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자 시인은 “길 위에 길이 있”(길어 그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간다. 그곳에는 “발밑에 풀벌레가 찌륵거리고/ 머리 위 새가 휘이-오, 휘이-호”하며 시인을 반긴다. 시인은 “중턱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오래전 “시골집 뒷담 뒤에” 있던 “대밭”을 떠올린다. “할머니가 아기 재우듯 대나무가 자장가를 불”러 주었던 그곳으로부터 시인은 멀리 와 있지만, 지금 이곳이 종착지가 아님을 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쌓아 올린 시간을 관조하는 시인은 “길이 끝난 지점에서 더 많은 길이 뻗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하여 시인은 지금은 부재한, 시간으로부터 길어 올린 삶과 정동의 감각을 품고 그리움과 슬픔을 승화시키며 새로운 시의 길을 향한 또 다른 노정을 잇는다. 임경자 시인의 그 묵묵한 시적 수행을 따라 우리도 길 위에 발을 내디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