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희 시인은 살아남은 자의 얼룩을 무늬로 읽는 시인 이다. 시인은 얼룩이 가시화하는 삶의 비극에 주목하되 섣부른 위로로 얼룩을 닦아내려 하지 않는다. 얼룩을 삶의 한 층위에 새겨진 시간의 기록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내 몸에 남은 얼룩을 뭉근한 무엇으로 만드는 일은 그것을 외면하거나 지우는 데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시인은 얼룩을 “내 역사 속으로 들어와 준” 것으로 포용하고 “그 또한 감사”하다고 말함으로써 무늬로 전환해 낸다.
이강 시인은 ‘낙원상가’를 통해 장소가 지닌 시간의 누적된 힘을 발견하고 이를 형상화함으로써 그곳을 중심으로 존재의 가치를 사유한다. 또한 이 시집에는 낙원상가의 시간만큼이나 삶을 살아낸 이들의 노쇠와 죽음이 맴돌고 그에 대한 애도의 정동이 배어 있다. 일상적 생활공간에 자리한 의미 있는 경험의 중심지인 장소가 쇠락하고 노후화된 낙원상가를 둘러싼 존재의 삶으로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