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의 이번 시집에는 “풋풋하”고 “달큰하”며 “곰삭아 아리기도 한” 서정의 오묘한 무늬가 물씬 채워져 있다. 나는 이것들에 포획되어 한 생이 이루어가는 아득한 풍정 속에 빠져드는 것인데. 아하, 그런데 거기. 한강, 고수부지, 밤섬, 빌딩 들이 드리운 도회지의 일상적 시공간에 산귀, 지귀, 화귀, 귀접의 영성 세계가 슬그머니 끼어든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이질감 없이 공존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수백만광년 멀리서 왔으나/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았고/앞으로도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특별한 원소”가 이끌어내는 “푸른 별” 지구에 대한 김진경 통찰의 진경(眞境)이라 여긴다. 김진경은 스스로 “격정의 시간은 지나갔다”라고 쓰지만, 그가 펼쳐나갈 사랑과 생명의 무한한 가능성은 그래서 격정적으로 현재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