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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나란히 걸으며 알게 되는 것들

빛그늘
모노크롬
봄밤
이을
가위
전지
우산
Somewhere she wants
Fine home
지속 가능한 내일
기울다
악장을 거닐고, 흔들리고

2부 없는 마음을 헤아리려는 듯이


당신이 아닌 나는 누구입니까
에스퍼맨과 데일리
강화
집에는 집이 없다
마흔셋
파시
핀홀
용치
다독이다
막다른 길
볕의 안부
헤테로토피아
만석

3부 너는 고작으로 살아왔구나


대기의 강
가을, 인지적 부조화
계절의 경계
모래사막의 겨울
열역학 제2법칙
무단 횡단
궤도
냉담
누가 앉았던 소파가 비스듬하다
약속된 우리
한 줌의 일상
가위
강화
화수

4부 깃들지 않는 오늘의 귀퉁이


까치밥
동백
골목에서
붉은 낙엽
1980년으로부터
분명한 일기
일요일
함박
스스로의 서사
다시 시작하는 하루
파인 다이닝
환상통
아저씨, 왜 나만 보면 웃어요?
언젠가 끝이 나겠지, 만

해설
빛의 수선공
- 김다솔(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과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이곳의 안녕』 『내일은 어디쯤인가요』, 평론집으로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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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82g | 125*200*10mm
ISBN13
9791175010215

책 속으로

엇갈린 나뭇가지 사이로 뭉툭한 바닥을 뉜다
빛의 그늘과
맞닿은 어둠이 비틀대며

우리를 가른다

어제의 네가 달무리에 잠기듯
가을은 짙고

나는 발끝에 맺힌 기억을 들추지 못하고 갈라진 채로 있다
--- 「빛그늘」 중에서

멍들지 않게 걸음을 살펴도
그림자를 밟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피할수록 깊숙이 파고드는 상처가
사막의 한기를 불러옵니다

옷을 껴입어도 아찔한 깊이를 털어 내지 못합니다

주저앉아 숨을 고르다 하얗게 질린 바닥을 쓸어 보아도
찾는 것이 무언지 찾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더 많은 거짓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 「Somewhere she wants」 중에서

종이 울리고
뛰어노는 어린아이의 가쁜 얼굴을 마주한다

저처럼 나는
환호할 수 있을까

묻고
묻는다

다시 종이 울리고
우두커니 선 채
머문 자리를 본다
슬픔을 제 밑동에 갉죽거리며
무디어 가는 나를 본다

그곳에
내가
살아 있다
--- 「악장을 거닐고, 흔들리고」 중에서

일기를 꺼내
어려운 통증을 매만지는 일은
이십 년쯤 뒤의 일이라서
숨바꼭질하듯 매일을 적어 놓았다.

영구도,
영구적인 것도
없다.

솎아 낸 말들이 안마당에 흐드러지게 피고
눈을 깜박이면 아무것도 없어
나는
방에 갇혀
성급하게 자랐다.

창호에 구멍을 좀 더 크게 냈다.

틈은 안으로만 새어 들었다.
안에서는 바깥이 잘 보이지 않았다.
--- 「에스퍼맨과 데일리」 중에서

낮게 산다는 건
손을 잃는다는 거라는데
하늘은 빛나고
땅은 질펀하고
뱃길은 끊겼어요
앞을 가늠할 수 없어
오래 머무를 수 없대요
건너편에서 가지런한 그림자
피어오르고
바쁠 일 없이
바삐 솟는 집들
빈 주머니 빈 몸으로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
--- 「만석」 중에서

집은 언제나 멀리 있습니다.

접으면
접힐지도 모르겠지만

깊고 느린 바닥을 망설이는 내가
문을 서성입니다.

한평생은 아직이라서
닿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 「강화 - 절취선」 중에서

조용히 겪어 낼 따름이라고 외친다. 흐릿해지는 언어가 나무를 흔든다. 그림자가 흔들린다. 괴사하는 나무를 손에 쥐고 시간을 견딘다.

쓸모없는 일이라고 당신은 생각할 수 있다. 잠시의 곁을 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차이가 만든 삭흔을 다정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것을 끌어안고 나무라고 한다.

숲이라고 한다.

--- 「스스로의 서사」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여전한 마음을 헤아리며 볕의 안부를 건넨다.
잘 자, 푸코야.

2025년 가을볕 언저리에서
이병국

추천평

빛도 그늘을 만든다. 아니, 빛이 만드는 그늘이 있다. 그늘은 빛을 피해 어둠 속으로 다가가지만 완전히 어둠에 귀속되지는 않는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서 비틀대는 것이 빛그늘이다. 이병국의 시에는 빛그늘처럼 안에 가둘 수도 바깥에 내놓을 수도 없는 마음들이 수없이 출현한다. 마음이 닿고, 마음에 손이 가고, 마음의 틈을 메우고 모서리가 생긴다. 시인은 실패와 패배의 기억, 막다른 길처럼 출구 없는 불행한 과거와 싸우면서 조금씩 기울어 가는 오늘을 겨우 살아 내고 있다. “그늘진 바닥이 흥건하고/어지럽고 어려운 방향이 머물러 있다”(「궤도」). 아물지 않는 상처와 성급하게 자라느라 튼 자리는 시인의 내면에 옹글게 가라앉아 있다. 어둠 속에 그것을 방치한다면 안쪽부터 썩어 들어갈 것이고 빛 속에 그것을 내보인다면 녹아 사라져 버릴 것들, “더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채로/빛그늘 안에 엉켜 있다”(「전지」). 이런 답답하고 막막한 현실을 살아가는 시인은 행복하냐는 물음에 괜찮다고 대답한다. 행복과 불행, 둘을 가르고 들어오는 질문에 괜찮다는 대답은 엉뚱하다. 행복하든 불행하든 상관없다는 말일까, 아니면 행복하지는 않지만 견딜 만하다는 뜻일까. 아직 오지 않은, 아니 이미 지나가 버린, 아늑함과 위안, 따뜻한 온기와 다정한 얼굴을 찾는 시인에게 그것은 “먼 곳을 빚어/빈 곳을 견디는”(「우산」) 일이 아닐까. 그것은 상처로 가득한 안쪽을 깁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길어 올려 현재의 나와 잇는 일이다. 나를 당신에게로 기울여야만 우리는 기댈 수 있다. 무너지고 허물어지는 것들로 가득한 곳에서 끝내 멀어질 수 없는 것들과 함께 허기로 가득한 오늘을, 그리고 텅 빈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 신철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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