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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돌에게 12 당부 14 낮음에 대하여 16 면면 17 너의 자리는 네가 18 일상부터 사랑을 20 다 다르다 22 존재 일고 24 그대의 몫 26 작은 흔들림에 대하여 28 제2부 시시각각 30 고마운 일 32 보이지 않는 다짐 34 괜찮다 36 작정 37 나는 나로 38 모임이듯 어울려 40 의문들 42 이력 44 그리 알아라 45 멈추고 싶을 때 46 제3부 각자覺者 48 모서리 모서리 49 초승달로 보여도 달은 둥글듯 50 앞과 뒤 52 침묵의 길 54 기품 56 오래된 일과 57 수행 58 긍정의 힘 59 가장자리 60 돌이어서 62 숨은 해결사 64 제4부 침묵의 무게 66 궁리 중 67 층을 지우며 68 아웃사이더 70 축복 71 샘플 72 돌로 살기 74 틈 1 76 틈 2 78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에서 생기지 않는다 80 제5부 도서관처럼 82 돌 하나만 84 아름다운 모습 85 잘한 일 86 어떤 날 88 틈 3 90 빛나는 정적 91 돌탑 92 잊어요 93 제6부 맨몸을 기대하며 98 여기는 여기면 되는 것이고 100 그리운 이름 101 돌이여 시여 시인이여 102 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삶 같은 104 틈 4 106 지구처럼 108 자리 지키기 110 꿈꾸는 세상 112 어느 자서전 보기 113 저의底意 114 해 설 권순긍 『석경(石經)』을 읽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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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 없이도 피를 돌게 하는 틈
돌탑은 돌 사이에 난 틈으로 온전하게 살지 사람들은 최저 시급으로 틈을 몰아가다가 비정규직으로 틈을 틀어쥐고 있지 안전장치가 없는, 차갑고 깊은 크레바스! 진공포장처럼 한 줄기 빛도 들여보내지 않는 돌탑은 틈으로 온전한 자리를 만들지 겁 많은 다람쥐를 품어 주는 것도 틈 시키는 이와 일하는 이의 틈은 상어 아가리보다 더 사납지 시킬 때는 틈이 없고 향유할 때는 셀 수 없이 벌어지는 틈 공산주의가 싫고 자본주의가 싫어 돌아서는 길에 마주친 신자유주의는 틈이 더 드세지 휴식도 없는 칼날 같은 사방으로 틈이 열린 돌탑은 인간 세상이 걱정되어 오늘도 뒤꿈치를 들고 서 있네 --- 「틈1」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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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사는 일에 도움이 될까 해서 돌탑을 쌓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쌓은 적은 종종 있었다 마침 시가 그 돌탑을 일일이 받아주었다 이번 시집은 시탑이라 이름하고 싶다 2026년 5월 김윤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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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을 읽는 내내 나는 ‘달마고도’의 오솔길을 걷듯 시인이 걸었을 마음의 길을 따라 걸으며, “작은 것들아, 오너라/ 버려진 것들아… 울지 마라”라고 부르며 세상에서 밀려난 돌들을 모아 침묵의 탑을 쌓아 올리는 수행자를 떠올렸다. 그가 던진 낮음, 비움, 틈이라는 세 개의 돌맹이를 움켜쥐고 몇 날을 탑돌이했던가. “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도 뿌리가 바닥으로 내린 덕분이다” 돌탑 역시 하늘을 향해 서 있지만 그 힘은 바닥에 놓인 낮은 돌들에서 나온다. “돌 하나 더 얹어 놓는 일/ 또한 마음속 돌 하나 덜어내는 것”이라는 말에 이르면 돌을 쌓는 행위가 곧 마음을 비우는 수행임을 알겠다. 특히 이 시집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돌탑의 틈에 대한 통찰이다. 자본주의적 경쟁이 만든 틈은 ‘칼날 같은 크레바스’처럼 차갑지만, 돌탑의 틈은 ‘다람쥐를 품어주는’ 자비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에서 생기지 않는다’는 진술처럼, 돌탑의 견고함은 매끄러운 돌들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모서리를 가진 돌들이 낸 '틈'에서 나온다는 것, 모서리진 돌이 모서리진 돌을 괴어주며 눈을 뜨게 하는 이 과정은 상처 입은 존재들이 서로의 아픔을 통해 연대하는 숭고한 인류애의 은유로 읽힌다. 결국 『돌탑』 연작이 말하는 삶의 길은 높이 오르는 길이 아니라 낮아지고 비워지며 틈을 품는 길이리라. 버려진 돌들이 서로 기대어 서서 하나의 탑이 되듯, 인간 또한 낮은 자리에서 서로의 빈자리와 틈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돌탑’은 침묵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 김경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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