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돌아왔다. 앞뜰엔 팥배나무 이파리가 눈 시리게 뒤척이고, 뒤란엔 송진 냄새 가득한 고향집으로. 아버지와 같이 심었다는 낙엽송이 긴 산그늘을 이루는 산골 집으로. ‘아픈 몸’으로 돌아왔으나 누군가의 든든한 곁이 되었다. 시인은 산밭에 손가락을 그어 걸리는 것들을 쓴다. 멀리 베트남에서 스무 살에 시집온 람풍과 어느새 소녀가 된 민정이의 명랑함을 쓴다. 멀리 시집보낸 아버지의 눈빛으로 쓴다. ‘논아, 깨야, 고마워. 배추밭아, 고마워’ 모든 자연 사물에게 신성이 있으리라 믿는, 아니 신성 자체일 람풍의 읊조림은 문명의 홀씨가 되어야 마땅할 터. 단정한 시편들은 이 나라 곳곳에 사는 어엿한 한국인일 람풍들에게 건네는 무명 손수건이다. 시인은 이렇게 걸리는 게 많아서 앓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