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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대지의 한 호흡으로
잠시, 산다 빨간 지붕 첫눈 야나르타쉬 궁리 펼친 페이지 블라인드 케이브 카라신 흑점 함성 속에서 승부는 엇갈린다 안데스콘도르 말발도리 바람의 집 불안 낡은 집 남겨진 죽음들 2부 내일이 내 일 아니라고 사무처장이 잘렸다 아도 무카 스바나아사나 물꼬 스러지는 것을 어떻게 할까? 침묵 침묵 침묵 침묵 침묵 침묵 외래 대기실 단백질 하나만 바꾸면 그것은 광고처럼 보이기도 캐리커처 아웃복싱 3부 있기도 하고 있지 않기도 해서 나무, 새, 바다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 못갖춘마디 먼지가 되어 가는 배들이 있어요 비 무슨 지구를 세로로 돌아오는 계절 잠시, 죽는다 거울 고라니 도미노 민달팽이 살모사 나무늘보를 보러 갔다 비무장 지대 4부 세상이 온통 한 가지 색으로 내일은 새 사하라 메멘토 모리 라이브 소파가 되어 가는 기분 꺾은 작약을 뒷좌석에 꽂아 두고 보며 감탄하다 임항선 토마토와 비닐 해안선 주의보 회유 참외와 공벌레 해설 ‘잠시’의 세계를 건너는 존재들 -김지윤(문학평론가) |
서연우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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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고 있는 커튼 뒤의 세계, 내가 보이는지 묻고 싶었던 이 세계, 자기 자신을 알아보게 될 때 죽게 될 것이라는 말은 뜻하지 않을 때 뒤돌아보는 것, 전생의 내가 몰래 숨어들어 이생의 내가 누구인지 알 때까지, 나는 잠시 대지의 한 호흡으로, 있다
---「잠시, 산다」중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재조차 없는 누천년 쌓인 시간, 두리번대는 다음이 다음을 부르는 인제 그만 가자고 할 때 바라보다 바라보다 주저앉아 반쯤 불이 되어 버린 그 옛날 엄마처럼 팔을 이끄는 야나르타쉬 여기가 제자리라고 타도 다 타지 않는 돌의 모양을 하고 나는 여기에 와 돌의 속을 염두에 둔다 ---「야나르타쉬」중에서 너와 나 사이에서 우리는 있는 듯이 없고 나와 너 사이에서 우리는 없는 듯이 있다 나는 너로 인해 끝날 것 같지 않은 불안을 말하지 못했다 (?) 동굴의 시간 보이는 사람에게는 있고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없는 벽처럼 기도하지 맙시다, 블라인드 케이브 카라신 아프게 아름다운 꽃들 앞에선 눈을 감아 버리듯 ---「블라인드 케이브 카라신」중에서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라는 멘트가 흘러나오고 오늘 아침이 시작된다 어떤 징후는 거리가 되고 노래가 되고 내 안에 나무가 시동을 켠다 이제 어떤 잎이 먼저 단풍 드는지는 시간차 공격이다 발라드의 속도로 벚나무 잎이 먼저 시작한다 잎이 뛰어내린다 죽을 듯 살 듯 단풍이 들기도 전에 뛰어내리기도 하고 단풍이 이쁘게 들어 뛰어내리기도 한다 ---「스러지는 것을 어떻게 할까?」중에서 이제는 노래하자 우리 그래, 노래는 죽을 때 부르는 것이다 나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 너는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제 발로 나간 사람이 제 발로 들어온다 무덤, 어느 날은 길게 어느 날은 짧게 문들이 조금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고 선생님은 어디 계시나 노래는 죽음에 대해 죽음은 노래에 대해 그 크기를 재지 않는다 ---「침묵」중에서 배우같이 그리지는 마세요 서로 다르게 흐르는 한 호흡으로 나는 당신에게서 나를 보고 당신은 내게서 당신을 봤을까, 싶네요 우리는 어떤 얼굴로 마주하게 될까요 마주 보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서요 나, 이제 놀라야 합니까 당신에게서 내 얼굴을 하나 가져갑니다 원래의 얼굴은 두고 갈게요 ---「캐리커처」중에서 차단기가 원래의 자리로 올라가고 무관심의 균형이 깨졌다 알람에 갇힌 주변의 속도가 미처 한번 쳐다볼 새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제와 똑같은 햇빛 멈출 이유가 사라졌다 나도 다시 달렸다 서로 문을 잠근 채 서로 할 일이 많아 자신의 유령을 끌어안고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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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우리, 좀 걸어 볼까? 공부가 깊을수록 세상 모든 일이 모를 일이다. 오래 걸어 공부를 대신할 수 있다면 좀 더 걸어 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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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의 표지를 “커튼”처럼 펼치면 “아이의 얼굴”을 하고 두 번째 생을 시인으로 사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랑일지 상처일지 “전생”처럼 “숨죽이고 있는” 시간과 “꽃들이 부서져” 있는 지난봄의 기억. “이생의 내가 누구인지”를 “전생의” 내게 들킬 때까지 “잠시 대지의 한 호흡”(「잠시, 산다」)으로 살아가기. 이 시집은 그 과정의 손길로 가득하다. 인간의 도시가 나타났다 사라지도록 “바위틈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야나르타쉬」)을 수집하는 시인의 시선은 “나무는 나무를 벗어나지 못하고 앵무는 앵무를 떠나지 못하”(「궁리」)듯 서로 결코 떠나지 못하는 이생과 전생을 본다. 서연우의 시선은 여러 개의 시공과 일상과 비일상을 선형으로 잇는다. 시 속에 출현하는 “블라인드 케이브 카라신”은 시인에게 ‘시’라는 아픈 표상 같다. ‘테이레시아스’는 서연우가 생각하는 시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 보이지도 않는 슬픈 눈으로 시인은 부단히 일상 속 시간의 병든 마디를 더듬는다. 그리고 반드시 ‘본다’, 보고야 만다, 오로지 ‘시’라는 감각의 렌즈를 통해 투시한다. “한 소녀가 또 사라”(「불안」)진 그 ‘빈자리’들을 선명히 ‘본다’. 우리는, “외래 대기실”에서 함께 “두려움을 껴안고”(「외래 대기실」) 앉아 있는 한 시인을 만나게 된다. 유독 병든 곳을 살펴보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이 시인이 가진 힘센 호기심이다. 그런 ‘한 사람’을 만나려면 바로 이 시집을 펼쳐도 좋다. - 김중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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