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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의 그늘
이근일
천년의시작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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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시인선

책소개

목차

제1부
지난날 13
가물거리는 그 흰빛 14
보이지 않는 장면 16
아무의 그늘 18
당신이 모르는 당신에 대해 20
한 철의 기억으로 22
눈향나무의 어둠 속으로 23
폭설 24
곰소 26
환절기 27

제2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31
해 질 무렵 32
이 생을 견디는 방식 34
불면의 날 36
곡선을 꿈꾸다 38
조용한 골목 39
이 거리 40
이 나무 41
봄밤 42
잎, 43
악행 44
어떤 눈 45
도넛 46
질문 47
귀가 48
그날 49
적막 속에서 우리는 50
오월 52
우는 여자 53
산매발톱 54
미모사 55
그림자 56
얼굴 57
협곡 58
생일 60

제3부
밤의 장미처럼 63
더 둥글고 휘어진 64
결단 65
당신이 그것을 좋아하면 할수록 66
노래가 그리는 동그라미를 67
환희의 음악 68
불타는 해바라기 69
풀밭에 물들 때까지 70
활엽수의 감정 71
나는 늑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72
나는 무화과나무를 사랑한다 74
우리는 다른 기차를 타고 75
이 생을 누리다가 76
세기의 끝을 향해 78

해설
이정현 몽상이 쏘아 올린 꿈 79

저자 소개 1

시를 쓰고 책을 만든다. 매일 식물을 돌보고 나 자신도 가끔 돌보는데 물 대신 클래식 음악을 그득 부어준다.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스승은 마지막 순간에 시를 쓰셨다는데 나는 그 순간에 음악을 듣고 싶고 어떤 음악을 들을지 종종 고민한다. 이번에 다섯과 함께하게 되어 다섯 문장으로 된 이야기를 썼으며 시집 『아무의 그늘』, 『당신의 기억은 산호색이다』, 사진시집 『침잠하는 사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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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96쪽 | 162g | 128*188*15mm
ISBN13
9788960213364

책 속으로

아무의 그늘

아무라는 말이 있고 아무가 머무는 방이 있다. 나는 그 방의 문을 두드리고 말을 건네본다. 안에 아무도 없습니까. 언제나 그렇듯 나의 말은 조심스럽다. 이 말이 진정 안에 스미는가. 쉬 들여다볼 수 없는 안을 들여다볼 때마다 내 마음은 두근거린다. 텅 빈 방. 닫힌 문 너머 텅텅 울리는 나의 말. 정말 아무도 없다, 아무도. 아무도 없으므로 저 방은 아무가 머무는 방임에 틀림없다. 아무라는 말은 자주 그늘을 거느린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라는 떠도는 노래도 있지만 사랑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사랑뿐 아니라 부귀와 꿈 뭐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아무 족族에 편입된 사람들. 거리에 넘쳐나는 아무의 그늘과 그것을 벗으려 벗으려 몸부림치는 아무들을 보라. 아무의 그늘은 전염성이 강하다. 오랫동안 빛 속에서 영화를 누렸던 자들도 하루아침에 아무의 지위로 내려앉곤 하니까. 그래서 그들은 아무들을 경계하고 또 혐오하기까지 하는 것. 사실 나 또한 오래전 아무의 그늘에 전염되었다. 이러니 동네 외곽의 그 연못을 흠모할 수밖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단 한 줄기 빛을 받아 마시고 그토록 다채로운 빛을 퍼뜨리는 세계를. 지나가는 아무들을 잠시 멈춰 세우고 의미 없이 건네는 그 세계의 말들이 나는 좋다. 나직나직한 빛깔의 말들이. 또 비단잉어와 늙은 버드나무의 그림자와 보잘것없는 나라는 그늘까지 품어준 그 속내가, 또 속내에서 번지는 고요의 숨결이 나는 따듯하고 참 좋다. 그래서 나는 다시금 노크를 하고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것이다.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아무가 아무에게.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지난날 “한 세기의 끄트머리에 앉아” 서로의 습작시를 들여다보며 치열하게 문청 시절을 함께 보낼 때 그의 시에서 내가 받았던 이미지들은 그로테스크하지만 빛이 통과하는 프리즘처럼 다채롭고 환한 어떤 “있으므로” 같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죽은 나무에서 버섯이 자라듯 “우는 여자”로 “분홍 고래”로, “그런데, 로 시작하는 질문 하나”로 “당신의 무심코를” 겨누는 몽상가로 근일은 다시 태어난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이제 “없으므로”를 적시며 고요히 흘러드는 시간을 바라보며 “생생히 살아 있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유시인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날 한 세기의 끄트머리 그 당고개 목련나무 아래서 우리가 바라보던 건 꽃이 아니라, “햇빛 자르는 아이”(당시 그가 쓴 시 제목)의 프리즘을 통과한 꿈이었을까? 아니, 꿈의 그림자였을까…. 모쪼록 “아무 족族”이 될 일이다.
―안현미(시인)

이근일은 시의 비상을 위해 “이 세상과 저 세상을 가벼이 넘나”(「이 생을 누리다가」)든다. 가물거리는 흰빛 속에서 제 존재를 꿰뚫어 보고, 선이 굵은 시적 사유를 “독하게,/ 또 향기롭게”(「이 생을 견디는 방식」) 풀어낸다. 그리하여 꿈과 현실,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지우면서 싱싱한 감각을 직관의 상상력으로 길어 올린다. “라일락이 마시는 빛”(「그림자」) 같은 참신한 표현에서 그 개성이 도드라진다. 그의 시편은 둥글게 휘어진 곳에 피어 있는 아름다움에 닿아 있다. 그가 조각하는 이미지들은 “불가사의한 꿈”(「우리는 다른 기차를 타고」)으로 집약된 상상세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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