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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혼자 버스 노선표를 보고 있다
의자 하늘타리 녹슨 손의 봄 세 잎 클로버 나비잠 지심매기 곁 두더지게임 손 흰 길 파꽃 무지개 하우스 흙손 도꼬마리 2부 함께 고개를 숙인 오후 한낮의 소나기 달맞이꽃 비늘 금기어 논둑에서 짚 연두 강아지풀 삼발이 초심 오목눈이 밤길 사랑방 고구마 3부 가을이 흩어진다 약손 벼들의 합창 천일염 참깨와 소나기 마중 모래섬 샤워 손맛 바랭이 이모들 달래기 폭설 후 조각배 곰방부리 경운기 이방인 4부 누군가 다녀간 듯 당신의 발걸음 능소화 피는 집 새마을 점방 텃밭 노간주나무 풀이 된 당신 겨울밤 겨울과 나는 잠시 휴전 중 멀쩡한 자리 놔두고 딱새 누군가 다녀간 듯 흙숨 남평 오일장 드들강 해설 녹슨 몸과 어둠으로, 기어코 다음 계절로 -조성국(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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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하루도 쉬지 못하던
그 손길 쇠끝마다 슨 녹은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시간의 가루다 (중략) 가자, 밭으로 가자, 봄으로 내가 녹슨 몸을 끌고 가는 것인지 녹슨 몸이 나를 이끄는 것인지 ---「녹슨 손의 봄」중에서 날개를 살며시 펼치다 접고 나비가 잠드는 동안 밖은 안 같고 안은 밖 같은 정오 비로소 환한 밭이 스르르 녹아든다 ---「나비잠」중에서 벌이 담아 가다 흘린 씨앗이 익자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모으며 웃는다 며칠 후면 땅에서 푸른 별이 솟을 것이다 ---「파꽃」중에서 둑방 교각 아래 밧줄에 묶인 낚싯배 물살이 슬쩍슬쩍 건드린다 같이 가 보자고 풀리면 어디든 간다고 ---「조각배」중에서 풋고추 농사 다 끝내고 맞이한 겨울 나도 이제 그 나무 앞에 서서 빈 가지를 바라본다 드들강 곁 평산리 팽나무와 나 이 고요한 겨울 속에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이 올 것 같다 ---「겨울과 나는 잠시 휴전 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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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은 하루의 숨을 고르고
나는 흙 묻은 손을 털며 조용히 서 있는 나 자신을 만난다 노을이 강물에 내려앉는 시간 2026년 여름 김황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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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地心을 탄주하는 풀빛 애가, 꾸밈없는 그의 노래는 너무 맑아서 아프다. 김황흠 시인은 흙이 쉬는 숨을 알고 있는 시인이다. 강가에 자라는 풀들의 이름을 다정히 부르며 풀들과 벗하는 시인이다. 풀을 뽑다 뽑힌 가랑파 한 포기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논둑길에 올라오는 풀에서 떠난 아버지를 보는 시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에서는 풀 냄새가 난다. 흙냄새, 강물 냄새가 난다. 사람이 입으로 먹는 음식과 눈으로 보는 풍경은 그 사람의 몸을 만들고 마음을 만들고 영혼을 만든다고 했던가. 그가 먹고 마신 것과 보았던 들녘과 강을 오롯이 담아 낸 시의 행간에서는 풀빛이 흐르고 물빛이 흐른다. 시를 읽다 보면 피돌기를 따라 흐르는 그 빛으로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원인 모를 허기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지구별 곳곳의 맛집을 찾아 시그니처 메뉴로 존재의 허기를 채워 보지만 버석거리는 마음 좀처럼 가시지 않을 때 연둣빛 영혼으로 탄주하는 이 노래를 들어 보라 권하고 싶다. 어둠이 마중 나와 주는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기다리고 있는 외로움과 맞닥뜨리기 싫어 느리게 하루의 짐을 벗는, 그럼에도 고향의 흙을 떠나지 못하고 사는 시인, 그는 오래도록 풀빛 풍경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 - 김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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