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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모든 것이었다
스노우볼 바다에 눈이 내리면 모르는 일 꿈 바깥이면서 겨우 이불 속 내 뼈가 내 몸에 배길 때 가로등은 모른다 촛불 동화 반투명한 투병 딸기는 마지막에 먹어 애플파이 레시피 노을센터전망대 색약경보 긍긍 7층은 괜찮아요 보문 노인을 위한 공원은 없다 월혈 현수막의 궁금증 2부 내가 나인지 아는 건 너무 어려워 신은 나를 미워한다 낮잠 3호의 수면장애 치료 나를 만들었습니다 유리관람차 전시회 가위 반지 에그 무비 마감뉴스는 자정을 지나온다 무릎의 인력 오토스카피 거울의 숲 불가항력 3부 식구가 되는 일 곁 나무가 되었습니다 플래토 코딱지 브라더스 술래는 계단에 있다 미풍노도 우물에서 건진 반짇고리 엄마조리법 아름다운 비행 소실점 거울의 내생 4부 우리는 자꾸 어디로 가려고 해요 비밀의 기분 오 분만 날개의 무덤 숲으로 온다 녹색광선 골드스미스 돌연사한 나의 복제인간이 남긴 유서 아름다운 문장을 찾습니다 실어증 일기예보 허용오차 토끼를 꺼냈습니다 추락사 5부 폭설을 알리는 첫 눈꽃이 파도쳐 옵니다 사막동화 별자리를 보는 방법 지구라서 다행이야 슬도 꿈꾸는 이글루 곶자왈 오늘 입은 옷 폴라로이드 암실 일기 빨래가 마르는 동안 표류하는 기도 시네마 베이커리 동그라미 발문 나무가 되었습니다 ?윤석정(시인) |
피티컬PTy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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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시는 피맺힌 절규이자 “암실” 같은 세상에서 발굴해낸 “꼬리별”(혜성)이다.
시집을 넘기다 보면 “나는 기다리는 사람. 뭘 기다리는지 잊었습니다. 뭘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립니다. 뭐든 오겠지, 뭐든 와서 기다림이 끝나겠지, 어제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일어나서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찾아가 보자는 각오를 했습니다. 이내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게 왔다가 내가 없는 걸 보고 실망해 떠나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게 왔다 갔는지 안 왔는지 나는 알 수 없고 알든 모르든 변함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어긋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여기서 기다리니까 여기 있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신은 나를 미워한다」)라는 구절에서는 시적 화자의 기다림에 동화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기다리는 거 잘해요/기다리는 걸 좋아해/(…)/잊지 않으면 기다릴 수 있지/기다리는 걸 잊을 수는 없으니까”(「시네마 베이커리」)라는 문장에서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으로 두 손을 모아 쥐게 된다. 이처럼 끝없는 그의 기다림은 「꿈 바깥이면서 겨우 이불 속」, 「거울의 숲」, 「곁」, 「나무가 되었습니다」 같은 시에서 나무나 돌멩이(돌)에 비유되어 그려지기도 한다. 피터팬처럼 철들지 않는 사람, 계산할 줄 모르는 사람, 한번 기다리기로 했다면 영원히 기다리는 사람 고태관이 시 편편마다 담겨 있고, 그리하여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우리 모두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빛을 기다리고 희망을 기다리고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걸 제쳐 두고 단 ‘한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꿈에서 배가 아팠는데 내가 아픈 건지 꿈속의 내가 아픈 건지 모르겠더라구 깨어나면 식은땀에 젖어 있었어”(「반투명한 투병」)라고 고백하면서도 고태관은 “무엇이든 감수하려고 했고 누군가에게 심려를 끼치거나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윤석정 시인 발문 중)쓰는 사람이었다. 그의 몸은 지난해 봄 강원도 원주의 옛집 나무 아래 묻혔지만, 그가 부른 노래와 시는 이제 비로소 세상에 태어났다. "긴 속눈썹이 눈동자를 찌른다고 떼어낸 속눈썹을 불어내면서 소리 없이 소원을 빌어 네 소원이 나였으면 어쩌나 (…) 파도가 모래 위 글자를 지우는 것처럼 파도가 잠시 멈춰 쉬길 바라는 것처럼 깨어나도 생생한 꿈에서는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어 시린 손을 불면서 눈을 굴린 자리에 새겨진 글자는 읽지 못했지만 너를 소리쳐 부르느라 입을 크게 벌렸을 때 웃음이 터진 내 입안에서 눈송이가 녹아내렸네 ?「바다에 눈이 내리면」" 2020년 5월 고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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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수 없는 단어”를 집어내는 시인, 고태관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며 꺼지지 않는 목소리이다. - 권민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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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순하고 다정한 슬픔이라니. 그는 “돌멩이가 되어” 꿈을 꾸는 사람. “돌멩이는 돌멩이의 세상에서” 기꺼이 “살아” 있음을 알겠다. -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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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베르 피티컬, 귓가에 맴도는 그의 속삭임은 메마른 지상으로부터 우리의 슬픈 뒤꿈치를 들어 올려 주었다. - 서광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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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컬의 목소리에 실린 시들은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폭포였고 잔잔하게 가슴을 적시는 가랑비였으며, 구름을 걷는 듯한 가벼운 발걸음이었고 입속에서 맴도는 속삭임이었다. 그가 노래로 읊은 시를 속으로 가만히 따라 하고 있으면 핏줄 속으로 시어들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누구보다 시를 사랑하는 여린 마음이 있었기에 그는 언제나 웃으며 노래했고, 그것은 그가 쓴 시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덧니를 드러내며, 어, 형, 잘 지내셨어요, 하며 안부를 물을 때를 나는 좋아했다. - 신철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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