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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흔들리는 눈망울 위에
김주대
걷는사람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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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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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언제나 어머니 상처에 돌아갈 수 있을까

겨울 우포
제비 가족
마음
천리안
모계 유전
두 마리
인사
개기 일식
꽃상여
아버지 그 어린것이
남자가 없어야 여자가 편하지
귀신
종의 기원
팽조가 되시려는가
여자의 친구는 누구인가

2부 모든 흔들리는 눈망울 위에

소용돌이
탁본
유류품
10시 25분
10시 25분 2
화분이 지킨 자리
2025. 12. 13.
장면
응원봉을 사야겠다
먼저 죽고 오래 산 사람
착취의 평범성
못과 몸
비밀번호
우리찌리
터미네이터 액체 로봇

3부 마음 잡을 수 없는 날에는

줏대 없는 사람

멀뚱멀뚱
괴산 버스 정류소에서
신기하고 좋은 일
상주 시외버스 터미널
잠복근무
마음이 뿌듯해졌다
오병이어
오래된 안부
눈물이 어데서 마르도 않고
능소화
가슴속

4부 너희들은 왜?

신발
송이
백 년 동안 이어지는 전쟁
인민군여성동맹 위원장의 입
어항
어여
풀밭과 풀벌레
명당
영혼
기다린다는 것
개나 소나 쓰는 시
13인의 대법관에게 고함
어버이날

5부 돌 하나 들고 집에 와서

첫눈
유채꽃
작약
봄 마중
봄밤
동백나무 수목장
어느 고양이의 죽음
나를 위한 변명
바다가 되어 가는
청명과 곡우 사이
돌비 시스템
꿈꾸는 사람들

돌탑

귀향 의지

해설

상처를 열어 만든 비상구
-이병국(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어머니로 알고 자랐다. 1985년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최루탄 연기 속에서 시를 배웠다. 1991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2014년부터 시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언어로 전부를 포획할 수 없는 실재는 가끔 감각적 이미지에 의해 확연해질 때가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문인화를 그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꽃이 져도 오시라』 『도화동 사십계단』 『그리움의 넓이』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시인의 붓』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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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76g | 125*200*8mm
ISBN13
9791175010604

책 속으로

미간에 굵은 주름이 있고
목이 벌건 아버지는
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었다가 죽었다
그 후로 나만 나이가 들어
아버지가 되었고
죽은 아버지 나이를 한참 지나 생각하니
아버지는 평생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사람
그 나이에 뭘 안다고 가정을 이루어
자식을 걱정하고 고향을 그리며 살았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젊은 것
얼마나 힘들었을까
인생 더 산 선배로서 생각하니
죽은 아버지
그 어린것이 짠하다
--- 「아버지 그 어린것이」 중에서

불구를 끌고 다니며 구한 일자리 첫 월급으로 두부를 사 들고 아픈 아들 누워 있는 집을 향해 걸어가던 늙은 아비 절뚝거림 위에 한숨 위에 10시 25분 처진 어깨 더 아래로 내려앉고 절뚝거리던 다리 꼿꼿해져 뛰기 시작하였고 건배를 위해 들었던 팔은 떨어지고 웃음이 사라지던 충격과 공포 위에 세상 모든 10시 25분의 흔들리는 눈망울 위에 2024년 12월 3일 10시 25분

비 상 계 엄 이 선 포 되 었 다
--- 「10시 25분」 중에서

시민들이 쌓아 올리는 바리케이드 위에
여의대로 아스팔트로 흘러드는 인간의 파도를 바라보는
10시 25분에

유일한 희망 국회로 몰려든 시민들의 아우성 위에
총소리와 죽음을 비추기 시작하는
순식간에 켜지기 시작한 촛불 위에
10시 25분에
--- 「10시 25분 2」 중에서

시위 장소로부터 다소 먼 여의2교 너머 영등포 옆 카페에서 나온 어린 연인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서 걸었다 야광 응원봉을 가방에 단 남자는 손을 코트에 찔러 넣었고 남자의 팔짱을 낀 여자는 야광 응원봉을 오른손에 쥐고 나풀댔다 (·······) 응원봉도 없이 어기적어기적 율동을 따라 하면서 슬픈 마음을 가눌 길 없어서 더욱 큰소리로 윤. 석. 열. 탄. 핵. 을 외쳤다 이상하게 슬프고 기쁜 항쟁의 밤 주말에는 나도 야광 응원봉을 사서 나가야겠다
--- 「응원봉을 사야겠다」 중에서

택배 청년이 문 앞에 물건을 던져 놓고 택배요 소리치며 벨을 누르고 달아난다 계단 뛰어 내려가던 발소리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느닷없이 끊긴다 놀라 나가 보니 택배 청년의 몸뚱어리가 계단에 쏟아져 있다 비슥이 돌아간 머리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끙끙 소리를 내는 다리 나도 모르게 손 내밀어 부서진 허리 한 움큼 잡아 주는데 팔이 흘러와 손을 떼어 낸다 물방울 같은 파편들이 저희끼리 서로 끌어당기며 모여든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끈끈하게 뭉쳐진 사람 모양 쇳물 덩어리가 물에서 나온 개처럼 온몸을 한번 털고는 천천히 일어서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검은 쇳물의 어깨가 출렁인다
--- 「터미네이터 액체 로봇」 중에서

너희들 판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될까 봐
땅 파고 농사짓는 일, 바닷바람에 살점 파 먹히며 물고기 잡는 일, 공장 돌리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너희들 고운 손 깨끗한 피부로, 더러운 손 다친 사람 생각해 달라고
영하 20도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농성하는 일은 우리가 하였다
너희들은 판결에만 전념하라고
비린내 나는 생선은 우리가 팔고
육중한 기계음 들리는 공장 컨베이어 벨트는 우리가 지켰다

(·······)

그런데 너희들은 왜?
너희들은 왜?
한겨울에 우리가 떨며 그렇게 울었는데도
아이가, 엄마가, 딸이, 아들이 그렇게 죽어 가는데도
그런데 너희들은 왜?
너희들은 왜?

--- 「13인의 대법관에게 고함」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12년 동안 웅얼거리기만 했던 말들에
신을 신겨 길에 내놓는다

먼 길 가다가 배고프면 제 살 깎고
제 살 파먹겠지

어느 날 길에서 혹시 다시 만나면
안아 주고 싶은 말들

간절하게 평생을 살았던 고향 사람들
광장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싸웠던 사람들

그들의 입을 빌어 어수룩한 시집을 내놓는다
2026년 봄날
김주대

추천평

머리가 아닌 몸(행동)으로 세상을 통과하기란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천품天稟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 시들은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자의 흠씬 젖은 무럭무럭 훈김이 오르는 몸이다. “아버지는 평생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사람/그 나이에 뭘 안다고 가정을 이루어/자식을 걱정하고 고향을 그리며 살았을까/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젊은 것/얼마나 힘들었을까”(「아버지 그 어린것이」) “얼매나 소리를 질렀는동 목구멍에 피가 솟고 마을 사람들이 해똑 다 모있지 그카고 까물씻지 하매 오래됐잖아?”(「귀신」) 내 어린 아버지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저절로 솟구치는 마음을 부접하기 힘들었다. 모든 너나 나의 어버이 되는 것들은 그렇다. 모욕과 수치와 노동을 온몸으로 감내하면서 새끼를 키워 낸 부모는 물려줄 유산도 없이 제 살 발라 내어 먹어라 먹어라 입에 넣어 주지 않았는가. 가난하고 서러운 어버이들의 새끼로 자라난 우린 그래서 사람살이가 뭐가 옳고 그른지 분명히 안다. 미증유의 슬픔과 사건들을 향해 돌진해 가는 김주대의 시들은 자본에 거세된 지금의 세상에 화염병처럼 날아와 깨진다. 세상은 거꾸로 몇 번이나 공중제비를 돌고 백년하청이지만 이토록 험하고 아름다운 말을 나는 아직 들어 본 적이 없다. “거울 속에는 잿밭산 험한 묏자리 아버지 썩는 냄새가 난다”(「종의 기원」) 송진권 시인 - 송진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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