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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는 여기 있고 나는 지나갔다
4월 6월 29일 타워크레인 든 통조림 거울 보는 사람 유령 황색 트렌치코트 못 배웅 죽음의 생애사 실러캔스 0.75평 지원의 얼굴 구의역 2부 너의 세계에 없는 것을 설명할 필요 없어요 애플파이1 애플파이2 파트라슈 한 소년이 살았네_허들 한 소년이 살았네_call me 한 소년이 살았네_프롤로그 한 소년이 살았네_홍콩야자 표정 개미의 마음 자유, 낙하 계속해서 여름 오리와 무중1 오리와 무중2 오리와 무중3 3부 누군가 새다 소리치지 않아도 태양 가득 오후가 빛나고 있네 페이스트리 물고기 유령 퍼레이드 명치 허공의 새 숨 슬픔의 연대 차가운 것을 손에 잡았을 때 개의 마음이 되어 아가미 수족관 틸드 영원 이야기 냉장도 ㄷ, 4부 베지 못한 것이 남아 종일 사랑을 한다 빛과 어둠 뜨거운 미래 나무 살구_나무 단풍놀이 국수 말과 관객 뉴타운 우리가 함께한다는 말 당신은 도를 아십니까 투명한 입 잠 흐르는 글씨 알의 전설 지옥으로 하강 신발 속의 돌 해설 ‘듣는 자’의 말하기, 혹은 과거로부터 미래를 발굴하기 - 임지훈(문학평론가) |
우은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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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공원 벤치에 앉았다. 몇 개의 가방을 갖고. 그동안 너무 많은 가방에 매달려 있었다고 자책하며 쓰고 남은 날씨와 기념일을 바닥에 버렸다.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일어설 수 없었다. 가방과 몸이 부딪히고. 바람에 갇혀 발광하는 비닐을 바지 속으로 밀어 넣으며. 과거가 지나가도록 몸을 움츠렸다. A는 벤치 아래에서 잠들었다. 두꺼운 옷을 입고 겨울과 한여름을 잠으로 보냈다.
A는 빗속에서 눈을 떴다. 점점 빗방울이 굵어졌다. A는 측정할 수 없는 어둠을 보았다. 경계를 넘어가는 혼란스러움, 색깔이 스며들었다. 날씨의 물속에 가라앉으며 점차 자신이 사라지는 장면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누군가의 어둠을 녹여, 움직일 때마다 생기는 그림자로 자신의 인생을 완성했다. --- 「죽음의 생애사」 중에서 구멍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어 누구도 갈 수 없다는 홀 얘기를 하려는 걸까 열병식을 마친 군대가 광장을 가로지른다 인간이 어떻게 박자를 맞춰 걸을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같은 길을 걸어간다 왜 저것은 신의 길이 아닐까 사과나무는 꽃을 피우고 지게 만드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 「애플파이2 - 오지 않는 여름」 중에서 아침에 문을 열면 불타오르는 무중의 미래가 문 바깥에 놓여 있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서 오리는 안도했다 무게의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 삶이라면 깃털이 되고 싶었다 오리는 들것에 실려 지나가는 빛을 보았다 휴일 저녁 호수 벤치에 앉아 낯선 목소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먹다 두고 온 마음이 탁자 위에서 말라가고 있을 텐데 오리는 일어나 걸었다 촘촘하게 무너지는 빛을 밀치며 무엇을 해도 지나간 것이었다 두려울 것은 없었다 나아갔다 --- 「오리와 무중3」 중에서 어둠을 움켜쥔 나뭇잎이 흔들린다 난간에 앉은 소년의 운동화가 흥얼거린다 노래가 흘러간다 나무를 벗어난 숲에서 소년이 놀이터의 무표정을 내려다본다 울음 고인 시선을 벗겨 내면 물속은 고요하고 소요하다 일요일은 너무 착하고 모두 티브이 소리를 크게 줄인다 한낮이 가면으로 웃는 것을 지켜본다 시간이 발가락 수를 세면서 어둠을 살핀다 --- 「자유, 낙하」 중에서 문을 찾으러 간 이는 모두 죽었지. 너는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지옥에는 여전히 문이 있고. 문을 찾으러 간 사람은 모두 그곳을 지나갔다. 자신의 발을 찾으러 간 사람만 아직 여름을 살지 않는다. --- 「계속해서 여름」 중에서 소년들이 소리 없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지. 무슨 소리가 났는데. 세상이 망하려는 걸까, 소년 둘이 두려운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두리번거렸어. 소리 없이 삐걱 문이 흔들렸고. 아주 먼 곳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ㄷ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어. 국경 너머는 전쟁 중이고 순한 표정을 한 죽음이 쌓여 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 소년이 다시 성문 밖을 살폈지. 그때 마침 혀의 온 마디가 꺾인 시체 한 구가 말에 매여 성 앞에 서 있었어. 말을 잃고. 말을 흘리고. 어떻게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지. 고요가 흘렀거든. --- 「ㄷ,」 중에서 죄를 저지르고 서로 모르는 인간들끼리 하하호호 각자의 등에 죄를 묻히며 두리번거리며 오는 가을에게 못 올 데를 온 것도 아닌데 어깨 펴 많은 색깔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세계 너는 중얼거리고 전생을 흘리며 죽어 가는 것들 사이를 고요히 지나가는 생들 인간은 감탄하며 바라보며 --- 「단풍놀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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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너와 친해지고 싶어 너와 보고 싶은 세계 같이 느낌의 공간을 만들려고 시작한 일 좋아하는 마음을 멈춘 적 없어서 한 사람이면서 여럿, 하나면서 여러 이름이 있었던 사람, 언젠가 없을 사람들을 부른다 나에게 많은 건 망설임 이렇게 말해도 될까? 묻고 또 묻는 마음 ‘나의 집에 와서 따듯하게 데워진 언어를 마시자’ 2025년 10월 우은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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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다 주워 온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침대 언저리에 놓아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보는 사람이 쓴 시에, ‘돌, 나무, 바람, 달빛’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은주 시인의 시어에는 그가 품고 있는 이런 ‘살아 있음과 없음의 중간 어디쯤’에서 건져 온, 돌과 나무와 바람과 달빛의 ‘말’로 가득하다. 돌과 나무와 바람의 말들은 빛과 어둠을 뒤집곤 하는데, 시인의 어둠은 하얀 찹쌀떡 안에 들은 팥앙금, 빛은 그 어둠을 감싼 하얀 찹쌀떡과 같다.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팥앙금 찹쌀떡을 한입 베어 문 것처럼, 빛과 어둠이 뒤섞여 낮과 밤이 전복되고, 공간의 안과 밖은 뒤집어져 예상치 못한 구멍Black Hole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고생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육지로 올라오지 못하고, 다리 대신 지느러미를 간직하고 깊은 해저에 살고 있는 “실러캔스”도 만나게 되고, 4월이면 이웃의 식탁에 돌을 올려놓는 아이를 잃은 부모도 만나고, “타워크레인”에서, “무너진 건물”에서, “구의역”에서,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멈춰 있는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이들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시인은 이런 우울과 슬픔은 기다리면 가라앉는 과학실 삼각 플라스크 안의 불순물과 같다고. 피할 수 없는 슬픔이라면 겪어 내 보자고 한다. 겨울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봄이 오고, 폭우로 범람한 계곡의 바위는 깨져 돌이 되고 그 돌들은 말없이 강바닥을 구르며 반들반들 예쁜 돌멩이가 된다. 삐죽한 바위가 굴러온 시간이 빚어 낸 작은 돌멩이의 무늬처럼, 봄이 되면 돋아나는 나무의 새잎처럼. 우은주 시인의 목소리는 애도의 심연을 건너고 있지만,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는 고요한 의지를 따뜻하게 품고 있다. 그래서 우리를 배반하고 놀려 먹고 힘들게 하는 말(言)일지라도, 돌과 나무와 바람과 달빛과 함께 덤덤히 쌓은 우은주 시인의 첫 번째 집(寺)인 이 시집詩集은 온통 ‘좋아하니까 말해 주는’ 것들로 꽉 차 있다. - 유형진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