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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박골 포도꽃들이 앙등할 낀데
김연화
걷는사람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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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여나 나아 줘서 고마배여

보리까끄래기 도리깨질한 날
엄지호박
버버리가 통시에 빠진 날 1
버버리가 통시에 빠진 날 2
버버리가 통시에 빠진 날 3
버버리가 통시에 빠진 날 4
부지깽이 씨래기 끼리는 날 1
부지깽이 씨래기 끼리는 날 2
고무신떼야네 1
고무신떼야네 2
자두씨 젖몽우리
새그러분 사과
그 여자 산山이 오매 1
그 여자 산山이 오매 2
그 여자 산山이 오매 3
그 여자 산山이 오매 4

2부 우리 꽃 따러 가재이


숲페마을에 사과꽃 활짝
오빠야 다 댔나
오빠야들 다 밨나
메타세쿼이아 댓잎 바람
개박골 포도꽃들이 앙등할 낀데
관아골 막국수
호박 잎사구
고마버여
서리태 콩알들아
봉명에너지 1
봉명에너지 2
김천 장날 55번 버스
틀니 속에 핀 파꽃
직지사 골짝 박수지미
기름 토마토
자두, 그 붉고 푸른

3부 니 시아바이 무덤에 가서 달라 캐라


불타는 주꾸미
원룸에서 만두 시켜 먹기
샤인머스캣과 염색제
코로나에 걸린 오르페우스
캐리어 가방 속에 사는 목격자
육교가 있는 엘리베이터
신리천을 걸으며
툭, 뼈 한 잎
바지락 귓속말 듣기
농섬으로 가는 길
소금 굳은살
해국사 고무신
섬에서 길을 잃다
만지도 여자
봉분을 씻다
구절초

4부 수많은 울음 속에서 나를 찾는 게 아닐까


구름과 강물 사이, 비내섬
붓의 끝
밥알, 가지 끝에서 뿜어내는 소리
네온 꽃
주름치마 계단에 서 있는 나무에게
화엄사 풍경
수도리 무섬마을
배롱나무 신방
대통밥
바다에서 딸에게
개구리울음
반지
봄꽃 어망 풀어 주기
수납당하다

자미의 별서

해설
삶의 구체성과 ‘새그러분’ 입말
- 김효숙(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월간 《현대시》 편집부에서 근무했으며 2018년 《시와 표현》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화성작가회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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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84g | 125*200*10mm
ISBN13
9791175010338

책 속으로

우리 어머니 보리타작하다가 날 낳으셨다네
음력 유월, 오후 세 시와 땡볕 사이
울 할매 다섯 번째 손녀딸로 태어난 나

사촌 언니들이 신기하여 안아 주면
울 할매 얼라를 뺏어다
윗목에 휙 밀어 두었다지
디지든가 말든가 냅뚜부리
(중략)
저녁 가마솥 보리밥 끓어오를 때
어머니 서둘러 밥물 서너 숟가락 떠먹였다지
무라 쌔이 무야 산데이
꼼지락꼼지락 얼라가 살아났데이
해 넘겨 출생 신고해도
아, 나 정말 태어났다네

땅끝순례문학관 들러 녹우당 보리밭 길 걸었네
일렁이는 보릿대 고랑 사이로
구미 봉곡 조아실버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핸드폰 카메라 렌즈에 일렁이네

오매 이래 날도 뜨거분데 여나 나아 줘서 고마배여
--- 「보리까끄래기 도리깨질한 날」 중에서

아고 허니야? 하늘로 가더마 영 안 니리 오네
쎄이 니리온나
아따 엉기나여 고마 왜캐여, 니들 다 보고 있다
몬 니리가여 여서 지끼께
(중략)
근디 딱 한 가지 아쉬분 기 있는 기라
요 하늘에 있응께 못 하잔어
먼데?
텔레비전 프로에 거 머더라 나의 지난 이야긴가 먼가
내 통시 빠져 뿐 거 방송하러 나가야 하는디
아이마 소설로 써야 대는디
고걸 못 하고 올라와서 아까바서 어짤 기고

걱정 마라 허니야 니 통시 빠진 이야기
내 시집 내서 전국 방방곡곡 알려 주꾸마
--- 「버버리가 통시에 빠진 날 4」 중에서

아부지 초상을 치르느라 보름달이 제일 부산스러웠지

고등학교 2학년 때, 여동생이 다섯 살 아래
아부지 막걸리 농약 위세척하려고
김천 도립병원 빨리 택시 태우려고
기찻길 공굴 밑으로 종종걸음 쳤지

아부지를 니아까에 겨우 싣고
나는 끌고 동생은 밀었어
아부지가 오래전 객사한 영감님 시신을
실었던 바로 그 니아까
(중략)
마을 길을 첨으로 새마을 운동 아스팔트를 깔았지
채 마르지 않은 아스팔트 니아까 바퀴 두 줄
시퍼런 멍 두 줄이 내 심장 깊은 곳에 아직도 남아 있다
--- 「부지깽이 씨래기 끼리는 날 2」 중에서

자색 육각형 앉은뱅이 밥상에 포도송이처럼 식구가 둘러앉았네 닳고 벗겨졌지만 반들거리는 덩굴손은 소담스러웠네

은옥 언니는 그것이 좋아서 수시로 꽃다지, 쑥, 냉이를 소쿠리에 담아 왔네 소꿉놀이 그 시절이 쑥쑥 자라 이제는 포도나무도 어쩌지 못할 나이가 되었네

언니야 개박골 포도밭 새순 피었데이, 우리 꽃 따러 가재이 인자 노란 꽃 녹색 꽃들이 앙등할 낀데

박새가 포도 한 알 콕 찍어 놓은 언니의 보조개가 이뻤네 그녀가 김천제일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날, 은퇴한 늙은 의사는 연초록 포도 줄기 같은 은옥 언니 심줄을 마구 찔렀네 흰 봉지로 포도송이 씌워 놓은 듯 검붉게 짓물러진 눈물이 굳어 가는 것이 보였네
--- 「개박골 포도꽃들이 앙등할 낀데」 중에서

배달이 밀려 학교 기작하면 기사들이 교대로 태워다 주며 하는 말
문학 공부는 왜 하는지? 시를 왜 쓰는지 걱정이다
컴퓨터나 이런 공부를 해야 취직이 잘 되는데

학교 수업 마치면 버스를 타고 곧바로 또 석탄 야적장으로 온다
늦은 저녁 겸 야식 라면은 꿀맛
직장을 잃고 부천에서 온 영선 아저씨
멋진 시인 되시게 그런 의미로 라면 한 젓가락 더 줄게
--- 「봉명에너지 1」 중에서

성의여고 화예, 김천고 송설의 맥향
중앙고 향목, 성의고 원색, 김천여고 명록, 한일여고 나래
김천 시내 문예반 학생들이 문화원 시화전 관람하고
김천 삼각 로터리 지나 맘모스빵집으로 모였다

자두금 얼마 받았노
날은 뜨겁고 열매는 실하니 조아여
자두금이 파이라
히안해여 공판장 소장이 바낀 거라
아랫장터 버스 정류장이,
시끌벅적 김천 장날이
55번 버스로 옮겨 섰다

버스 안은 마카 술 냄새로 가득이다
낯익은 목소리도 들렸다
아버지가 술기운에 벌소리를 크게 지끼고 계셨다
버스 안내양 조용히 하라고 짜증을 낸다
말바우 재석에 사는 문예반 남학생들도 있는데
나는 너무 부끄러워 차창 너머 초록 들판만 바라보았다

김천에서 구미가 종점인 55번 시내버스
무실 삼거리 지나 용시 용신촌에서
시골 아지매 아재들 하나, 둘 니리고
버스는 초실에서 내려야 할 아버지와
해거름녘을 싣고
대신역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 「김천 장날 55번 버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저 물살 속
상처를 뭍으로 밀어내듯

감천내에서 초실내로
새그러분 사과가 막걸리 양재기에
동동동 떠내려오는

또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그런 일상은 없을 거야
마지막과 일상은 늘 함께였음을

2025년 가을
김연화 안젤라

추천평

평안북도 정주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지요? 위치는 지도를 찾아봐야 알 수 있지만 소설가 이광수, 시인 김억과 김소월, 그리고 백석을 배출한 고장임을 알고 있습니다. 정지용 하면 옥천이요, 김영랑 하면 강진이지요. 경북 김천 하면 시조 시인 정완영, 시인 문태준, 소설가 김연수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제 여기에 김연화 안젤라를 넣어야 합니다. 마침 김천시 교동 연화지蓮花池에 연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김천이란 작은 도시의 사연과 자연, 풍경과 풍속,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과 꿈, 인심과 산물, 사투리와 표정이 포도, 자두처럼 싱싱하게 살아 있는 이 시집은 김천이라는 도시의 역사에 새겨질 것입니다. 그 땅에서 그렇게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이 그대의 심금을 울릴 것입니다. 언어의 미세한 울림과 떨림은 김연화 안젤라 시인만의 것입니다. 삼산三山(황악산·금오산·대덕산)과 이수二水(감천·직지천)의 고장이 오랜만에 훌륭한 시인을 낳았습니다. 시집을 읽어 보니 김천에 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칩니다. 백수문학관과 직지사, 제 모교인 중앙초등학교와 성의중학교, 그리고 저의 본적지인 김천시 성내동 210번지에도. 김천의 풍속사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김연화 안젤라 시인에 의해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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