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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닫힌 감각들
먼지들 1 _늦은 밤 12 먼지들 2 _한밤 14 먼지들 3 _그림자 15 먼지들 4 _복도 끝 17 먼지들 5 _가로등 19 먼지들 6 _문틈 22 먼지들 7 _새벽이 오기 전 24 먼지들 8 _문턱 27 먼지들 9 _창틀 29 먼지들 10 _창문 틈 31 먼지들 11 _옅은 아침 33 먼지들 12 _흐린 유리 35 제2부 빛이 남은 표면 먼지들 13 _골목 입구 38 먼지들 14 _창가 40 먼지들 15 _내려오는 빛 42 먼지들 16 _모서리 44 먼지들 17 _낮은 얼룩 46 먼지들 18 _벽면 가까이 48 먼지들 19 _벽면 끝 50 먼지들 20 _불빛 52 먼지들 21 _배수구 55 먼지들 22 _젖은 가장자리 57 먼지들 23 _횡단보도 끝 59 먼지들 24 _심야 도로 61 제3부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세계 먼지들 25 _골목 안쪽 64 먼지들 26 _방충망 66 먼지들 27 _마지막 빛 68 먼지들 28 _남은 자리 69 먼지들 29 _끝나기 직전 70 먼지들 30 _셔터 끝 71 먼지들 31 _벽 사이 73 먼지들 32 _건물 사이 75 먼지들 33 _젖은 벽면 77 먼지들 34 _편의점 앞 79 먼지들 35 _안개 80 먼지들 36 _공터 81 먼지들 37 _의자 밑 83 먼지들 38 _빈 의자 85 제4부 빛이 지난 뒤 먼지들 39 _빈 들판 88 먼지들 40 _발자국 90 먼지들 41 _레일 91 먼지들 42 _지나간 바람 93 먼지들 43 _공기 95 먼지들 44 _겹침 96 먼지들 45 _이어지는 저녁 98 먼지들 46 _멎은 공기 100 먼지들 47 _남은 온도 101 먼지들 48 _먼지들 104 먼지들 49 _유리의 낮은 쪽 106 먼지들 50 _잔열 108 먼지들 51 _빈방 110 먼지들 52 _겨울 112 제5부 남아 있는 것들 먼지들 53 _이후 116 먼지들 54 _새벽 118 먼지들 55 _숲 120 먼지들 56 _숭어 121 먼지들 57 _나비야 나비야 122 먼지들 58 _선생님 123 먼지들 59 _개미 125 먼지들 60 _일요일 126 먼지들 61 _곱사등이 127 먼지들 62 _저녁에 128 먼지들 63 _이름 129 해 설 주병율 낮은 곳에 남아 있는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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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들 48
_먼지들 해가 지나간 자리마다 얇은 빛만 남아 있었다 창문 아래 고인 공기들은 한쪽으로 흐르지 못한 채 방 안 낮은 곳에 머물러 있었고 배관 안쪽에서는 식어 가는 소리만 늦게 남아 있었다 온기가 떠난 뒤의 방 안에는 가라앉지 못한 공기만 낮게 고여 있었고 벽 가까이에 내려앉은 먼지들은 희미한 자국들 사이에서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멀리서 밀려온 마른 공기 하나가 늦게 유리 끝에 닿자 바닥 가까이의 먼지들만 흩어지지 못한 채 조금 더 낮아져 있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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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는 사라진 것들의 가장 낮은 기억이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창틀과 문틈, 오래 비어 있던 의자와 골목의 모서리에서 그것은 한때 이곳을 지나간 빛과 사람의 기척을 붙들고 있다.
시집 『먼지들』은 우리가 너무 빨리 지나쳐 버린 사물과 감각의 곁에 오래 머문다. 새벽이 오기 전의 방, 벽 아래 번지는 희미한 밝기, 유리 위에 남은 손자국, 배수구와 레일과 심야 도로. 시인은 낮고 작은 것들을 바라보며, 사라짐이 끝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는 시간임을 보여 준다. 이 시집의 문장들은 큰 목소리로 슬픔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닫힌 문 아래로 스며드는 빛처럼, 뒤늦게 도착한 감각 하나를 조용히 건넨다. 그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삶은 눈부신 순간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워진 자리와 남겨진 자국, 말해지지 못한 마음들이 서로를 오래 견디며 만들어 온 것임을. 『먼지들』은 사라진 것들을 위한 애도가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시집이다. 가장 작은 먼지 한 점 속에서도 한 세계의 온기와 흔들림을 읽어 내는, 느리고 깊은 시선의 기록이다. 독자는 이 조용한 시편들 앞에서 자신이 지나온 방과 골목, 그리고 미처 돌아보지 못한 마음의 흔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시인의 말 먼지는 사라짐의 흔적이 아니라, 존재가 남긴 가장 낮은 기록이다. 보이지 않던 것들은 빛이 기울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창틀과 문틈, 비어 있는 의자와 오래된 벽 앞에서 나는 지나간 시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잊으며 살아가지만, 사물은 말없이 기억한다. 이 시들은 그 침묵에 귀를 기울인 기록이다. 이름 붙이기 전에 멀어진 순간들, 손에 닿지 않으면서도 끝내 남아 있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삶은 어쩌면 쌓이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사라지면서 흔적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시들이 누군가의 고요한 시간 속에 작은 먼지처럼 머물기를 바란다. 2026년 7월 주병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