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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는
양기창
걷는사람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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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옥중 수고

그곳에 가고 싶다
나목
한국인의 밥상
별이 이끄는 대로
다시 이명
나의 살던 고향은
노란 명찰
목련 너마저
봄동김치
번지 없는 주막
춘분 지나
2025 청명
감옥 가르마
봄비
안양암에서 맞는 새벽
콩가루채소된장국
감사합니다
오월 비
모락산 아래에서
항쟁의 불씨

2부 자화상


자화상1
자화상2
자화상3
자화상4
자화상5
자화상6
자화상7
자화상8
자화상9
자화상10
자화상11
자화상12
자화상13
자화상14
자화상15
자화상16

3부 출사


오월, 규봉암에 오르며
두봉산에서
반야봉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는
아구사리 동산
만복대 연가1
만복대 연가2
대성동에 복수초꽃 피었다
출사, 봄의 대화
가덕도 연대봉
물푸레나무
사월에 깃들다
금산
압해도 만월
출사, 호랑나비를 쫓아가다

발문
생,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는
- 김형수(시인)

저자 소개 1

2014년 ?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부위원장,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 광주전남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역임했다. 시집 『불사조 사랑』은 전남문화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하였으며, 시집 『쏠 테면 쏘아 봐라』는 백신애문학상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민주노총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1년 2개월간 수형 생활을 했으나, 2025년 5월 15일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안양교도소에서 석방되었다. 현재 전국현장조직추진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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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74g | 125*200*11mm
ISBN13
9791175010093

책 속으로

햇빛의 각도에 따라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쇠창살 너머 목련 나무
가지 끝마다 환하다
갇힌 내 손톱과 발톱에 옮겨 박혀 반짝이며
무엇을 구원하려 밝히는가
강철 새잎보다 찬란한 꽃망울
봄이면 탐스러운 함박꽃으로 피어나겠지
그 함박꽃 여름 지나도 지지 않는 그곳
지리산에 가고 싶다
--- 「그곳에 가고 싶다」 중에서

약한 바람결에도 파들거리는
저 나무는 분명 사시나무였겠다
삭풍에 우듬지 새집의 존재 드러나고
새끼 새들 있는지 없는지
높은 곳에서 천상의 눈을
낮은 곳에서 지상의 눈물을
다 품고 있는 나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파리 다 떨어져 가지만 앙상히 남아
떨었겠으나
잠시 만월滿月도 궁둥이를 얹혀 대고 가는 우듬지에
깃들이는 새 한 마리
--- 「나목裸木」 중에서

낙숫물 소리가 들린다
서로 결이 다른,
묘한 안 어울림으로 튕겨진다
피리소리 해금소리 장구소리 징소리 북소리
모두 품은 시나위의 봄밤
봄비 맞으며 무희巫姬는 춤을 멈추지 않는다
요령까지 안 어울림 박자에
묘한 봄밤은 시나위로 젖어 가고
추적추적 봄비는 내리고
묶인 몸 맺힌 가슴에 핀
하얀 민들레꽃에 튕겨진 물방울
나는 또 무얼 그리워하나?
--- 「봄비」 중에서

책임질 문제는 책임지자는 원칙의 칼만 갈다가
사슬에 얽매어 자기 비판하는 이 밤에
함께 단식 투쟁했던 박관현 형과
조직과 동지들을 떠올리며
거친 호흡에서 긴 호흡으로
어느새
사슬에 얽매인 나팔꽃이 되고 있었다
내일을 준비하는 나팔꽃 사슬이 되고 있었다
--- 「항쟁의 불씨」 중에서

자화상을 그리려는데 손과 발은 어떻게 감춰지겠는데 얼굴은 어떻게 해야 하나?
봄을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상처를 보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초등 환한 옥창 너머 새해 첫눈이 내린다.
올겨울은 유난히도 슬픈 눈이 계속 내린다.
눈물을 머금은 눈, 그래서 쿠데타의 밤을 아직도 제압하지 못해 슬픈 습설만 펑펑 내리는가.
엉망이 된 얼굴은 도화지에 갇힌다.
갇힌 도화지 하얀 방 흰 바람벽이 되어 눈을 맞는다.
미완성 자화상에 눈이 내린다.
--- 「자화상4」 중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운동하고 있는
세계 어느 한 곳, 여기 자은도 두봉산에서
바라보는 바다 너머 저쪽이나
하늘 너머 바라보는 우주 저쪽이나
네가 없으면 다 무슨 소용이랴
사소히 다투지 말아야지
다투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 기다리던 여인, 늦도록 멀리 바다만 바라보던 여인, 소나무에서 떨어져 죽어 버린 여인,
거꾸로 선 자태로 변해 버린 분계해변 여인송이 보인다
--- 「두봉산에서」 중에서

지구 자기장의 반발에 방전 중인
방전관 따위에서나 볼 수 있는
플라스마로 사그라지는 오로라
그 극광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빛의 현혹은 잠시 저리 가라 하고
하여서 시나브로 진정된
우주의 질서, 윤슬같이
반짝이는
땅끝 완도 바다와
밤하늘의 별

---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는」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동경해 마지않던 지리십경을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섭렵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감옥에서 책으로 달랬다. 출소하자마자 지리십경 중 하나인 세석평전의 철쭉꽃을 보니 꿈인가 생시인가 몰랐다. 세석의 철쭉꽃은 고도가 높아 5월 말에 만개하니 정말로 제때 세석평전의 철쭉꽃을 보고 온 것이다. 지리산은 어디를 가나 역사가 기억하는 처절한 피맺힌 장소다.

왕복 12km, 8시간 산행은 무리한 산행이었다. 그러나 그때 아니면 볼 수 없는 세석 철쭉이었기 때문에 다소 무리를 했다. 지구 기후 위기와 한반도 평화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 때를 놓치면 모두 다 낭패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것들을 시로, 문학 작품으로 형상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때를 놓치지 말고 더 많은 정진을 해야 할 것이다.

2025년 가을
양기창

추천평

시라는 구축물은 세월이 아무리 난폭해도 변화시키지 못한 순정의 흔적들 위에 세워진다. 청년 시절 노동 현장으로 뛰어들었던 순간, 교도소 작은 쪽창에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때, 그는 노동하며 실천하는 매 순간 시의 싹을 틔울 맹아를 서서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일견 평이해 보이는 양기창의 언어들은 근대적 사유의 산물인 ‘데생’이 아니라 ‘마음’을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주목할 것은 이 ‘마음의 움집’이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창을 열어 보인다는 점인데, 여기서 발견되는 사유의 알곡들이 양기창 개인의 위상을 넘어서 장차 민중의 영혼을 감당할 새로운 노래들의 씨앗이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 김형수 (작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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