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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권서각_동그란 콩 / 할머니 말씀 김경후_최고의 검객 / 콩 맛 김남극_콩꽃 / 불영사(佛影寺)에 가서 김명기_무덤시 골에서 / 죽변(竹邊) 김륭_울진 콩들은 꿩꿩 꿩처럼 울지 / 콩콩 초대-울진 콩밭에서 외계소년과의 1박 2일 김성규_할머니 / 콩 타작 김신숙_콩 맛 / 폭풍 속으로 김진문_콩알 협정 / 천년대왕송 김창균_울진이라는 곳 / 콩.콩.콩 김혜연_콩밥을 맛있게 먹는 이유 / 콩집 남태식_협동이라는 말-어떤 셈법 2 / 재미 남효선_구십 할미 콩 모종 다시 심는 까닭은 / 씀바귀 꽃길 따라 문동만_콩밥을 지으며 / 마지막 콩밭 문신_곰 잡으러 가자 / 밤새 콩알이 굴러다녔지 박구경_시로 쓰는 기행문-울진 스토리텔링 / 어머니 젖알-울진 콩 박승민_죽변 어판장 / 울진군 매화마을 콩을 박주하_두부를 먹으며 / 죽변리에서 안도현_울진 두붓집 / 콩자반 안상학_콩 콩 콩자로 끝나는 말은? / 범버꾸 얌얌 유강희_콩알 / 두부와 콩 이병초_콩알만 한 놈이라고 / 왕피천의 노래 이설야_물고기 극장 / 콩 이장근_단짝 콩 / 나처럼 걸어 봐 이종암_생명의 울진 콩, 콩, 콩 / 울진 금강송, 황장목 이종주_울진 콩의 노래 / 울진 친구를 그리워하다 이진희_울진 콩 / 바람을 기다리며-대풍헌에서 임동윤_콩을 위하여 / 메주의 시간 임동학_된장국 / 콩씨들 정진실_콩의 노래 / 불영사 귀부(龜趺) 최백규_망양정 / 울진중앙로 최지인_폭풍의 언덕 / 콩빵 현택훈_울진 순비기꽃 / 울진에게 참여작가 약력 해설 최재봉(한겨레 기자)_‘콩콩’ 튀는 생명력과 우주적 상상력의 어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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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 할미 몇 남지 않았을 이승의 힘 모두 모아
장맛비에 귀퉁이만 봉긋 남은 밭뙈기에 한 포기 한 포기 옮긴다. 갓 난 손주 어르는 것 같다. 한 포기 옮겨 심고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고 한 포기 옮겨 심고 모진 세월 한숨 뱉는다. 먹을 양식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 콩은 좁쌀보다, 보리쌀보다 더 소중한 식구를 살리고 후손을 만든 유일한 힘. --- 「구십 할미 콩 모종 다시 심는 까닭은」 중에서 외로움과 누추하게 마주 앉을 때 두부만큼 부드럽고 만만하게 목구멍을 넘어가던 게 또 있었던가 이렇게 묽어지려고 더 강해지는 길을 이렇게 사려 깊어지려고 흰 정성 한 톨 품어내는 끈기를 한 알의 콩은 알고 있었으니 --- 「두부를 먹으며」 중에서 두붓집 양철 간판을 돌아보지도 않고 너는 집을 떠났겠다 눌러야 단단해지는 것이 어디 두부뿐이랴 나는 해변 비탈의 콩밭 칠백 평으로 남아 있다 콩을 품고 있던 콩깍지의 빈방에 두부가 끓고 있다 --- 「울진 두붓집」 중에서 내 작은 몸을 두고 콩알만 한 놈이라고 놀리지 마세요 내 몸은 작아도 울진 앞바다 파도 소리가 쟁여져 있고 월송정에 솔바람 소리도 적혀 있어요 --- 「콩알만 한 놈이라고」 중에서 가장 동그랗고 가장 까만 콩으로 콩! 아빠 엄마 잔소리에 세상 모든 잔소리에 콩! 마침표 찍고 싶다. 아, 고소해. --- 「콩 맛」 중에서 |
지역 음식을 소재로 문인들이 엮은 지역음식시학총서 1권『밤새 콩알이 굴러다녔지』(안도현 외, 경북 울진편)가 출간되었다. 지역음식시학총서는 “소월과 백석부터 영랑과 그 후의 수많은 시인들이 방언과 모국어를 갈고 닦았고” 그 땅에서 나는 음식을 소재로 시를 썼듯이, 오늘을 사는 시인들이 지역의 음식과 역사를 ‘시’로 남겨 그 명맥을 잇고자 하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 편으로 32명의 시인들이 경북 울진 지역에서 나는 콩과 음식, 문화유적지를 바탕으로 시집을 엮었다. 또한 이번 시집에는 서정적인 초록빛을 머금은 최연택의 일러스트도 곁들여져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시집을 엮은 안도현 시인은 “음식을 만들던 노인들이 돌아가시면서 이제 그분들이 만들었던 음식 맛을 아무도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그 음식에 우리의 문화의 총량이 들어 있지만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만 좇으려 할 뿐입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번 시집이 갖는 의의를 강조했다. 한 명의 노인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가 가진 문화유산 전체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들은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가 그 뿌리를 잃지 않고 유구한 정신사(精神史)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써 나갔다. 남효선 시인은 “먹을 양식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콩은 좁쌀보다, 보리쌀보다 더 소중한/식구를 살리고 후손을 만든 유일한 힘”(「구십 할미 콩 모종 다시 심는 까닭은」)이라고 말하며, 구십 할머니가 콩을 심는 이유를 ‘삶에서 우러난 슬픔의 힘’으로 인식하고 있다. 산과 바다, 강과 들판이 있는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으로 그만큼 다양한 음식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음식은 생명을 영위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인간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필연적으로 맞대고 살아야 할 문화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 민족의 밥상에 자주 올라가는 ‘콩’이 지역음식시학총서 첫 번째 주자로 등장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메주, 된장, 청국장, 간장, 두부, 콩나물, 콩알, 콩자반 등의 콩 음식이 우리 문화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만큼 ‘콩알만 하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 ‘단짝 콩’ 같은 다채로운 언어들이 일상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시인들은 이런 다양한 언어적 특징을 바탕으로 시를 썼다. 이장근 시인은 콩과 껍데기가 떨어지던 날 “난 된장 되고 넌 두부 되고/ 아니 그 반대가 돼도 좋으니까// 된장찌개 뚝배기에서 만나/ 보글보글 밀린 이야기 나누자”(「단짝 콩」)라고 말하며 ‘알콩달콩’한 정(情)을 표현하였다. 현재 울진 지역의 콩클러스터사업단에서는 울진 콩으로 만든 된장, 청국장을 비롯해 유기농 빵 등의 음식과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경북 울진 지역을 답사한 이후 시인들은 시누대가 우거진 죽변 절벽, 울릉도로 가기 위해 관리들이 바람을 기다렸다는 대풍헌, 임진왜란의 슬픈 역사가 있는 성류굴,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 등 사연이 깃든 장소에 관한 시를 썼다. 최지인 시인은 성류길 빵집을 다녀와서 “울진 콩들이 모여 수다를 떨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하다/ 가루가 되어 며칠 잠을 자면/ 부풀어 올라// 구름의 노래를 듣고/ 콩콩콩 새들의 울음을 조금 섞어” 빵을 만든다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해설을 쓴 최재봉 기자는 김남극 시인의 “「콩꽃」은 권태응의 잘 알려진 동시 「감자꽃」에 대한 오마주처럼 읽힌다. 제목에서부터 그러하지만 “하얀꽃 보라꽃/ 주황꽃 노란꽃” “노란콩 까만콩/ 보라콩 자주콩” 같은 구절들은 특히 「감자꽃」의 리듬을 강력하게 환기시킨다.”라고 말하며 이번 시집이 한국문학의 변주로서 읽힌다고 보았다. 시집 『밤새 콩알이 굴러다녔지』는 한 지역과 음식에 대한 생태학적 보고서로서 손색이 없다. 한국의 음식문화를 문학적으로 새롭게 만들어보고 그 음식 맛을 언어의 맛으로 전이시키려는 시인들의 맵고 짜고 고소하고 슴슴한 언어가 담겨 있다. 여는 글 콩은 우리 민족의 식생활과 가장 가까운 곡식 중 하나입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 어머니의 어머니들은 부엌에서 재료를 정성껏 다듬어 음식을 만들어냈습니다. 철없던 시절 저는 어머니 치파폭에서 음식을 받아먹으며 자랐습니다. 어머니는 콩으로 된장과 고추장을 담갔고 간장을 우려냈습니다. 콩나물을 길러 먹고, 콩고물을 만들어 잔칫날마다 가족들은 웃으며 떡을 나눠 먹었습니다. 콩국물을 만들어 국수에 말아먹으며 여름을 났고,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로는 장을 담갔습니다. 콩은 하루도 우리 밥상에 올라가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음식을 만들던 노인들이 돌아가시면서 이제 그분들이 만들었던 음식 맛을 아무도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그 음식에 우리의 문화의 총량이 들어 있지만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만 좇으려 할 뿐입니다. 소월과 백석부터 영랑과 그 후의 수많은 시인들이 방언과 모국어를 갈고 닦았고 지금 한국의 시인들도 울진 콩으로 만든 음식과 모국어로 시를 쓰려고 합니다. 시누대가 우거진 죽변길과 절벽을 향해 밀려오는 동해안의 파도, 울릉도로 가기 위해 관리들이 바람을 기다렸다는 대풍헌, 임진왜란의 슬픈 역사가 있는 성류굴,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과 울진 콩으로 만든 음식들이 종이 속에서 되살아나길 기다립니다. - 2020년 새해를 기다리며 안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