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밤의 숲을 지어온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바늘땀이 지날 때마다 낱낱인 사색의 조각들이 이어진다. 이따금 그의 어깨를 짚어온다던 어떤 손의 예감처럼 그가 그림을 읽어낸 코드도 미리 쓴 시에 별처럼 뿌려져 있다. 밤의 가장 깊은 근심을 디뎌본 그가 누구보다도 예민해진 펜으로 세상의 밤을 읽는다. 그의 필체로 새로 그린 그림과 더는 말이 없는 그림을 오가며 우리는 이 세상에 내려진 검은 날개의 신을 만난다. 미화할 마음도 선량할 마음도 없는 그의 한 세계는 그림 속의 말들을 업고 고요히 밤길을 걷는다. 깊고 조용한 밤, 한번도 듣지 못한 밤을 여기서 듣는다. 징후라고는 없는 신의 밤, 견딜 수 없는 그의 기억에서 자아낸 한 줄의 문장이 운명처럼 그림의 안팎을 넘나든다. 그가 복원한 밤이 고요의 앙금을 가라앉힐 때까지, 혹은 그가 저 밤의 숲가에서 잃었다는 문장의 한 단어를 찾을 때까지 우리는 함께 그의 밤 노래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