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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 우산
천세진
걷는사람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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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무서운 일 1
우리가 보낸 밤들
벽귀
기억나비
어둠이 그럴 줄은
소리를 데려온 날
소리의 조각
작은 구멍에서 태어나
소리가 달아날 때
늙은 깃털의 방
당신이 숨을 불어 보라고 하면
너와 나의 혀
개개비는 떠났고
늦은 발걸음의 무덤
그럴 일 없을 것 같았는데

2부
거미가 없는 아침
일부의 서랍
양철 우산
기도하러 가는데
푸른 누에를 위하여
삼투
달이 작아지는 길
달개비 잠을 배웠는지
그렇게 되고 만 걸까
이름 밑의 것들
어떤 궤도
마땅한 일
어두워지면 보이는 것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풍경의 젖꼭지를 물고

3부
걱정했는데
걱정거리
사진첩 1
왜들 저러나 싶은데
맏이와 막내의 일
괜찮거나 괜찮지 않은
시퍼런 일
낮은 소리
몇 번째인가의 셋집
검은꼬리박각시
시간은 뿌리에서부터 잰다
남은 저녁
멀미
덜컥
사진첩 2

4부
시렁에 매달려
고민을 그만두고
흔적과 배후
은빛 머리카락
어느 이후
시간을 길렀다
종지에 담기는 것들
시간이라는
습포가 덮이고
망한 직조공
노래를 들여놓고
허수아비의 장르
필요하지 않은 길
구슬 속이었다
무서운 일 2

해설
겨울을 견디는 법
—남승원(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충북 보은. 시인, 소설가, 문화비평가, 인문학 칼럼니스트, 웹진 《초록의자》 발행인 겸 주간. 시집 『양철 우산』(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순간의 젤리』(세종도서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아르코문학나눔도서 선정), 산문집 『작은 날씨들의 기억』(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장편소설 『이야기꾼 미로』(교유서가), 문화비평서 『어제를 표절했다』를 출간했다.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광주MBC 라디오 <천세진의 별난 인문학>을 진행했고, 인문 에세이 전문지 계간 《바닥》 주간을 역임했으며, 일간지 문화 칼럼 필진(2006∼현재)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
충북 보은. 시인, 소설가, 문화비평가, 인문학 칼럼니스트, 웹진 《초록의자》 발행인 겸 주간. 시집 『양철 우산』(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순간의 젤리』(세종도서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아르코문학나눔도서 선정), 산문집 『작은 날씨들의 기억』(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장편소설 『이야기꾼 미로』(교유서가), 문화비평서 『어제를 표절했다』를 출간했다.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광주MBC 라디오 <천세진의 별난 인문학>을 진행했고, 인문 에세이 전문지 계간 《바닥》 주간을 역임했으며, 일간지 문화 칼럼 필진(2006∼현재)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영문학)를 졸업했다. 전주에서 전업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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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64g | 125*200*20mm
ISBN13
9791175010666

책 속으로

빗방울 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양철 우산을 쓰고 싶다는 당신은 양철 지붕 아래서 오래 잠들었던 사람 같다

독이 든 생감자를 먹었을지 아카시아 가시에 손톱 밑을 찔렸을지 알 수 없으나 당신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사람 같다

입을 맞추었을까, 양철 지붕 열기가 목에 걸린 감자를 익혔을까

어느 지붕도 양철 지붕처럼 비를 울리지는 못하고, 이곳은 비가 자주 오는 곳

당신은 깨어나지 않는 잠들이 사는 박물관 옆에서 자랐을 것 같고 양철이 울릴 때마다 깊은 잠 속으로 돌아갈 것 같다

그런 당신을 깨우는 습관을 나는 언젠가 잊을 것 같다
--- 「양철 우산 전문」중에서

내가 더 사랑해, 내가 더 증오해, 그런 말이 가능할까? 내가 더 많이 잊을 거야, 내가 더 빨리 잊을 거야, 그런 말이 가능할까? 사라진 자리에서 발견되는 한때의 찌꺼기 때문에 얼굴이나 빨개지고 말겠지

삼투를 생각하면 우린 어디로도 사라질 수 있고 어디로도 사라지지 못하겠지 비산했다가 방울로 뭉쳐 돌아오겠지 그걸 반복하겠지
--- 「삼투」중에서

이름을 들춰 본 적 있나 모르겠어 비밀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낙엽에 난 구멍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드나들지 않게 뒤집어 배면을 보았을 때처럼 들춰 보았느냐고

이름 밑에는 뭔가 있어 조약돌 독버섯 덜 자란 깃털을 본 적도 있어 어느 이름을 들춰도 같은 걸 보게 되진 않을 거야

다른 걸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이름을 들춰 볼 수는 없어 몇 개면 될 거야 몇 개만 의심하고 몇 개만 속아 주고 몇 개만 미워하고 몇 개만 사랑하면 될 거야

나머지는 상상하면 되는데 제대로 해내지 못했어 문패 없는 집들이 되었어 이름 밑을 상상하는 일이 사라졌어

몇 개가 문제였을지도 몰라 의심하고 속아 주고 미워하고 사랑한 몇 개의 이름들
--- 「이름 밑의 것들」 중에서

당신 머리카락이 은빛이 되었네, 뒤따라오던 아내가 말했다

검은 머리도 흰머리도 아니게 된 것이 시간의 어느 사이가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호랑나비가 앉은 무게를 견디느라 풀잎이 조금 내려앉을 때가 어느 사이는 아닌 것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늙어 은빛이 된 것은 아니다 은빛 머리카락은 요즘 태어난 것들이고 검은 머리카락보다 나이를 먹지도 않았다 흰 머리카락들이 생겨난다면 가장 앳된 것들이 될 것이다

앳된 것들이 오래된 일을 증명하는 것은 이상하다 이상한 것들이 멀찍이 떨어져 사이를 만들어도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검은 것 은빛인 것 흰 것, 한 몸에 자라는 서로 다른 기후대의 식물일 수도 있다

--- 「은빛 머리카락 전문」중에서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시인선 154
천세진 시집 『양철 우산』 출간

“알아 어느 무리에 속하지 않아도
사랑하면 그런 궤도를 갖게 된다는 걸”

미완성의 감각으로 포착한
삶의 풍경과 기억의 서사


천세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양철 우산』이 걷는사람 시인선 154번으로 출간되었다. 『양철 우산』의 화자들은 아무것도 완성하려 하지 않는다. 품을 수 없어 강에 풀어놓은 소리의 움직임을, 흘려보낸 기억이 다슬기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것을 그저 지켜본다. 늘 다니던 산책길의 작은 종지 하나에서 어린 시절의 꽃과 동화 속 인물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천세진은 완성이라는 목표를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을 조용히 포착해 시 속에 담아낸다.

빗방울 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양철 우산을 쓰고 싶다는 당신은 양철 지붕 아래서 오래 잠들었던 사람 같다

독이 든 생감자를 먹었을지 아카시아 가시에 손톱 밑을 찔렸을지 알 수 없으나 당신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사람 같다

입을 맞추었을까, 양철 지붕 열기가 목에 걸린 감자를 익혔을까

어느 지붕도 양철 지붕처럼 비를 울리지는 못하고, 이곳은 비가 자주 오는 곳

당신은 깨어나지 않는 잠들이 사는 박물관 옆에서 자랐을 것 같고 양철이 울릴 때마다 깊은 잠 속으로 돌아갈 것 같다

그런 당신을 깨우는 습관을 나는 언젠가 잊을 것 같다
―「양철 우산」 전문

1부와 2부는 “소리”를 중심에 세운다. 이 시집의 소리는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다. 시인이 말하는 “소리”는 “풍경 속에 사는 짐승”이며, 잡아 두거나 해명할 수 없는 것들의 총칭에 가깝다. 표제작 「양철 우산」은 이 시집에서 “소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잘 보여 주는 시다. 시는 빗방울 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싶다는 어느 사람의 말에서 시작해, 양철 지붕 아래 긴 잠에 들었던 사람의 모습을 차분하게 묘사한다. 시는 이렇게 끝난다. “그런 당신을 깨우는 습관을 나는 언젠가 잊을 것 같다” 잊을 것을 알면서도 지금은 아직 기억하고 있는, 그 사이의 시간. 천세진의 시는 그것을 가장 담백한 언어로 붙잡는다.

3부에는 가족의 내력을 배경으로 한 시들이 모여 있다. 「사진첩 1」과 「사진첩 2」, 「맏이와 막내의 일」, 「덜컥」처럼 직접 설명하거나 해명하는 대신 사진첩을 넘기듯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4부에서는 시간과 겨울, 그리고 시 쓰기 자체에 대한 성찰이 깊어진다. 「종지에 담기는 것들」에서 시인은 늘 다니던 산책길에 놓인 작은 종지 하나에서 어린 시절의 꽃, 냇가에 데려가 풀을 뜯기던 염소, 동화 속 인물들을 발견한다. 종지는 넘치지 않는다. 누군가의 발에 차여 엎질러져도, 바닥에 떨어진 몇 방울은 반짝인다. 남승원 문학평론가는 이 시가 “비록 우리의 삶이 갖은 시련 속에서 ‘엎질’러졌을 때조차 ‘바닥에 떨어진 몇 방울’에서도 ‘반짝’임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향한다“고 말한다.

『양철 우산』은 완성된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돌아오는 것들의 무게를 견디며 하나 남은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 시집은 독자에게 어떤 결론도 건네지 않는다. 그 대신 작은 종지 하나, 늙은 깃털 한 올, 빗소리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어느 사람의 마음을 곁에 놓는다. 겨울을 견디는 일은 그런 것으로도 가능하다고, 시인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시인의 말

떠난 것들이 자꾸 돌아온다
길의 끝이 이곳인 것처럼 돌아온다
돌아오는 것들 때문에
자꾸 무거워지고
눈이 세 개가 되었으나
하나는 퇴화 속에서 암중모색 중이고
나머지 둘은 함께 잠들지 않는다
돌아오는 것들을 위해
눈동자 하나에 겨우 의지했다

2026년 6월
천세진

추천평

“핏줄을 몇 떠나보내고 돋보기안경을” 몇 번 바꾸고 나면 “이상한 것들”(「무서운 일 1」)이 보인다. 자신의 내면에 상처가 만들어졌다 사라지길 반복하면 현상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는 것, 행복한 사람이 가지지 못한 눈으로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것은 불행이 가진 특권일까. “낡은 벽”에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 돋아나듯이,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 돋아나려면 “벽”(「벽귀」)이 상처받고 낡아 가야 하듯이, 시인의 내면도 낮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밤에 보이기 시작한다. “부끄러운 지병들을 모두 들춰내“(「기억나비」)고 우리를 하늘 높은 곳으로 데려갔던 “그 많은 날개는 어디로 갔을까”(「무서운 일 2」) 묻는 일은 이제 보이는 자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진리가 스스로를 드러내려면 주변이 어두워져야 하고 그 어둠 속의 진리를 보려면 시인의 내면은 침잠해야 한다. 성대가 없이도 소리를 내는 어머니의 “아무도 듣지 못하는 저음”(「낮은 소리」)을 듣고 누구도 볼 수 없는 것을 보려는 사람. 그는 세상의 소리 수집가가 되어 “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양철 우산」)고 온몸으로 받아내는 양철 우산이 되어 자신의 몸으로 뽑아낸 소리를 저음으로 들려준다. - 김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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