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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녹색은 끝나지 않고
N이라는 복도 종이컵 나무와 까마귀 헤링본 스타일 아보카도 펭귄 꽃과 칼을 구분하는 방식 전진하는 고체 삭제되는 새는 스티커 얼치기완두 자화상 N’s 탐구 생활 1인용 메시지 2부 때로는 Π처럼 면접 연두 인사법 접목 이태원 연가 그림자 던지기 때로는 Π처럼 고무줄뛰기 스패너는 스패너이고 내연 보고서 회전 눈사람과 오늘 오래오래 비행 물의 유전 3부 우리는 접혀 있었다 이별 기어가고 피어나고, 여름 한여름 서빈백사에서 숨비소리 순비기꽃 ㅂㆍ롬밧 아름다운 썸, 동백낭 아래 안개 등대 곰배령, 안개 속에 숨다 까마귀 같은 걸 뒤집어쓰고 편애하는 심장 여름의 귓속말 동백이 익어 간다 4부 대답을 떨어뜨렸나요? 반짝 켜 두는 기호 하나 변태 몰두 그루밍 밤을 접은 새 머리에 꽃 오구 몬스터 노랑 달과 새와 로맨스 줄눈 스케치 배행 N’s 풍선껌 일방통행로 해설 당신을 향하는 태도 - 남승원(문학평론가) |
김영경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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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꼬인 심사만 가진 난 아보카도만 움켜쥐고
미움은 모방하기 아까운 부록이에요 뒤뚱거림을 잊어버릴까 아보카도에 어퍼컷만 날려 대죠 죽은 것을 한꺼번에 불러내는 물속엔 펭귄이 너무 많아 의자들이 넘어집니다 어퍼컷으로 날린 아보카도가 펭귄 발등에 떨어지네요 근처로 오세요 조금 더 가까이 발등을 찍은 모순을 부활시켜 볼까요? --- 「아보카도 펭귄」 중에서 양은 자꾸 울고 울기를 두려워하는 양도 있습니다 누나가 죽은 방에서 양을 키웁니다 양은 방에 남겨진 핏물 같고 핏물이 채워진 흰 꽃병 같고 방에는 꽃병의 목을 쳐 버린 칼이 있고 내 양은 목에 구멍이 많습니다 꽃이 드나드는 구멍이야말로 양이 정의로워지는 방식입니다 --- 「꽃과 칼을 구분하는 방식」 중에서 우수와 곡예는 사랑도 명예도 지나야 합니다 분필로 풀어 봅시다 흩어져 봅니다 흉내라도 낼까요 미세 먼지를. 반전은 없습니다 전진만 있겠습니다 신화로 써 보는 전진과 반전 인공 강우로 지워지는 신화는 곧 해체됩니다 신화는 쏟아지는 동안 잠깐 날개가 돋는 것, 일용할 내일은 뿌리입니다 자라는 구름 고체를 계속 진행하겠습니까? --- 「전진하는 고체」 중에서 녹색입니다 녹색을 지지합니다 녹색이 세상을 뒤덮기를 엄마가 녹색의 땅으로 돌아오기를 바람입니다 부풀어 오르는 엄마는 빵입니다 사실 엄마만 빼면 잃을 것이 없습니다 빵을 먹으려다 뻥을 먹습니다 녹색은 바람이 중요합니다 엄마면 다 좋습니다 완두는 다 좋습니다 계속 엄마이겠습니다 개인사입니다 뻥입니다 아름다울까요? 새롭게 매달려 보겠습니다 대롱대롱 강으로 최강으로 녹색으로 바람은 끝나지 않고 --- 「얼치기완두 자화상」 중에서 곧 가겠다는 말입니다 방금 왔지만 노랑에서 연두로 초록으로 다시 다크로 짙은 어둠으로 가겠다는 약속입니다 더 깊어지겠다는 다짐입니다 초록의 뿔에도 혈관이 있다며 분홍색 연구 따위는 관심 두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예쁜 것은 뽐내게 놔두라지요 연약한 아름다움 따위는 꽃에게나 뒤집어씌우라지요 단단해지겠다는 것입니다 무감각을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덕지덕지 벗겨지는 나무껍질 갈라지고 벗겨지고 바짝 말라서 안으로 안으로 동그랗게 말려 보겠다는 것입니다 모두 연두의 일입니다 당신의 감탄사 같은 분홍이 아닙니다 작은 연두색 인사에서 만사를 키웁니다 만사가 형통이라니요 --- 「연두 인사법」 중에서 흰빛으로 각자의 눈사람을 만든다 각자의 묘비명 앞에 세워 둘 오늘의 주어를 찾아서 녹지 않는 주어를 뭉치면 어두워지고 흘러내린다 완성된 눈사람이 길을 잃는다 눈사람은 리턴이 가능한가? 흰빛이 사라진 곳에 온종일 눈이 올 것이다 --- 「눈사람과 오늘」 중에서 푸르게 넘실대는 바람 없어서가 아닙니다 않겠다는 것입니다 햇살 없이도 혼자 붉힐 줄 압니다 해는 깃털을 반짝이게 하지만 낙의 몫은 아닙니다 푸른 보리밭이면 족합니다, 비행은 낙이 아니니까요 익지 못한 채 아름답습니다만 또 까마귀 타령입니다 누런 봉투 같은 걸 뒤집어쓰고 톡 떨어지는 바람입니다 낙과 같은 이름을 뒤집어 들고 날지 못한 채 아름다워져 버린 깃털입니다 --- 「까마귀 같은 걸 뒤집어쓰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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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여름의 귓속말이 좁고 긴 방향으로 길을 내었다 기어가고 피어나고, 서툴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어딘가에서 한 번쯤 겹치기를, 2025년 9월 섬 안의 섬 김영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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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첫 시집에는 기성의 사회가 구축해 놓은 그럴듯한 함의로부터의 일탈을 꿈꾸는 날카로운 뿔이 돋아 있기 마련이다. ‘첫’이라서 갖는 순수와 열정 때문임이 분명한 이때의 분연한 돌연함은 타협을 모른다. 김영경의 첫 시집에 솟은 뿔 역시 기존의 질서가 이루어 놓은 거대한 성城과 맞서고자 하는 일종의 언어적 투석전을 방불케 한다. 도무지 깨질 것 같지 않은 대상을 향해 그의 팔뚝에서 무수히 많은 날 선 돌들이 날아오른다.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를 무모함을 새로움을 향한 무한한 도전으로 바꾸어 낸다. 이 과정이야말로 시인이 이 세계를 이해하는 태도이자 개성적 미래를 꺼내 놓은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경의 첫 시집 『얼치기완두 길 잃기』는 이번 도전의 자세를 여실히 드러내는 선언이 아닐까. 화자의 페르소나로 읽히는 “N”이 ‘복도이자 복도주의자’가 되어 “얼굴이 알루미늄처럼 찢어지”(「N이라는 복도」)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이유, “찢어지기 위해서”(「면접」), “넘어져 보는 중입니다”(「헤일본 스타일」) 등에서 보여 주는 투석전의 양상은 그가 세상을 향해 들이미는 뿔의 형상임이 분명해 보인다. “눈이 가장 어려웠다”(「N’s 탐구생활」)는 시인의 고백처럼, 어떤 싸움이든 피할 수 없는 상처가 남게 마련이다. 이 세계를 향한 투석전이기에, ‘첫’이라는 미지라서, 특히 미덥지 못한 자신에 대한 의심 때문에라도. 그러나 오늘을 치받는 자체로 아름다운 뿔이 없다면 내일 또한 없을 것이다. 모든 첫 시집에서, 특별히 『얼치기완두 길 잃기』에서 김영경이 던지는 무수한 돌들을 통해 우리가 처음 시를 마주하던 그날의 눈부심과 마주하게 되기를 바란다. - 임재정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