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김남극
배달 라이더처럼 산협 나머지 얼굴이 궁금하다 2020년, 한 해 동안 문자 메시지 산문|코로나-19와 함께한 산협 시절 김미소 먹을 만큼 먹었고 잘 만큼 잤다 입수면기 날개는 슬픔을 간지럽힌다 혼자만의 길 가장 희미해진 사람 산문|짐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 김성규 의료보험카드 할머니 흰 무덤 선물 1 선물 2 산문|마을회관 김안녕 대전발 영시 오십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눈 모래와 미래 소요산행 1호선 천은사 연등은 무슨 까닭입니까 산문|우리 모두에게는 간호가 필요하다 김창균 공동묘지 모닥불 복면 복어 어느 날 사라졌다 산문|풍경 박봉희 가정식 백반 임시휴업 시소게임 자가격리, 그거 별거 아니에요 With Corona 산문|대구, 그 위기의 도시 박소란 자취 이방인 초대 행인 따뜻한 이불을 덮고 주무세요 산문|괜찮습니까? 송진권 군내버스 정류장 어쩌다 이런 세상을 백 낮술 지금은 온라인 수업 중입니다 산문|친구 A의 희망퇴직 이종형 떠나고 남은 것들 대설주의보 문학관 옆 깊은 계곡 동지 어떤 하루 산문|숲의 재발견, 머체왓 천수호 호리병벌 좀비의 집 납골당 현미경 가로등과 계요등 산문|격리가 부른 코로나 우울 |
김남극의 다른 상품
김미소의 다른 상품
김성규의 다른 상품
김은경
김안녕의 다른 상품
김창균의 다른 상품
박봉희의 다른 상품
박소란의 다른 상품
송진권의 다른 상품
이종형의 다른 상품
천수호의 다른 상품
|
지난 두 해 동안 나는 배달 라이더처럼 살았다
바이러스라면 유독 경기驚氣를 하는 식구들은 모든 걸 배달시켰다 나는 밥이며 국수며 심지어 삼겹살까지 주문하고 찾으러 다니면서 수많은 배달 라이더와 마주쳤다 두꺼운 마스크와 검은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그 라이더의 눈빛에는 지금 모두의 눈빛을 대신하듯 불안과 두려움, 분노와 어떤 초조가 섞여 있었다 잠시 교차하는 순간에도 전해지는 그 눈빛들 나도 그 배달 라이더처럼 두 해를 보내면서 점점 내 눈빛이 그들과 닮아 가고 있다는 걸 어느 날 거울을 보고 알았다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 김남극 시 「배달 라이더처럼」 중에서 아프니까 서러워 부모님이 더 생각났다. 격리 해제 후 엄마랑 통화하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하니 코로나 퍼뜨리면 큰일 난다고 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뵐까 싶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순천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대전역에 도착해 다시 버스를 타고 서산으로 갔다. (중략) 일주일 정도 지나니 미각이 조금 돌아왔다. 다시 끓인 김칫국이 참 시원했다. 입맛이 도니 살 것 같았다. 엄마는 몸에 아직도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거라며 내 앞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 김미소 산문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 중에서 우리는 쏜다 누가 맞지 않아도 좋다 사람은 누구나 전염자 웃음이 전파되듯 우리는 쏜다 구름이 전파되듯 그리고 계승된다 피와 피를, 땀과 눈물을 통과되는 순간 깨달음은 온다 무릎을 꿇고 경배를 올리는 시간 누군가 웃어야 새날이 시작된다 --- 김성규 시 「선물1」 중에서 희디흰 타이레놀을 절구에 빻아 세계의 공중으로 훠어이 훠이 울음을 그칠 수 없으므로 겨울, 인간의 길은 미끄럽고 끝 간 데 없으므로 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극약 처방 --- 김안녕 시 「눈」 중에서 어느 날 거리에 불빛이 사라지고 상점이 사라지고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중간이 끊어진 직선처럼 거리의 끝에 서 있다 사람이 지나지 않는 거리는 이제 곧 사라질 것이다 미처 신발을 챙겨 신지도 못하고 응급실로 실려 가는 이웃과 불어 터진 국숫발처럼 입 속에서 뭉턱 끊기는 한숨은 자주 목격될 것이다 아까워서 아까워서 끝까지 아껴 쓰고 싶었던 겨울해가 서둘러 지는데 거미들은 난간과 난간 사이에 걸어 놓은 자신의 밥줄에 제 몸을 감고 숨을 헐떡인다. --- 김창균 시 「어느 날 사라졌다」 중에서 증가하는 확진자에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상향한다. 어떤 변화에도 휩쓸리면 안 된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오갈 데 없는 나는 마스크를 쓰고 초등학교 운동장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못을 몇 바퀴 돌며 시간을 보낸다. 나 자신을 다른 사람과 격리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방법들이다. 혼자에 몰두하며 이 고비를 견뎌 나간다. 단절과 격리 그리고 마스크로 익명화되는 혼자는 외롭다. 무섭다. 누군가 곁을 내주고 손잡아 주기를 기다린다. 누군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서로 밥은 먹었냐, 아픈 데는 없냐,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혼자를 위하고 서로를 위하는 지속적인 처방이다. --- 박봉희 산문 「대구, 그 위기의 도시」 중에서 누군가 앉았다 일어난 자리 머플러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지나치게 움츠러든 사람 누군가 그를 두고 가 버린 것이었다 (중략) 작은 우연이라도 필요한 것이었다 살아 있다는 사실, 가끔은 그 사실을 들키고 싶어 바닥에 맥없이 주저앉은 머플러 그를 일으켜 급히 카운터 쪽으로 향하는 누군가 안녕히 가세요 사람이었다 --- 박소란 시 「따뜻한 이불을 덮고 주무세요」 중에서 안 죽구 살았응게 이르케 또 보는구믄 죽겄더니 그나마 이제 해동해서 근근이 살아나 장귀경두 하는가베 세한에 고라니가 내려와서 시래기를 다 빼먹었다니께 눈이 그리 많이 왔으니 산짐승도 살아야지 즌기장판 한 장으루 겨울을 났다니께 (중략) 그랴 죽을 날 잡아 논 귀신들끼리 술이나 한잔 먹고 가자 버스 시간 아직 남았으니께 아따, 성님두 마스크 쓰구 댕겨야지 요샌 어딜 가두 마스크 안 쓰구 댕기면 안 들여보낸답니다 마스크 안 쓰면 저승서두 안 받을랑가 모르겄네 --- 송진권 시 「군내버스 정류장」 중에서 해가 바뀌었다지만 마스크 낀 얼굴들을 분간할 수 없는 바깥세계는 여전히 그대로일 것이므로 궁금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 마음이 놓였다 폭설을 핑계 삼아 모든 약속은 뒤로 미루기만 하면 충분했으므로 그것도 안심이 되었다 저 눈길을 헤치고 점집에 다녀온다던 애인은 어떤 점괘를 받고 돌아왔을까 궁금한 것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사흘 눈이 내리고 나흘을 기쁘게 갇혀 있는 동안 --- 이종형 시 「대설주의보」 중에서 바이러스는 마치 인정人情에 질투하는 것 같았다. 잡은 손을 놓게 하고 가까이서 눈빛을 나누지 못하게 한다. 한 장소에 다정히 머물지 못하게 하고 마주 앉아 속닥거리는 대화를 막는다.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식사 때도 대화를 할 수 없게 한다. 내가 피해를 보는 것보다 내가 피해를 줄까 봐 겁을 먹게 한다. 누군가를 격리하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얼마나 큰 죄책감을 선물로 받을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보다 남을 위해 내 몸을 걸어 잠그게 된다. 그러느라 오래 우울했고 여전히 무기력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종식보다 공존을, 비장함보다는 유연함을 택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일상이지만 생활의 리듬을 되찾으며 이 환경에서도 좀 유연해질 때가 온 것 같다. --- 천수호 산문 「격리가 부른 코로나 우울」 중에서 |
|
코로나-19 시대, ‘함께할 내일’을 열망하며
열 명의 시인이 자아낸 시와 산문 -김남극·김미소·김성규·김안녕·김창균·박봉희·박소란·송진권·이종형·천수호 시인 “작은 우연이라도 필요한 것이었다 살아 있다는 사실, 가끔은 그 사실을 들키고 싶어”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열 번째 테마 시선 『따뜻한 이불을 덮고 주무세요』가 출간되었다. 전국 각지에 사는 10명의 시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써 나간 코로나-19 시절의 기록이다. 2019년 12월 처음 발발한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휩쓸며 인류를 공포와 불안에 몰아넣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역대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문학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외로움, 가난, 병, 의심, 공포, 불안, 슬픔, 우울이 마음속에 더 크게 자리 잡았기에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다른 상상력과 다른 행동, 다른 연대가 필요했고 시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겪고 사유한 ‘코로나 극복기’를 다섯 편의 시와 한 편의 산문에 담았다. 여기 그 불안의 시간들을 기록한 이들은 서울, 경기, 강원, 경상, 전라, 충청, 제주의 시인들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어 서로 일면식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시인들은 난생처음 겪은 역병의 시간을 견디고 치유하며 글을 썼다. 생전 듣지도 못했던 용어들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렸습니다. 확진자·팬데믹·자가격리·밀접접촉자·일상접촉자·코호트격리·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낯선 용어들을 두려워했고, 집콕족·확찐자·마기꾼·코로난가와 같은 신조어로 웃음코드를 찾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또 한때는 얀센·모더나·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라는 낯선 이름의 백신들을 검색하며 어떤 백신을 맞아야 더 안전할까 서로 눈치를 보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원래 집콕족이 많던 우리 시인들은 확찐자의 생활에 허덕이며 한밤중에 천변을 도는 일상으로 겨우 위로를 받곤 했습니다. (중략) 우리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여기 그 불안의 시간들을 기록한 열 명의 작가들은 서울, 경기, 강원, 경상, 전라, 제주의 시인들입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아서 서로 일면식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시인들은 평생 겪어 보지 못한 역병의 시간을 시로 혹은 산문으로 엮었습니다. 이 역병으로 희생되신 분들 곁에서 그들의 사연을 가만가만 듣는 마음으로 쓴 글이라 한다면, 시인으로서 그동안의 무력감이 좀 지워지기라도 할까요. 아무튼 오늘은 바람이 좀 서늘하네요. 따뜻한 이불을 덮고 주무세요. -「여는 글」 부분 시인들은 “두꺼운 마스크와 검은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김남극 「배달 라이더처럼」) 라이더의 눈빛에, “마스크를 쓰고 화투를 치”(김성규 「마을회관」)는 시골 할머니들의 모습에, 권고사직을 내미는 호텔에서 차마 동료의 이름을 쓰지 못해 스스로 희망퇴직을 선택한 “친구 A”(송진권 「친구 A의 희망퇴직」)의 이야기에 함께 걱정하고 아파하며 ‘괜찮습니까’ 하고 묻는다. 도시에서도 농촌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집 안에서도, 제주에서도 강원도에서도, 먼 곳에서도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프고 힘겨웠다. 그리고 열망했을 것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그날을, 손을 맞잡고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그날을, 장례식에서 함께 애도를 표하고 예식장에서는 마음껏 박수 치며 축하할 수 있는 그날을. 그리고 당신과 내가 함께 안녕하기를. “흰 우유에 달달한 시리얼을 말아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반쯤 지워진 간밤의 악몽을 연하게 내려 마신다”(박소란 「이방인」)는 고백은 참 처연하고, “구멍이 뚫리면 이 집은 안전하지 않다 나는 가장 나중에 뜯어 먹히기 위해 죽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한다”(천수호 「호리병벌」)는 발언은 또 얼마나 참혹한가. 그 모든 참혹을 딛고 서서 시인들은 노래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간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