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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정답
최종천
걷는사람 202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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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엮은이의 말
사랑과 노동의 사제였던 시인을 기리며
-박일환(대표 집필), 이병국

1부 노동으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공구통
떠돌이 바다
구멍 하나
내 등
노동으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권력의 이동
가위의 진화
오, 보르헤스!
나도 쥐를 잡아 본 적이 있다
오작에 대하여
노동자에게 물었다
막장
철면피를 위하여
어떤 새끼야, 이거?
전도된 진화
기독교는 노동 계급의 종교이다
에로스 2
낙하하는 깃털
신상리에서
신상리에서 2
포클레인
거름
자연과 노동이
용접
현도 작업
통증의 역학
시 2

2부 작고 조용한 것
점도
기지개
감기
호미
음악
매운탕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
고개를 들면
신기루 현상
나무는 즐겁다 1
지금, 언제나 지금
도둑질
골목을 걸으며
산수유
태극기
산동애가
기도
작고 조용한 것
걸기
유리
밤에
양수리에서
나무에 기대어
이렇게 허전한 날은
존 던에게

3부 에덴으로!
내 언어가
꽃이 되다
권주가
빈 의자
그렇게 생긴 꽃
봄날은 간다
빛과 그림자
사랑의 정답
언어, 그 미지의 것
언덕에서
민들레
비늘
나의 이브에게
거울 찾기
발 마사지
경계인
사랑은 없다
파르메니데스의 유물론
현악 사중주
에덴으로!

해설
발가벗은 노동에서 신적인 노동으로-황규관(시인)
최종천 시인 약력

저자 소개 1

Cheo Jong-cheon,崔鐘天

음력 1952. 5. 2 생.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1986년 [세계의 문학] 여름호와 1988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눈물은 푸르다』(2002)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2007) 『고양이의 마술』(2011)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2018) 『그리운 네안데르탈』(2021) 『골목이 골목을 물고』(2024)를 썼다. 육필 시집 『용접의 시』(2013), 산문집 『노동과 예술』(2013) 『창세기의 진화론』(2025)이 있다. 2002년 신동엽창작기금(현 신동엽문학상), 2012년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다. 2025년 7월 18일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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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125*200*20mm
ISBN13
9791175010901

책 속으로

최종천 시인은 인간의 행위 중에 사랑과 노동만이 가장 인간답고 진실하다는 지론을 지니고 있었다. “당신의 에너지를 다하여 사랑하고 노동하라!”(「에로스 2」)라고 당부했던 시인의 말을 유언처럼 받드는 일이 후학들의 몫임을 잊지 않고자 한다.
--- 「엮은이의 말」 중에서

그러므로 너희는 노동으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나는 나의 피조물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살필
일하는 인간 외에는 모른다
나는 너희가 받들어 모시는
사제司祭라는 계급의 사람들을 창조한 적이 없다
나의 노동을 이어받아 창조를 지속할
일하는 사람이 진정한 사제이다
노동이 없다면 내가 너희를 위해 창조한
자연 사물들이 너희에게 무슨 소용이라도 되겠느냐?
너희 모두가 노동을 하라
너희 모두가 나의 사제가 되어라
내가 이렇게 손발이 닳도록 너희에게 빌겠다
노동으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 「노동으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중에서

성경을 다 읽어 보아도
신이 오늘날의 기독교 사제들을
창조했다는 것은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노동자를 창조했다는 기록은 있다.
“다스리게 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신의 피조물을 다스리는 방법이 곧 노동이다.
자연은 노동의 대상이며 인간은
노동으로 자연을 가꾸고 보살펴야 한다.

기독교 사제들은 자리에서 내려오라!
노동자야말로 진정한 기독교의 사제이다.
성직자는 하나의 계급으로서
돈과 권력을 틀어쥐지만
노동자는 항상 가난하다.
--- 「기독교는 노동 계급의 종교이다」 중에서

접촉 불량의 은유가 있다.
충돌하는 자동차는 고철로 간다.
거짓 사랑도 우정도 고철로 간다.
이념과 이념의 싸움도 고철로 간다.
모두 얼굴에 철판을 붙이고
고철로 간다, 가기 전에
녹이고
자르고
다시 붙인다, 용접으로……

용접은 가장 완전한 은유이다.
모든 은유는 융합이기 때문이다.
그 강력한 빛에
사랑이며 희망 등
간절한 추상 명사들이 그림자를 늘인다.
저마다 제 표정으로
일어서 다가오는 것이다.
--- 「용접」 중에서

나,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르지 말게 하시고
다만, 영원히 사랑을 간직한
두고두고 그리운 이만이 내 이름을 부르게 하소서
--- 「기도」 중에서

거대한 것이 무너지고 취소되어도
작은 것들은 유지가 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걷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을 걷게 만드는
그가 부러워 보였다
그는 작고 조용한 것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을
--- 「작고 조용한 것」 중에서

대명사는 사랑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사랑은 슬프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을,
정답이 없기에 우리는 사랑에 실패하고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아름다운 사랑을 해 보지 못한 내가
사랑의 시를 쓰고 있다.
--- 「사랑의 정답」 중에서

최종천에게 노동은 자연을 통해 실질적인 물질을 생산하는 의미만 갖지 않는다. 그의 노동은 아름다움을 빚는 행위이면서, 사랑(성)을 통해 새로운 집을 짓는 일이기도 하다. 시인은 단언한다. “인간의 삶이란 노동과 사랑이 전부이다.”

--- 「해설」 중에서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시인선 155
최종천 유고 시집 『사랑의 정답』 출간

“사랑과 노동의 사제”
최종천 시인의 유고 시집

“당신의 에너지를 다하여 사랑하고 노동하라”

“노동은 복제되지 않는 궁극의 예술이다”

“정답이 없기에 우리는 사랑에 실패하고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것이리라”

최종천 시인의 유고 시집 『사랑의 정답』이 걷는사람 시인선 155번으로 출간되었다. 『사랑의 정답』은 최종천 시인의 1주기인 2026년 7월 18일에 맞춰 박일환 시인과 이병국 시인이 최종천 시인의 그간의 시들을 모으고 부를 나누고 엮어 나오게 되었다. 해설, 추천사, 엮은이의 말 등으로 시인의 문우와 선후배,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우정과 존경이 시인의 유고 시집 『사랑의 정답』에 모인 것이다.
최종천 시인은 젊어 식당 서빙, 구두닦이, 용접공, 배달 등으로 생활하면서 시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시 낭송회와 문학회에 참석하며 독학으로 시를 공부하고 썼다. 1986년 『세계의 문학』에 김우창 선생이 그의 시를 소개하며 문단에 나왔지만 그것이 등단이라는 걸 몰라 1988년 『현대시학』에 시를 보내 다시 추천받기도 했다. 등단을 두 번 하며 문단에 나온 셈이다.
2002년에 펴낸 첫 시집 『눈물은 푸르다』부터 그의 시편들은 노동과 시의 간격을 “몸으로 이으면서” “둘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생각”하게 한다. 이후 노동과 삶의 질곡적인 현장뿐만 아니라 비트겐슈타인과 클래식 음악, 창세기, 신동엽 시인의 시에도 깊은 애정을 가졌기에 산문집 『노동과 예술』 『창세기의 진화론』을 출간하기도 했다. 시집 역시 관심의 폭을 넓혀 인천 송림동 골목 풍경을 그리거나(『골목이 골목을 물고』) 어린이의 세계를 시적으로 녹여 내기도 했다(『그리운 네안데르탈』). 그러나 시인이 가장 천착한 것은 노동과 자본과 삶의 본질이었으며 이를 평생 고민하고 고투했다. 그는 우리 현대 시문학에 독특하고 귀한 자리매김을 하는 존재였으나 정리해 둔 시들이 시집으로 발간되는 걸 미처 보지 못하고 2025년 7월 8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3부 72편으로 구성된 『사랑의 정답』의 시편들을 통해 우리는 “몸을 위한 삶, 우리 본연의 것인 사랑하기와 일하기, 성과 노동이 전부인 그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던 시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가슴을 울리는 걸 느낄 수 있다.

시인의 말
딴은 연애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경험이 전무하다. 이상 기후와 지구의 온난화로 인간이 앞으로 얼마나 지구에 생존할지 10년이네, 20년이네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지금이라도 연애를 부지런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정신적인 사람에 치중한 대가가 지구 위기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몸을 위한 삶, 우리 본연의 것인 사랑하기와 일하기, 성과 노동이 전부인 그 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것은 신동엽 시인이 이미 말한 것이다. - 최종천

추천평

카프카에스크라는 말과 닮은, 최종천스러운 냉소적 재미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진정한 사제司祭”(「노동으로부터 도망치치 마라」)라며 그는 노동시의 지평을 넉넉하게 넓혔다. 그의 시는 계급성과 욕망을 비판하면서도 재미있다.

수염 없는 고리키 닮은 그는 자본보다 노동, 아파트보다 송림동 골목, 타락 문명보다 창세기가 중심이라고 역설했다. 알짬 깊은 시를 더 재미있게 쓰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그의 방에는 망치 소리 들리는 나무 「공구통」이 있었다. 그 방에 이 시집에 실린 비의秘意를 풀어낸 그의 마지막 저서 『창세기의 진화론』이 포클 레인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용접 불똥을 튕기다 귀가하던 마지막 무렵, 유고 시집의 마지막 시 「에덴으로!」를 썼겠다. 2천 년대, 아니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그는 분명 경이로운 시인, 진정한 사제다. - 김응교 (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종천이 형은 사랑에 고픈 사람이었다. 표제시 「사랑의 정답」에 보면, “아름다운 사랑을 해 보지 못한 내가/사랑의 시를 쓰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안타까운 발설이다. 그의 꿈은 실로 단순했다. 무슨 거창한 사랑의 다짐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퇴근하면 아내가/먼저 씻어 주는 내 발/얼굴보다 먼저 늙어 가며/세월 갈수록 완고해지는/불쌍한 내 두 발을” “뜨겁게 만져 주는 아내가”(「발 마사지」) 기다리고 있는 집이면 족했다. 알고 보면 이처럼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그걸 채 펼치지도 못하고 꿈만 꾸다 가셨다.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아무도 내 이름을 부르지 말게 하시고/다만, 영원히 사랑을 간직한/두고두고 그리운 이만이 내 이름을 부르게”(「기도」) 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의 시를 남기고. 내게는 “무조건 건강하고 볼 일야!” 다독이시더니 이 무슨 배신인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형의 부존재. 다시 세상에 오는 날 기다리지 마시고 여기서 못다 한 사랑 거기서는 실컷 나누시길. - 정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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