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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을 위하여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신보라
&(앤드)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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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1

1994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대구에서 자랐다.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2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휠얼라이먼트」로 등단하여 《현대문학》, 《문장웹진》 등에 단편소설을 발표하였으며 앤솔러지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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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18g | 135*195*15mm
ISBN13
9791194643739

책 속으로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나의 무서움은 언제나 금붕어로부터 시작됐다.
어릴 적, 직사각형 어항에 있었던 주황색 금붕어로부터.
그때 나의 금붕어는 어항에서 살고 있었을까, 갇혀 있었을까. 모른다.
나는 그 답을 몰라 (괄호)를 쳐두었다.
그 괄호는 나에 대한 질문이자 망설임이었다.
여전히 나는 모른다.
그렇게 어느 것 하나도 확신하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되었다.
확신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닌,
확신하지 못한 채로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모든 문장마다 괄호를 넣고 싶은 심정으로.
도망치기 위해서.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지 않아서.
완성된 말은 지워지지 않으므로 나는 무섭다.

여전히 나는 글을 쓰는 것이 무섭다.
부끄러워서 미안했다. 미안해서 부끄러웠다.
내가 만들어낸 어떤 문장이 누군가에게 오래될 괄호가 되지는 않을까,
그 괄호 안에 멈춰있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었다.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우주를 만난 기분이었을까.
괜찮지 않다고 말해. 그래. 괜찮지 않잖아. 어때? 괜찮지 않은 것도 괜찮지?
그렇게 말을 거는 듯했다.
그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
이 소설을 쓰고 나서 우주라는 이름에 괄호를 주고 싶었다.
이제는 둥글게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커다란 괄호를.
우주였고 우주가 아닌,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는 우주에게.
어떤 날에는 우주가 나보다 더 어른이었고 어떤 날에는 우리는 같은 아이였다.
우주는 무심할 줄 알았고 외로울 줄 알았다.
우주는 내가 미처 다 완성하지 못한 문장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우주를 이해하려고도, 이해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 언어를 믿을 것이다.
이제부터 괄호는 닫기 위해서가 아닌 어떤 것도 닫히지 않기 위한 것임을.
말해지지 않는 것을 말하기 위한 언어.
끊임없이 너와 나, 우리 사이를 반복해서 말해지는 언어를.
우주를 세상으로 나오게 해 준 심사위원분들과 넥서스 편집부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여전히 부끄러워하라고, 앞으로 평생토록 부끄러워하라고 대신해서 말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여전히 말하지 못하는 수많은 괄호들에게 부끄러워하라고.
이 느낌을 잊지 않으려 나는 천천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글을 쓸 것이다.
2025년 여름
신보라
---「작가의 말」 중에서

아무 이유 없이 이 세상을 용서해야 하는 순간이 있어. 우주야. 그래야 살아갈 수 있어. 그래야지 살아갈 수가 있어. 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주지를 않아.
---p.53

아빠는 지금이 가장 좋아. 우주야.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매일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하는 것 같거든. 어디에 도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돼.
---p.56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트럭이 멈출 때가 되어서야 멈출 수 있었다.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p.58

아버지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아버지의 삶을 몰랐다. 운전석 뒤, 아버지가 쪽잠을 잘 때 덮는 누비이불을 몰랐다. 수많은 약상자 속 두통약을 찾지 못해 매일같이 머리를 움켜쥐던 것을, 결국에는 매직펜으로 ‘머리 아플 때’라고 써두던 것을, 새벽마다 물티슈로 핸들을 닦아내던 습관을, 좋은 향기가 나는 방향제 대신 신시사이저 음악을 트는 것을, 그리고 아버지 인생의 주행거리를 몰랐다.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고 손톱이 아닌 수치심을 뜯어내고 있었던 것을 아무도 몰랐다.
---p.59

레인 앞에 선 채로 볼링 핀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곳에 악마가 있는 것이다. 저곳에 악마가 있는 것이다.
볼링 핀 너머의 어두운 공간이 꼭 끝을 알 수 없는 커다란 구멍처럼 보였다.
---p.98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 땅을 내려다보는 사람과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 기다림의 자세는 각자 다르게 선택된다. 우리는 올려다보는 사람이었다.
---p.124

비밀이란 일종의 폭력이었다. 비밀을 가진 자는 모두가 외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비밀을 가진 자는 모두가 똑같은 모습이었다.
---p.111

그렇지. 우주를 올려다볼 때면 머릿속에는 언제나 물음표로 가득할 테니까. 우주야. 느껴지니. 정답은 없어. 정말로. 엄마가 앞으로 우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해. 우주야. 이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어.
---p.125

엄마가 죽은 이유는, 엄마가 내가 살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었다.
---p.145

그것은 누군가에게 간절한 기도의 방향일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항복의 의미일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울트라펀치다
---p.192

나를 안아주세요. 나를 살려주세요. 나를 그저 사랑만 해주세요.
---p.199

우리는 처음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이방인이었고 이방인일 것이므로.

---p.203

출판사 리뷰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언제나 해피엔딩인 결말을 원해
진짜 울트라맨이 되고 싶었다


저절로 자라는 것은 없다. 무엇이든 내놓아야 인생에 설득력이 생기는 법이다. 그리하여 때로는 친구를, 때로는 엄마를, 대개는 나 자신을 전부 내놓은 후에야 겨우 깨닫게 된다. 우리 삶에 울트라맨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삶의 근근한 동행은 그저 나 자신뿐임을 -편혜영(소설가)

‘울트라맨이야’는 2000년 9월 발표된 곡으로 서태지가 은퇴 선언을 하고 가요계를 떠난 후 컴백을 선언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작업한 6집 앨범에 실린 곡이다. 귀청을 때리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에 읊조리듯 노래하는 곡으로 ‘뉴 메탈’ 장르로 분류되는 음악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생소한 장르였다. 지금은 이 세상이 알아주지 않지만 언젠가 강력한 초인이 되어 울트라 펀치를 날리고야 말 거라는 다짐이 깃든 가사에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신보라의 첫 장편소설인 《울트라맨을 위하여》는 서태지의 노래 ‘울트라맨이야’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게 된 소설이라고 한다. 주인공인 15세 소녀 우주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해. 괜찮지 않잖아. 어때? 괜찮지 않은 것도 괜찮지?”

그렇게 우주가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가진 것 없고 애정이 결핍된 소녀 우주에 빙의된 작가는 신들린 듯 이 소설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긍정과 희망만을 강요하는 밝은 세상에서 의지할 곳 없고 불우한 환경에 처한 우주가 바라볼 곳은 텅 빈 구멍 속의 어둠뿐이었다.

화물트럭 운전사였던 아버지는 외제 차와 충돌해 목숨을 잃었다. 정작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음주운전을 한 외제 차 운전자였지만 상대편의 과실은 묻히고 세상은 반대로 화물트럭 운전자를 더 비난했다. 세상 사람들은 아무 죄 없이 까맣게 타 죽은 아버지의 억울함에는 관심이 없었다. 엄마는 우주에게, ‘아무 이유 없이 이 세상을 용서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그래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는 단단한 갑옷을 가진 울트라맨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진짜 강하고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엄마의 주검 앞에서 스스로 울트라맨이 됐다고 생각한 우주는 더 이상 세상이 두렵지 않다.

이 소설은 꿈 많은 소녀 우주의 상상이 빚어낸 여러 망상 속의 이야기와 차갑게 대비되는 현실 속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아울러 알코올중독으로 죽어가는 엄마가 우주에게 들려주는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 친구 메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서태지를 선망했던 힙합 세대로서 마치 소설 전반의 이야기를 하나의 랩 뮤직처럼 만들어 놓은 듯하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짧은 문장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소설이 마치 음악처럼 흐르고 있는 인상을 받게 한다.

빠른 비트로 이어지는 소설의 이야기가 결말 부에 도달했을 즈음 무방비로 이야기를 읽어나가던 독자들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우주가 감당해야 할 냉혹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우주는 믿었다. 원소 중에 최고는 바로 사랑이라고.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그것조차 설령 망상이고 착각일지라도.

청소년 소설이지만 작가의 반짝이는 사유가 빚어내는 인생의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소설가 편혜영 님의 심사평처럼 “저절로 자라는 것은 없다. 무엇이든 내놓아야 인생에 설득력이 생기는 법이다. 그리하여 때로는 친구를, 때로는 엄마를, 대개는 나 자신을 전부 내놓은 후에야 겨우 깨닫게 된다. 우리 삶에 울트라맨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삶의 근근한 동행은 그저 나 자신뿐임을.” 상기하게 된다. 슬픈 역설이지만 그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줄거리

아버지가 죽은 후 우주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버지는 화물트럭을 몰며 근근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지만, 포르쉐와 충돌 사고 이후 가해자 취급받으며 죽었다. 이후 엄마는 점점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우주는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친구를 폭행한 후 전학하게 된다.

전학 온 날 우주는 왕따인 메리를 만난다. 메리의 진짜 이름은 문형은. 우주는 점점 메리의 세계에 빠져든다. 메리는 비디오감상실의 딸이다. 그곳은 중고등학생들의 은밀한 성지다. 메리는 엄마에 대한 복수를 계획 중이다. 엄마가 가장 아끼는 화초에 락스를 부어 서서히 말라 죽게 만드는 것. 메리의 복수는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우주는 그 복수가 누구를 향한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메리 자신인가, 엄마인가, 아니면 세상 전체인가.

우주의 엄마는 아버지가 죽은 이후 천천히 시들어가는 중이다. 마치 존재 자체가 점점 투명해지는 것 같다. 메리와 우주 두 사람은 매일같이 환락송(정심 아저씨의 노래방)에 찾아가 정심 아저씨에게 단팥빵을 얻어먹으며 노래를 부른다. 메리가 부르는 ‘울트라맨이야’를 들은 후 우주는 울트라맨이 되고 싶다. 울트라맨이 되면 엄마를 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메리가 고양이를 죽인 다음 날, 메리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그 욕설과 비아냥을 우주가 오롯이 듣는다. 점점 메리와의 균열이 생긴다. 메리 없이 환락송을 찾아가 정심 아저씨와 홀로 남은 엄마들에 대해서, 구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우주는 깨닫는다. 메리를 구해줘야겠다고. 하지만 메리의 집에서 다시금 수치와 멸시를 느끼고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낀 메리가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정상적인 가정임을 확인하게 된다.

다음 날, 엄마의 시신과 우주가 발견된다. 우주는 조사를 받는다. 하지만 집중하지 못하고 홀로 상상에 빠져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우주가 눈을 감자, 죽은 엄마와 아버지, 메리와 자신을 스쳐간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말한다. "우주야. 사랑해." 우주는 다시 눈을 뜬다. 그러나 그의 앞에 있는 것은 무표정한 얼굴의 조사관뿐이다.

우주는 밖으로 나온다. 정심 아저씨만이 남아있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이방인들. 그제야 우주는 깨닫는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방인이었고 앞으로도 이방인일 것이다. 두 사람은 마주 선 채로 단팥빵을 먹는다.

추천평

《울트라맨을 위하여》는 성장의 대가에 대한 혹독한 비유로 가득한 소설이다. 성장은 가혹하다. 저절로 자라는 것은 없다. 무엇이든 내놓아야 인생에 설득력이 생기는 법이다. 그리하여 때로는 친구를, 때로는 엄마를, 대개는 나 자신을 전부 내놓은 후에야 겨우 깨닫게 된다. 우리 삶에 울트라맨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삶의 근근한 동행은 그저 나 자신뿐임을 - 편혜영 (소설가)
오래 혼자였던 사람만이 타인의 외로움을 알아볼 수 있다. 지독한 시선을 견뎌본 사람만이 이방인의 굽은 등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러니 이것은 발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멍 속에 스스로를 밀어 넣는 행위가 숨기 위해서가 아니라 ‘꺼내지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이 소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우리를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끝없이 말한다. “나를 안아주세요. 나를 살려주세요. 나를 그저 사랑만 해주세요.” - 안보윤 (소설가 )
이 소설의 인물들은 서로 갈등하다가 새롭게 이어져가는 성장 서사를 인생의 축도처럼 그려간다.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아싸’들의 삶에는 우주를 가득 채우는 허무가 출렁이지만, 그 이방인들의 삶에는 스스로를 항구적인 사랑의 울트라맨으로 세워가려는 아득한 꿈 또한 충일하게 번져간다. 소외와 아픔, 공감과 이해의 과정을 통증처럼 구축해간 이 아름다운 소설 앞에서 우리는 국외자들이 겪는 상처와 그것을 넘어서는 사랑의 카타르시스를 함께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단호하게 아름다운 ‘작가 신보라’의 문장을 강렬한 기억으로 품게 될 것이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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