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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일
/ 프롤로그_‘다섯 문장’을 시작하며 거기, 남쪽 마을 엄마처럼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인연에 꽃무늬가 불투명한 미래 선택 운명 흙더미 물음표 촛불 꿈 사랑을 갉아먹는 존재에 대하여 인색함에 대하여 눈동자 미움과 용서 길상호 / 깨진 손 인디고 나비길 pumpkin 심지어 천 년 후에도 염소는 길을 잃었네 물고기 흔적 미카엘 까마중 술집 송진권 / 매미 허물 속 +시작노트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시작노트 소쩍새의 위장술 +시작노트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 +시작노트 내가 기른 모든 개들 +시작노트 김명신 / 사과 잠자리 앵무 밥 책 미싱 입 수의 장 귀 집 엄마와 내 손 아버지 신발 아기동백 손 후기_꽃으로 사실까, 밥으로 사실까 이정현 / 시읽기 / 시일기 참고자료 발문│붉어진 별은 꽃이 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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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는 눈동자들을 파는 한 상점에 들른 적이 있는데, 거기선 오로라가 서린 북극여우의 눈동자도 팔고 있었다. 유리구슬 같은 그 눈동자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건 녀석이 정말 슬프고 아팠던 날에 쏟아낸 울음의 빛깔이 아닐까, 하는.
--- p.25 그 길에는 보이지 않는 문들이 이어져 있어, 나비는 끝없이 날개를 열고 닫았지요, 나비를 따르던 나도 여러 개의 문을 통과해야 했는데, 아침을 열면 정오의 문이, 정오를 열면 저녁의 문이, 밤의 문이, 새벽의 문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 p.37 훌쩍이며 내 손을 보았을 때 손에 누런 깃털이 덮이고 있었다. 몸이며 얼굴도 깃털로 뒤덮였다. 물에 얼굴을 씻으며 내가 뻐꾸기가 되는 걸 보았다. 뻐꾹, 뻐꾹, 뻐꾹 그 집을 돌며 평생을 울어야 했다. --- p.73 병상에 계실 때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 배를 쓸어드렸다. 엄마는 엄마 몸을 만지는 것을 매우 싫어하셨는데, 그때 내 손은 큰 호사를 누렸다. “네 손이 참 따뜻하고 좋다.” --- p.117 김춘수의 「천사」를 잠깐 떠올리고 한려수도 봄바다를 꿈꾸다. 꿈은 좋다. 파도는 성난 파도일수록 더욱 좋다. 여백 없는 바다제비의 활강은 무형의 바탕에서 비롯된다. 필요를 요하지 않는 시인의 필력이 부럽다. 눈꺼풀이 무겁다. 깊은 잠에 이른 듯하다. --- p.1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