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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뼛속에 새긴 기억의 공간
1장 산이 주는 선물 그리고 나 : 산속에서 하루하루 산은 나의 놀이터 / 새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다 / 밤밭과 히어리 터널 그리고 얼레지 / 계곡의 시간 / 산과 함께 깨어나는 하루 2장 제발 사라지지 말아요 : 기억하고 기록하고픈 생명들 삵과 오리 / 말똥가리와 섬진강 / 마당을 나온 거위와 큰기러기 / 홍시와 물까치 그리고 직박구리 / 수달과의 첫 만남 / 댕기흰죽지와 유해조수 / 집 고치기 재주꾼, 동고비 / 할머니 아니에요, 할미새 / 지리산과 천왕봉 / 환상 속의 때까치, 오지 않는 멋쟁이새 / 호사비오리와 인연 / 물 위의 춤꾼 중대백로 / 황조롱이와 함께 살려면 / 비오리와 물놀이의 추억 / 잘 쉬어 가세요, 쇠기러기 / 고니를 위해 살금살금 / 파랑새를 위한 변명 / 꼭꼭 숨어라, 노루털버섯 / 여유로운 물닭 / 섬진강 잔디밭 추억 / 오목눈이와 흑두루미의 삶, 우리는 연대합니다 / 모래강 섬진강 3장 그래도 난 이곳에 남아 : 활동가가 되었다네 베어진 숲, 파괴된 숲 / 땅값과 갈라진 마을 / 에너지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정의 / 물살이야, 나 잘하고 있니 / 아름다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 누가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가 나가며 : 나는 지금, 생명의 편에 서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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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26-01-15
- 이 책은 노출사철제본 책입니다. 정환(지은이)이 조심스럽게 카메라에 담은 생명들의 사진을 독자들께 더 생생하게 전하고자, 책이 쫙 펼쳐지는 노출사철제본을 선택했습니다.
- 편집자로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길 바랐습니다. 사진에 나오는 생명을 오래 바라보면, 마치 내가 그와 함께 있는 듯 느껴집니다. 그들이 위험하면 나도 위험하고, 그들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질 수 있음을, 마침내 그 연결감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사진을 먼저 놓고 그 뒤로 글이 따라오게 했습니다.
- 숨은그림찾기도 해 보셔요. 숨은 그림 : 하늘에서 떠 있는 새똥, 신갈나무 틈새에서 자란 읍나무, 왼쪽에서 열다섯 번째로 서 있는 사람 정정환을 찾아보는 재미를 덤으로 드립니다.
- 책이 발행일보다 좀 늦게 나왔습니다. 인쇄소 기계가 고장 나서 늦어졌는데요, 제가 발행일보다 넉넉하게 앞서 인쇄를 넘겨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탓이 더 큽니다. 기다려 주신 독자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아주 많이 듬뿍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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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들이 나를 만들어 왔습니다. 내가 산에 가고, 산이 내게 오는 하루하루가 바로 내가 되었습니다. 까닭은 없습니다. 나는 산에 깃들어 살아왔습니다.
--- p.47 이 책을 읽는 분들도 뼛속에 새겨진 자기만의 추억을 꺼내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자기 재주대로 남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사라질 것들을 사라지지 않게 지키는 일이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해 줄 테니까요. --- p.12 겨울철 물가에서 꼬리를 까딱이며 물결치듯 나풀나풀 날아가는 할미새를 보면 꼭 요정같이 아름답습니다. 춤을 추는 듯 보이기도 하고요. 얼음 위를 뽀르르 달려가다 먹이를 보고 멈출 때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어찌나 귀여운지요. 이런 모습을 보려고 추운 날씨에도 위장막에 들어가 견딥니다. --- p.99 산을 오르는 일은 치열하게 내 근육을 이용해서 온몸으로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굳이 오르려거든 무슨 까닭이 있을 때만 오르거나, 까닭이 없이 그저 재미로라면 내 근육과 에너지를 쓴다는 까닭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뭇 생명의 공간을 인간 맘대로 들어갈 권리가 어디에 있을까요. 재미 삼아 남의 집에 쳐들어갈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 p.103 어릴 때부터 제 마음속에는 늘 생명의 터전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 마음은 새를 관찰하면서 새들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 내가 좋아하는 뭇 생명이 잘 살도록 지키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제게 움직이라고 했습니다. --- p.173 자본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가치를 재 보게 됩니다. 저건 귀하고 저건 흔하고 저건 좋고 저건 나쁘고…. 그러나 생명의 눈,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그 자체의 아름다움, 귀함이 보이게 됩니다. 흔하다고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으니까요. --- p.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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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이 책을 펼쳐 주세요
새를 사랑한 청년, 생명의 편에 서다 어릴 때부터 사랑해 온 장소,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생각해 온 새들, 어릴 때부터 이름 붙여 온 바위, 어릴 때부터 늘 보고 자란 산. 더는 볼 수 없는 존재들을 생각하며 정환은 울었습니다. 새도, 바위도, 산도, 강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환은 산 밖으로 나왔습니다. 새들은 우릴 기다려 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새들은 우릴 기다립니다. 우리가 움직이기를. “내가 산에 가고 산이 내게 오는 하루하루가 바로 내가 되었습니다.” 학교에 나가는 대신 늘 산을 오르며 자연 속 뭇 생명에게서 인생살이를 배운 정환의 어릴 적 이야기가 1장에서 펼쳐집니다. 산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자기를 어떻게 키웠는지, 무엇을 깨달았는지,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 버린 오늘날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운지를 이야기합니다. “사라지지 않게 지키는 일이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해 줄 테니까요.” 정환을 산속에 붙들어 둔 새들과 자기를 겸손하게 만든 동물들, 존경과 두려움을 갖게 하는 지리산, 놀이터가 된 계곡과 이름 붙여 준 바위 등 오늘날 지은이를 만든 스승 같은 생명에 대한 다정한 기록이 애틋한 사진과 함께 2장에 나옵니다. 동식물이 인간보다 우위라는 식으로 찬양하는 태도가 아닌, 정말 동료로서, 벗으로서, 같은 공간을 함께 쓰는 지구 운명 공동체로서 동식물을 향한 정환의 경외감과 다정함, 애틋함을 배우게 되며, 동식물 저마다 가진 특성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됩니다. “나를 만들어 준 숲과 계곡과 바위와 강, 나를 꾸짖고 가르쳐 준 자연 속 뭇 생명, 그리고 지금 환경운동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게 된 나의 삶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3장에서는, 서른 해 가까이 산을 중심으로 살던 정환이 어쩌다 산 밖으로 나와 차를 몰고 이 지역 저 지역을 다니는 환경활동가가 되었는지를 말합니다. 베어지고 벗겨진 숲을 보며 생명 학살 현장에서 아파하고,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리운 공간들을 떠올리며 애통해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물살이를 잡아야 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나, 잘 살고 있나요?’ 하고 지은이 스스로 던지는 물음은 어느덧 독자들의 물음이 됩니다. 기억과 이야기가 담긴 장소들이 더 사라지지 않도록, 생명이 생명으로 존중받게 하고픈 지은이의 부탁과 당부 그리고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환경 혹은 기후위기라는 커다란 주제보다는, 아주 사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에게도 지키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지리산과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 사라진 풍경을 마음에 품어 본 사람 환경 문제 앞에서 마음이 흔들린 적 있는 사람 새를, 자연을, ‘설명’이 아닌 ‘이야기’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삶의 방향을 다시 묻고 싶은 사람 이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편집자 코멘트 2장에서는 오리, 말똥가리, 물까치, 수달, 노루털버섯, 큰고니 같은 여러 생명이 나옵니다. 지은이 정환이 오래 기다려 찍은 아름다운 사진은 그들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귀한 기록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편집자로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길 바랐습니다. 사진에 나오는 생명을 오래 바라보면 마치 내가 그와 함께 있는 듯 느껴집니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그들이 위험하면 나도 위험하고, 그들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질 수 있음을, 마침내 그 연결감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사진을 먼저 놓고 그 뒤로 글이 따라오게 했습니다. 덤으로, 숨은그림찾기도 해 보셔요. 숨은 그림 : 하늘에서 떠 있는 새똥, 신갈나무 틈새에서 자란 읍나무, 왼쪽에서 열다섯 번째로 서 있는 사람 정정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