지만 영도는 언제 가도 좋다 027 김경민 산문 여기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033 김나리 소설 그녀의 꿈치, 그의 꼭지 039 김보현 산문 ‘깡깡’ 두드려 삶이 지어지다 045 김소희 산문 미워한다 생각했던 마음이 실은 사랑이었다는 걸 051 김영경 산문 아버지를 몰랐다 059 김예은 소설 어디로 가든 다 이어져 065 김지예 편지 위로를 주우러 가는가보다, 해주렴 071 김파랑 산문 영도의 윤슬을 처음으로 봤다 077 2부 자는 사람과 사는 사람만 남아 김해수 시 네 그림자는 날 향해 085 김혜경 산문 영도 할매 알아요? 089 김효진 산문 오늘 부산은 0도, 영도입니다 097 김희진 산문 영도가 우릴 붙잡나봐 103 민윤지 픽션 여기서 모양을 만들어 오랫동안 거기에 있길 109 박보민 산문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든 일이다 115 박수용 산문 영도를 찾는 좋은 습관 121 박수진 산문 영영 영도, 끝내 잇다 127 박정선 산문 그때는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139 박현정 편지 나한테는 엄마가 그림자였어 145 배수아 산문 날이 매일 좋으면 안 된다는 말처럼 151 3부 마음이 가난하면 바다가 보고 싶다 서봄 산문 살아 있다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 163 서재원 산문 아는 만큼 보이고 걷는 만큼 만난다 169 성윤 산문 사람이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이유 175 송하영 산문 마음이 가난하면 바다가 보고 싶다 185 신보라 산문 문득 단어에 졌다고 느끼면서 191 신연실 산문 원은 그저 원으로 남을 것이다 197 안지영 산문 계획과 즉흥 사이로 걷기 203 안화용 산문 빚진 빛 215 예주연 산문 오십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중학생인 221 온유람 산문 저 영도에서 일해요 227 이경민 산문 사투리와 함께 내가 밀어냈던 것 235 4부 종종 생각나고, 총총 돌아오고 싶은 이경화 산문 영도(影島)의 영도(靈島) 241 이영현 편지 한 문장을 건네받았습니다 249 이지연 산문 영도 유행가 255 이지연 산문 여기서는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알아 263 이한나 산문 이 지극한 사랑의 섬 269 전은진 산문 영도는 나에게 두 컷의 사진을 남겨주었다 275 전진우 산문 영도라는 글자 앞에 이렇게 슬플 수도 있구나 283 조민형 편지 사랑하는 딸에게 289 최형연 일기 그리고 그 밤 이후에 293 하현태 산문 종종 생각나고, 총총 돌아오고 싶은 297 허루나 인터뷰 싫다 말고 다 받아들이자 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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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몸을 기댈 때면 머리부터 기운다. 곁을 내어준 이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가슴으로 머리를 받쳐든다. 두 손과 가슴에 머리를 묻으면 살얼음이었던 눈물이 머리꼭지에서부터 스르르 녹아내린다. 나는 먼발치에서 그의 등을 쓸어내린다. ‘보, 바다에 기대면 파도가 어루만져줄 거야. 네가 어둠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흐르길 바라.’ 바다는 빛을 잃어도 밤새 어둠을 어른다.
--- 「김나리, 그녀의 꿈치, 그의 꼭지」 중에서 옥순아 우리 아이들 작열하는 태양으로 가야지 끊어진 네 그림자는 날 향해 우린 잠시 들를 아이들을 위해 윤슬과 갯바람과 바다 내음을 예비해두자 --- 「김해수, 네 그림자는 날 향해」 중에서 영도가 품은 것은 나의 유년만은 아니다. 나는 그저 아빠와 내가 함께했던 시공간의 소리와 쇠가 주는 물성에 기대 아빠를 기억 속에서 다시 소환했을 뿐. (…) 매일 새벽 하리에서 출항하는 고기잡이배의 어부의 삶이, 또 그 어부의 아버지의 삶이, 어머니의 삶이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영도까지 밀려 내려온 피란민들의 삶도 감히 떠올려본다. 그 안에는 시인도, 화가도, 농부도, 아이도, 그 누구라도 있었을 것이다. 영도다리 아래 정박한 배마다 그들의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겠지. 그 아픔과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영도. 사람을 찾는 영도. 사람을 받아준 영도. --- 「서봄, 살아 있다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 중에서 파도의 되새김질은 반복되는 것인지, 번복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종국엔 태초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각자의 생에 열렬히 부딪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절영도 아치섬을 반원 그리며 흙길 따라 걷습니다. 낭떠러지 아래 좁다란 해안선엔 시금치밭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인절미를 들고 있던 손으로 지금의 자갈보다 한 주먹은 더 큰, 왕 자갈돌을 들어올릴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던 추억들이 금방이라도 떠오를 것만 같아 입안에 자꾸만 소금기가 돕니다. 그 기억들은 비로소 바다의 무늬가 됩니다. --- 「이경화, 영도(影島)의 영도(靈島)」 중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소금기 어린 공기가 감정을 일깨우듯 옅게 파고들었다. 잔잔하게 반복되는 파도 소리가 그동안의 무심함을 질책했고, 다채로운 빛깔로 퍼져나가는 해수면이 돌아온 발걸음을 반겼다. (…) 바다는 영도의 생명줄이자, 주민들의 터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다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그 깊은 품에 기대어 살아간다는 것이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다와 삶이 맞닿아 길게 이어져온 영도의 영원을 온몸으로 음미했다. --- 「이지연, 여기서는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알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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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무렇지 않지만,
내가 빛이라면 당신도 빛이어서 나와 당신이 우리로 만난다면 이 둘레는 환해질 테지. “영도에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섬 곳곳에 세워진 말 동상이었다 교량에서 흔들리는 말총을 보았고 화단에서 길쭉한 머리를 봤으며 그후 마트 교회 횟집 중국집 온갖 숨구멍에서 말들이 수시로 뛰쳐나왔다 말이 너무 빨라서 절영마(絶影馬)라고 했대요 이 섬은 그림자로 가득하지요”(24쪽). 그림자들이 끊어질 만큼 빠르게 달리는 말들이 살아 절영(絶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어느 순간 말들이 끊어두고 간 그림자(影)만이 이름으로 남겨진 섬, 영도(34쪽). 영도와의 첫 만남은 그저 반짝임이었습니다. 반짝이는 윤슬이 한없이 펼쳐진 바다, 멀리 보이는 묘박지에 드문드문 그림자같이 정박된 배들, 예술인들의 손길이 닿아 꾸며진 하얀 담벼락, 절벽을 둘러 길게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에서는 매끄럽지 않은 감각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다녔던 좁은 골목의 편안함이 느껴졌지요(46~48쪽). 마음 닿는 대로 걷고, 그러다가 놓치면 다시 방향을 설정하며 걸어나갑니다. 그러다보면 겹겹이 쌓인 시간을 토대로 새로운 발자국이 새겨질 테지요(212쪽). 고요하게 걸음걸음 옮겨가며 삶이 남긴 오랜 흔적을 잔뜩 만날 수 있는 장소. 장소마다 드리운 그림자들을 꾹꾹 밟아가며 그곳에서의 일상을 거꾸로 추적하는 비일상적 체험. 영도를 걷는 우리는 그림자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37쪽). 부산의 대표적인 원도심 흰여울길에 위치한 흰여울마을로 걸음을 옮깁니다.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높은 절개지를 따라 바다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마치 흰 눈이 내리고 물보라가 이는 듯 빠른 물살을 닮았다 하여 흰여울길이라 하지요(125~126쪽). 흰색과 푸른색 건물이 겹겹이 바다를 향해 앉아 소곤거립니다(172쪽). 흰여울마을 앞바다에는 칠팔십 척의 배들이 조류의 흐름에 따라 닻을 내리고 일정한 방향으로 뱃머리를 두고 있습니다. 육지와 가까운 곳에서부터 멀리까지, 작은 배와 대형 선박이 간간이 나란한 모습이지요(124쪽). 영도다리 아래 정박한 배마다, 영도에서 한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각자의 속도로 또 각자의 걸음으로 섬 곳곳을 누볐지요. 일렁이는 숲과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어우러진 태종대(259쪽), 영도 할매 전설이 깃들어 있는 봉래산, 깡깡 소리가 멈추지 않는 깡깡이마을(164쪽)까지. 영도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무영의 존재들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135쪽). 그러니 우리는 여기에서 섬 사람들의 삶을 자연히 떠올리게 됩니다. 시공간의 소리에 기대어, 기억 속의 만남에 가닿기 위해(167~168쪽). 사람을 찾는 영도, 사람을 받아준 영도(167쪽). 종종 생각나고 총총 돌아오고 싶은 도시, 영도에서 함께 방방곡꼭 걸어보아요(302쪽). 태풍이 휴가네요. 맞다. 뱃사람들은 주말이 음따. 태풍 때문에 피해 입으면 어떡해요. 가을 태풍 무섭지. 무서버도 와야 된다. 날씨도 한 번씩 궂어주고 해야 고기 자리도 바끼고 하는기지, 날이 매일 좋으면 고기가 몬 산다. 비도 와야 되고, 태풍도 와야 되고, 좋은 날도 있어야 되는 기라. 매일같이 바다에 몸을 던져 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 어느덧 할머니는 그물을 정리하고 자리를 뜰 채비를 했다. 여전히 헝클어진 부분이 남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엉거주춤 나도 돌아갈 준비를 하며 일어섰다. 오래 앉아 있느라 접혀 있던 다리에 피가 쏠리며 저릿해졌다.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고 가방을 메자 할머니가 말했다. 집에 가자.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인 걸 알면서도 그의 청유가 좋아서 따라 말했다. 네 집에 가요. _배수아, 「날이 매일 좋으면 안 된다는 말처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