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 주워 온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침대 언저리에 놓아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보는 사람이 쓴 시에, ‘돌, 나무, 바람, 달빛’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은주 시인의 시어에는 그가 품고 있는 이런 ‘살아 있음과 없음의 중간 어디쯤’에서 건져 온, 돌과 나무와 바람과 달빛의 ‘말’로 가득하다. 돌과 나무와 바람의 말들은 빛과 어둠을 뒤집곤 하는데, 시인의 어둠은 하얀 찹쌀떡 안에 들은 팥앙금, 빛은 그 어둠을 감싼 하얀 찹쌀떡과 같다. 그래서 시를 읽다 보면 팥앙금 찹쌀떡을 한입 베어 문 것처럼, 빛과 어둠이 뒤섞여 낮과 밤이 전복되고, 공간의 안과 밖은 뒤집어져 예상치 못한 구멍Black Hole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고생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육지로 올라오지 못하고, 다리 대신 지느러미를 간직하고 깊은 해저에 살고 있는 “실러캔스”도 만나게 되고, 4월이면 이웃의 식탁에 돌을 올려놓는 아이를 잃은 부모도 만나고, “타워크레인”에서, “무너진 건물”에서, “구의역”에서,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멈춰 있는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이들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시인은 이런 우울과 슬픔은 기다리면 가라앉는 과학실 삼각 플라스크 안의 불순물과 같다고. 피할 수 없는 슬픔이라면 겪어 내 보자고 한다. 겨울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봄이 오고, 폭우로 범람한 계곡의 바위는 깨져 돌이 되고 그 돌들은 말없이 강바닥을 구르며 반들반들 예쁜 돌멩이가 된다. 삐죽한 바위가 굴러온 시간이 빚어 낸 작은 돌멩이의 무늬처럼, 봄이 되면 돋아나는 나무의 새잎처럼. 우은주 시인의 목소리는 애도의 심연을 건너고 있지만,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는 고요한 의지를 따뜻하게 품고 있다. 그래서 우리를 배반하고 놀려 먹고 힘들게 하는 말(言)일지라도, 돌과 나무와 바람과 달빛과 함께 덤덤히 쌓은 우은주 시인의 첫 번째 집(寺)인 이 시집詩集은 온통 ‘좋아하니까 말해 주는’ 것들로 꽉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