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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푸른 손가락 11
데미안 12
미미 인형 14
피정 3 16
몸 19
제상 매뉴얼 20
연습생 22
신호음을 타고 24
선수들 26
피정 7 28
피정 1 31
인물화 32
교양 한문 34
선잠 36
벽과 손 38
헌혈 40

제2부

사채업자 43
인면어 44
미세레레 46
피정 5 48
봄날은 간다 50
불의 이력 52
그냥 견 54
낙타가시풀 56
호야 나무 내력 58
피해 의식 60
병 62
아카시아꽃이 피었습니다 64
15 66
아가미 68
사순 70
푸른 왕 72
개똥 74

제3부

객관적인 딸 77
지금 78
에브리데이 80
피정 9 82
분리수거 84
국가 대표 86
피정 4 88
푯말 90
새로운 얼굴 92
양손 94
화장실 96
도서관에 그냥 앉아 있기 98
직설 연구 100
이든 빵집 102
다리미 104
공사 106
좁은 문 108

해설
김정현 ‘제 피를 마시며’ 걸어가는 독기 어린 불꽃

저자 소개 1

충남 예산 출생.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지역사회간호)과 고려대학교 문화스포츠대학원(문학예술)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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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28*188*20mm
ISBN13
9788960218253

책 속으로

매년 오는데 뭣 좀 알겠네요
여기가 집보다 편하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복도 끝 창고에서 낮은 베개로 바꾸고 전망 좋은 이층 휴게실 소파에서 커피를 홀짝거리고 함께 다니라는 뒷산 정상을 혼자 올라갔다가 지름길로 내려왔으니까

열흘 피정으로 뭣 좀 알긴 알았다
죽었다 깨나도 나는 나라는 것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게 죄는 아니라지만
복잡하면 숨이 막혔으므로
복잡한 사건과 사태와 사고를 견딜 수 없을 때
피정했다

이렇게 수도원을 제집처럼 들랑거렸는데
오래 있을 곳이 못 됐다
머리 굴리지 않는 곳이라 숨통은 트였지만
분통이 터졌기 때문이다

먹고 입고 잠자기까지 얼마나 수고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곳

카드값과 공과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딸 학원비와 남편 용돈을 주고 나면 책 몇 권은 살 수 있으련만 경조사비가 생기면 어떡하냐고 피정비까지 내야 하는 달은 반찬 수를 줄일 수밖에

저 여자 저럴 거면 수도자로 살았어야지
피정을 이리 해도 통합이 안 되는 사람은 처음이요

여기도 저기도 아닌 사람을 뭐라 부르나
여기와 저기를 뒤섞으며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 「피정 4」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실패하기 위해
이 길을 걸어왔고
실패하기 위해
‘지금 여기’를 걸어가고 있다
실패의 흔적을 꿰어보니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엉클어진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느라
자주 손을 놓은
딸에게 미안할 뿐이다

2025년 가을

추천평

많은 이들이 신앙의 힘에 기대어서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들 중 대다수가 여전히 평안하지 못한 상태로 다시 평안을 찾고 신앙을 구한다. 어찌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신앙의 길이자 수행의 길에서 새삼 삐져나오듯이 나오는 말이 누군가에게 가서는 그대로 시의 말이 된다. 김기숙의 시가 그렇다. 수행의 실패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시편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찌해도 모자람이 넘치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서 괴롭고 난감한데, 한편으로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평안에 다다른 자의 그럴듯한 성공담이 아니라, 평안 근처에서 헤매는 이의 어수선한 말들이라서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시가 들려주는 실패담 하나하나는 언뜻 속상하기 그지없는 얘기이면서 또 이상하게 웃음을 준다. 마치 시험을 망친 아이들끼리 나누는 어이없는 실수담처럼 속상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장면이 시편들 곳곳을 채우는 것이다. 화자 자신을 볼모로 내세운 해학의 묘미가 살아 있는 시! 그 많은 실패의 기억에서 건져 올린 김기숙만의 오롯한 시적 성취를 나는 이 한마디로 대신하고 싶다. - 김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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