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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설산에 물고기들의 무덤이 있다
정연희
천년의시작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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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그 설산에 물고기들의 무덤이 있다

푸른 옷소매 13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14
천 개의 손 16
그 설산에 물고기들의 무덤이 있다 18
경계 20
두 대의 첼로를 위한 소나타 22
라스트 모히칸 24
이끼 제국 26
붉은 달 28
무단 사용자 30
은수자의 손 32
곡비哭婢 34
하늘의 비밀을 훔쳐보다 36

제2부 꽃들의 언어도 녹음이 될까요

기대기 39
black knot 40
사바나의 점박이 하이에나 42
강림 자작나무 약국 44
꽃들의 언어도 녹음이 될까요 46
탈출 48
홍매화 심리 치료실 50
보풀들 52
신들의 새 53
이주 노동자 54
현을 위한 아다지오 56
둥지 학교 58
물거품 60
나무가 된 새 62

제3부 화첩을 엿보다

착각 65
몽유夢遊 66
화첩을 엿보다 68
은하철도 999 70
타임캡슐 72
완덕의 계단 75
인연의 뿌리 76
란이 78
모니터 80
봉인된 문 82
살구라는 이름은 84
강아지풀 85
뜻밖의 일 86
포비든 엘리 88
놀이기구 허리케인 90

제4부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하울의 움직이는 성 93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94
비밀 창고 1 95
비밀 창고 2 97
비밀 창고 3 98
비밀 창고 4 99
비밀 창고 5 101
비밀 창고 6 103
비밀 창고 7 104
비밀 창고 8 106

해??설
유성호?사랑의 기억으로 찾아가는 시인으로서의 존재론

저자 소개 1

2007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저서로 『호랑거미 역사책』, 『불의 정원』, 『내 발등에 쏟아지는 숲』이 있다. 2022년 14회 천년의시작 문학상 수상. 202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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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28*188*20mm
ISBN13
9788960218239

책 속으로

그 설산에 물고기들의 무덤이 있다

눈 내리는 설산에서 보았다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여름 잎의 기억과 뒤척이는 숲의 파랑波浪
파도와 파도 엮어 물길을 내던 푸른 지느러미
일각고래, 청상아리, 대서양 청새치들이 들어앉은 봉분 하얗다

산티아고가 6미터 청새치를 뱃전에 묶어 조류에 맡겼다
기쁨도 잠시
늙은 어부가 아가미에 겨눈 작살이 검붉은 길을 냈다
붉은 비단 리본 끈처럼 휘어지는 피의 길
세모 지느러미의 갈라노Galano를 유혹했다
작두날처럼 번뜩이는 송곳니 그의 심장이 베인 듯 움찔거렸다

뱃가죽에 꽂은 잇자국에서 자색 거품이 일고
날뛰는 파도에 허옇게 빛나는 뼈 돛대처럼 수직으로 일어섰다

물기둥에 휩쓸려 만의 안쪽에 갇혀
버둥거리는 물고기들, 긴 해안선이 안고 있다
기억의 저편에서 소리 없이 싸락눈이 쌓이고
나무도 대서양 청새치도 길게 누운 채 꿈 안에 갇혔다
살붙이처럼 이마 맞댄 영장류와 나무와 물고기들,
한 덩어리 화석처럼 껴안고 잠들었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그 설산에 신전의 기둥 같은 참나무 한 그루 서 있습니다.
푸른 지느러미 바짝 세운 잎들이 물고기 울음을 울었습니다.
움츠린 그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바람이 우듬지를 돌아 그의 얇은 등에 잠깐 머물렀던가요.
큰 날개 펼친 새가 그의 어깨를 스쳤던가요.
그는 참나무와 같은 음역대를 넘나들었습니다.

어떤 이는 그가 고생대 폐어로 산다고 말했습니다.
구름 위를 나는 비익조가 되었다고 일러주었습니다.
매이지 않는 그의 혼불이 바람으로 인다고 소곤거렸습니다.
나는 그가 참나무 왕국으로 걸어가 왕국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심한 사물들,
무심히 지나칠 수 없어 내 눈이 오래오래 머물곤 했습니다.
웅얼거림을 명징한 언어로 전달하고 싶었으나
내 시는 이해 불가의 문장이 되곤 했습니다.

나와 그 사이 소통이 미흡했을까요.
너머의 그와 미끄러지는 나.
내게 시는 그러했습니다.

강림 주천강의 다정한 안개와 호위무사 같은 가문비나무
노을빛 꽃다발을 축복처럼 건네던 매지리의 키 큰 가을 마로니에 나무
죽림 바다의 검은자위 같은 작은 구멍게들.
그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내 미완의 언어들, 그들에 기대어 엮습니다.
저와 緣이 닿은 사람과 생명들, 사물들 고맙습니다.

추천평

궁극적으로 정연희의 시는 사물들이 거느린 시간의 깊이로 시선을 옮겨가면서 삶의 비애를 형상화하지만 그 슬픔의 무게로 하여금 비관주의나 냉소주의로 흐르지 않고 삶의 불가피한 진정성에 대한 옹호로 나아가게끔 하는 기막힌 균형을 취하고 있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그는 우리 시대 서정시의 장인(匠人)으로 돌올하게 나아갈 것이다.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칠 법한 사물의 존재 형식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하고 표현함으로써 사물의 형식과 삶의 본질을 유추적으로 결합하는 작법을 지향해온 그는 사물의 구체를 삶의 속성으로 치환하고 존재의 심층에 대한 사랑을 통해 궁극적 원형에 훤칠하게 가닿게 될 것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존재 전환을 통해 전혀 다른 신성한 곳으로 옮겨가고자 하는 ‘시인 정연희’의 의지는 그렇게 새로운 시공간으로 권역을 넓혔다가 다시 스스로에게 귀환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밟아갈 것이다. 이때 시인의 목소리는 때로 내밀하고 잔잔하며 때로 가차 없고 단호하게 펼쳐지리라. 이제 우리는, 정연희 시인이 사랑의 기억으로 찾아가는 시인으로서의 존재론을 담은 시집 『그 설산에 물고기들의 무덤이 있다』의 성취를 딛고 넘으면서, 그 특유의 사랑을 더욱 심화하고 확장하여, 더 많은 독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무르기를, 마음 깊이 소망해 본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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