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머리에
딸의 편지 _강은교|꽃밭에는 꽃들이 _고운기|이름 짓지 못한 시 _고은|노란 리본을 묶으며 _공광규|반도의 자화상 _곽재구|다 끝났다 _구중서|기다리래 _김기택|어떤 인사 _김사이|적폐(積幣)가 아니라 지폐(紙幣) _김사인|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_김선우|수평선 _김성규|나비가 되었네 _김오|냉기가 도는 심장을 껴안고 잠이 들었다 _김은경|메아리 _김일영|4월 _김주대|다시라기 _김준태|꽃처럼 무거운 마음 _김중일|아기단풍 _김해자|난파된 교실 _나희덕|화인(火印) _도종환|소금 속에 눕히며 _문동만|침몰하는 봄 _문인수|백일홍 _박성우|부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_박찬세|이제 누가 사랑을 이야기하겠는가 _박철|달콤한 눈 _박형준|세월호 최후의 선장 박지영 _백무산|바다 무덤 _손택수|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_송경동|물속 소년 소녀들 _송찬호|그리고 날들 _신용목|검은 방 _신철규|바다를 털고 걸어 나올 거 같아 _신현림|엄마 아빠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 _안상학|인사를 끝까지 끌어 올려서 _안주철|파도가 간다 _유병록|날아라, 노란 나비 _유순예|국가를 구속하라 _유용주|물음표의 시간들 _유현아|21그램 _윤석정|아기의 엄마가 올 때까지 _이민호|이 나라가 무슨 짓을 했는지 _이상국|별이 되어라 _이선식|5월 3일, 뉴스타파 _이시영|네 생일에 바친다 _이안|오늘 _이영주|이천십사 년 봄, 부터 _이용임|세월 _이은봉|한 울음이 한 울음에게 _이재무|비 _이진명|공기 속에서 _이진희|내 딸 아들들아 모두 어디로 갔느냐 _이하석|해후 _임경섭|진혼의 노래 _임동확|차를 마시다니 _장석남|볍씨 한 가마 보리 서 말 _정기복|가만히 있지 말아라 _정우영|또 다른 방주 타고 오시라 _정원도|한 아이에게 _진은영|4월 애(哀), 세월 애(哀) _천수호|기억하자 이 비겁을 _최영철|이 닭대가리들아! _최종천|기도들 _최지인|섬집 아기 _최현우|숨 쉬기도 미안한 4월 _함민복|누군가 물었다 _허수경|제망매(祭亡妹), 흰 꽃들의 노래 _허은실|지금은 서정시를 써야 할 시간 _황규관|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시 _휘민 발문 김윤태|수록 시인 소개 |
高銀, 호:파옹(波翁), 본명:고은태(高銀泰), 법명:일초(一超)
고은의 다른 상품
강은교의 다른 상품
高雲基
고운기의 다른 상품
공광규의 다른 상품
郭在九
곽재구의 다른 상품
구중서의 다른 상품
김사인의 다른 상품
김준태의 다른 상품
羅喜德
나희덕의 다른 상품
도종환,都鍾煥
도종환의 다른 상품
문동만의 다른 상품
文仁洙
문인수의 다른 상품
朴瑩浚
박형준의 다른 상품
본명:백봉석
백무산의 다른 상품
송찬호의 다른 상품
申鉉林
신현림의 다른 상품
李相國
이상국의 다른 상품
Lee, Si-young,李時英
이시영의 다른 상품
이재무의 다른 상품
이진명의 다른 상품
이하석의 다른 상품
임동확의 다른 상품
張錫南
장석남의 다른 상품
함민복의 다른 상품
황규관의 다른 상품
정기복의 다른 상품
안상학의 다른 상품
李殷鳳
이은봉의 다른 상품
Seon Woo Kim,金宣佑
김선우의 다른 상품
허수경의 다른 상품
김기택의 다른 상품
Park, Cheol,朴哲
박철의 다른 상품
정우영의 다른 상품
김해자의 다른 상품
劉容珠
유용주의 다른 상품
金重一
김중일의 다른 상품
Cheo Jong-cheon,崔鐘天
최종천의 다른 상품
이안의 다른 상품
朴城佑
박성우의 다른 상품
孫宅洙
손택수의 다른 상품
진은영의 다른 상품
愼鏞穆
신용목의 다른 상품
이영주의 다른 상품
이민호의 다른 상품
김오의 다른 상품
宋竟東
송경동의 다른 상품
휘민의 다른 상품
이용임의 다른 상품
김주대의 다른 상품
김성규의 다른 상품
김사이의 다른 상품
임경섭의 다른 상품
천수호의 다른 상품
윤석정의 다른 상품
안주철의 다른 상품
정원도의 다른 상품
김은경
김안녕의 다른 상품
유현아의 다른 상품
유병록의 다른 상품
최현우의 다른 상품
이진희의 다른 상품
박찬세의 다른 상품
신철규의 다른 상품
유순예의 다른 상품
崔志認
최지인의 다른 상품
허은실의 다른 상품
최영철의 다른 상품
|
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선우 믿기지 않았다. 사고 소식이 들려온 그 아침만 해도 구조될 줄 알았다. 어디 먼 망망한 대양도 아니고 여기는 코앞의 우리 바다. 어리고 푸른 봄들이 눈앞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동안 생명을 보듬을 진심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사방에서 자동인형처럼 말한다. 가만히 있으라, 시키는 대로 하라, 지시를 기다리라. 가만히 기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만족을 모르는 자본과 가식에 찌든 권력, 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과 오만이 참혹하다. 미안하다, 반성 없이 미쳐가는 얼음 나라, 너희가 못 쉬는 숨을 여기서 쉰다. 너희가 못 먹는 밥을 여기서 먹는다. 환멸과 분노 사이에서 울음이 터지다가 길 잃은 울음을 그러모아 다시 생각한다. 기억하겠다, 너희가 못 피운 꽃을. 잊지 않겠다, 이 욕됨과 슬픔을. 환멸에 기울어 무능한 땅을 냉담하기엔 이 땅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죄가 너무 크다. 너희에게 갚아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마지막까지 너희는 이 땅의 어른들을 향해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갑게 식은 봄을 안고 잿더미가 된 가슴으로 운다. 잠들지 마라, 부디 친구들과 손잡고 있어라. 돌아올 때까지 너희의 이름을 부르겠다. 살아 있으라, 제발 살아 있으라. 난파된 교실 나희덕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몇 개의 문과 창문만 열어주었더라면 그 교실이 거대한 무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파도에 둥둥 떠다니는 이름표와 가방들, 산산조각 난 교실의 부유물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지만 배를 지키려는 자들에게는 한낱 무명의 목숨에 불과했다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까지도 몇 만 원짜리 승객이나 짐짝에 불과했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지만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햇빛도 닿지 않는 저 깊은 바닥에 잠겨 있으면서도 끝까지 손을 풀지 않았던 아이들, 구명복의 끈을 잡고 죽음의 공포를 견뎠던 아이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죽음을 배우기 위해 떠난 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교실에 갇힌 아이들이 있다 책상 밑에 의자 밑에 끼여 빠져나오지 못하는 다리와 유리창을 탕, 탕, 두드리는 손들, 그 유리창을 깰 도끼는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 세월호 최후의 선장 박지영 백무산 최초에 명령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가만있으라, 지시에 따르라, 이 명령은 배가 출항하기 오래전부터 내려져 있었다 선장은 함부로 명령을 내리지 말라, 재난대책본부도 명령에 따르라, 가만있으라, 지시에 따르라 배가 다 기운 뒤에도 기다려야 하는 명령이 있다 목까지 물이 차올라도 명령을 기다리라 모든 운항 규정은 이윤의 지시에 따르라 침몰의 배후에는 나태와 부패와 음모가 있고 명령의 배후에는 은폐와 조작의 검은 손이 있다 이 나라는 명령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걸 기억하라 열정도 진정성도 없는 비열한 정부, 입신출세와 대박 챙길 일밖에 아무 관심도 없는 자들의 국가, 선장은 단순 잡부 계약직, 장관은 단순 노무 비정규직 그들이 내릴 줄 아는 명령은 단 한 가지뿐 가만있으라, 명령에 따르라 저 환장하도록 눈이 부신 4월 바다를 보면서 아이들은 성적 걱정이나 했을까 지시를 어기고 멋대로 뛰쳐나간 너희들 반성문 써야 할 거야 물이 목에 차올라오는데, 이러면 입시는 어떻게 되는 거지, 걱정했을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하철이 불타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분노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슬픔은 장마처럼 지나가고 아, 세상은 또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재난 따윈 나쁜 것만도 아니라는 저들 촛불시위와 행진과 민주주의가 더 큰 재난이라 여기는 저들이 명령을 하는 동안은, 결코 뒤집어라, 뒤집힌 저 배를 뒤집어라 뒤집어라,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탐욕으로 뒤집힌 세상, 부패와 음모와 기만으로 뒤집힌 세상 이게 아닌데, 이럴 순 없어, 뒤집지 못한 우리들 가슴을 치며 지켜만 봐야 하다니, 회한의 눈물을 삼키며 우리가 너희들을 다 죽이는구나, 뒤집어라, 폭력과 약탈로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어 저 죽음을 뒤집어라 뒤집지 않고서는 살리지 못해 저 죽음의 세력을 뒤집어라 뒤집힌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그들 돌아앉아 돈이나 세고 있는 그들 자살 행렬은 내 알 바 아니다 약속을 뒤집고 경제 민주화에서 뛰어내려 저만 살겠다고 달아난 그들 이미 구원받은 사람만 구원하는 정치 아이들과 약자들을 외면하고 가진 자들과 힘 있고 능력 있는 자들만 구출하는 구원파 정부 자기 패거리만 구원하고 나머지는 연옥에 밀어 넣는 구원파 정당들, 새나라구원당들 아, 뒤집히고 나서야 보이다니 저들과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배를 타지 않은 자를 선장으로 뽑다니! 뒤집어라, 그들의 명령과 지시를 그리고 저 고귀한 지시를 따르라, 승객을 버리고 선장과 노련한 선원들이 첫 구조선으로 달아난 그 시각 선원은 마지막까지 배를 지킨다! 구명조끼를 벗어 주고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다 끝내 오르지 못한 스물두 살 4월을 품은 여자 박지영, 그가 최후의 선장이다 그 푸르른 정신을 따르라, 뒤집어진 걸 바로 세우게 하는 죽음을 뒤집는 4월의 명령을! 바다 무덤 손택수 아내의 배 속에 있던 아기의 심장이 멎었다 휴일이라 병원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동안 식은 몸으로 이틀을 더 머물다 떠나는 아기를 위해 아내는 혼자서 자장가를 불렀다 태명이 풀별이었지 아마 작명가는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덤으로 바뀐 배를 안고 나는 신호가 끊어진 우주선 하나가 막막하게 유영하는 우주 공간을 더듬고 있었다 그 후 아내는 어란을 먹지 않는다 꽃도 꺾지 않고, 나뭇잎 하나도 딸 수가 없다고 한다 세월호 뉴스 앞에 아내가 며칠째 넋을 놓고 있다 부푼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배 곁을 좀처럼 떠나질 못하고 있다 버리지 못한 초음파 사진 속 웅크린 태아처럼 바닷속을 둥둥 떠다닐 아이들, 이틀이 아니라 두 달이 넘었다 자신의 배를 무덤으로 내어준 바다는 실성한 듯 혼자서 자장가를 부른다 파도 소리 뭍을 할퀸다 아내는 이제 생선을 먹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피해 다닐지도 모르겠다 심장이 멎은 배를 끌어안고 자장자장 들려줄 수 없는 자장가가 흘러나오는 바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송경동 돌려 말하지 마라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 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 사회 전체적으로 정규적 일자리를 덜어내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성을 주입했다 그렇게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노동자 세월호에 태워진 이들이 900만 명이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안전’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어야 할 곳들을 덜어내고 그곳에 ‘무한 이윤’이라는 탐욕을 채워 넣었다 이런 자본의 재해 속에서 오늘도 하루 일곱 명씩 산재라는 이름으로 착실히 침몰하고 있다 생계 비관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알아서 좌초해가야 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이들이 지하 선실에 가두어진 이 참혹한 세월의 너른 갑판 위에서 자본만이 무한히 안전하고 배부른 세상이었다 그들의 안전만을 위한 구조 변경은 언제나 법으로 보장되었다 무한한 자본의 안전을 위해 정리해고 비정규직화가 법제화되었다 돈이 되지 않는 모든 안전의 업무가 평화의 업무가 평등의 업무가 외주화되었다 경영상의 위기 시 선장인 자본가들의 탈출은 언제나 합법이었고 함께 살자는 모든 노동자들의 구조 신호는 외면당했고 불법으로 매도되고 탄압당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자본의 이동은 언제나 자유로운 합법이었고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만 전가되었다 그런 자본의 무한한 축적을 위해 세상 전체가 기울고 있고 침몰해가고 있다 그 잔혹한 생존의 난바다 속에서 사람들의 생목숨이 수장당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돌려 말하지 마라 이 구조 전체가 단죄받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 처참한 세월호에서 다시 그들만 탈출하려는 이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위험한 세월호의 선장으로 기관장으로 갑판원으로 조타수로 나서야 한다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평형수로 에어포켓으로 다이빙벨로 긴급히 나서야 한다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이 자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본문 |
|
오늘 우리의 삶이 세월호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제주를 운항하는 6,835톤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해역은 맹골수도가 위치한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센 곳이다. 4월 16일 오전 8시 52분경,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최초의 신고자로 알려진 학생의 첫마디는 “살려주세요”였다. 사고가 발생하자 언론들은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사고 소식에 놀란 시민들은 얼마 뒤 승객 전원 구조라는 속보를 듣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는 곧 오보임이 밝혀졌다. 사고 발생 후 제대로 된 구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울어가는 배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들은 선장의 퇴선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선내 방송은 제자리를 지키라는 말만 반복했다.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빠져나가면서도 승객들에 대한 퇴선 안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수많은 이들의 손과 발을 묶은 것은 차가운 바닷물도, 두꺼운 강철판도 아닌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었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_ 나희덕, 「난파된 교실」 부분 그날 배에서 빠져나온 선원 중 한 사람은 다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가 회사와 나눈 통화에는 배 안에 타고 있는 승객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 그 시간에도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 방송에 주목했다. 배 안에 남은 직원들은 아직 구명조끼를 입지 못한 승객에게 자신의 것을 벗어 주었고, 선생님과 부모들은 우는 아이들을 달랬다. 그에 앞서 해경 직원은 신고 승객에게 경도와 위도를 물었다. 현장에 출동하고 나서도 가라앉는 배에 다가가지 못하고 근처를 맴돌 뿐이었다. 배에서 탈출한 승객을 구한 것은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선들이었다. 침몰하는 배에 탄 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주세료”라고 말하고 나서 이후 몇 시간 동안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날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고 있던 것은 세월호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가라앉고 있었다. 침몰입니까? 아니 습격입니다 습격입니다! 우리들의 고요를, 생의 마지막까지 번지던 천진한 웃음을 이윤의 주구들이 분별심 없는 관료들과 전문성 없는 전문가들이 구조할 수 없는 구조대가 선장과 선원과 또 천상에 사는 어떤 선장과 선원들로부터의…… 습격입니다 _ 문동만, 「소금 속에 눕히며」 부분 국회의원, 장차관, 대통령까지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팽목항에 다녀갔다. 그들은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조속히 대응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언론은 지상 최대의 작전이라고 떠벌였지만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 같았다. 상황은 진척되지 않았다. 사고 후 수많은 대책본부들이 구성됐으나 대책이 없었다. 그들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 그 사실을 지적하자 청와대는 스스로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이 망쳐지는 동안 저 침묵의 바다에, 저주의 바다에 슬며시 고개를 쳐드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실체였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배에 타고 있는 국민들의 실체였다. 돌려 말하지 마라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 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 (중략) 자본의 무한한 축적을 위해 세상 전체가 기울고 있고 침몰해가고 있다 그 잔혹한 생존의 난바다 속에서 사람들의 생목숨이 수장당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돌려 말하지 마라 이 구조 전체가 단죄받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_ 송경동,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부분 사고 후 100일이 지나고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세월호 특별법도 진척이 없다. 세월호 소유주는 행방을 감췄다. 얼마 전 희생자 가족들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세월호는 여전히 침몰 중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침몰 중이다. 그날 배 안에 타고 있던 376명의 이름은 우리 모두의 이름이었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 발간사 참사 직후, 우리는 참혹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뜻을 되새기기 위해 여기에 다시 싣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 무너진 것은 국가 안전 시스템만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일의 뜨거움과 생명 가진 것들의 존엄 자체가 냉혹한 이윤과 차가운 권력 앞에서 침몰해버렸다. 말의 질서와 말의 윤리를 믿는 작가들이 더욱 망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힘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피폐를 응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국가가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들의 박해받는 슬픔이 가진 생명력을 믿고자 한다. 여전히 말은 무력하고 인간을 위한 세상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 먼 곳이 반드시 가야 할 길임을 알기에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 문학은 본래 세상의 모든 약한 것들을 위한 것이고 세상의 가장 위태로운 경계에 대한 증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 기억하고, 그치지 않고 분노하며 끈질기게 싸울 것이다. 이러한 문학의 언어를 두려워할 줄 아는 권력을 원한다. 정권의 안위가 아니라 위임받은 권력의 책임에 민감한 정부를 원한다. 이 정부를 허용하고 방임한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자인하며 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무능하고 진실을 억압하는 데에는 능란한 정부의 자격을 캐물을 것이다.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나서는 오만과 착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누가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주었단 말인가.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가를 참칭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그 착각을 허락한 적이 없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만 지킬 것을 요구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세월호에서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잃은 비통한 슬픔을 디딤돌 삼아 우리는 이렇게 다짐한다. 우리의 자존을 겁박하는 권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모든 부정에 회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다. 우리의 미래와 사랑을 자본에게 통째로 맡기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희망을 퍼뜨리면서 절망과 싸울 것이며 사랑을 지키면서 억압을 깨뜨릴 것이다. 정의를 말하면서 협잡을 해체할 것이며 공동체를 껴안으면서 권력의 폭력을 고발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라면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이것이 문학의 윤리이며 문학이 말하는 자유임을 믿기 때문이다. * 따라서 이 시집은 우리의 슬로건이다. 맹골수도 검푸른 바닷속에 잠든 영혼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 2014년 6월 2일 문학인 시국 선언 「우리는 이런 권력에게 국가 개조를 맡기지 않았다」 일부 발췌. _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