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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1부 새를 찾으러 떠난 여행 사랑 _ 이영광 이제부터 조금 더 힘들게 _ 권민경 탐조 일지 _ 안희연 크리올 돼지들 _ 이설야 신도시 _ 정우신 남주야, 남주씨, 남주 어르신 _ 유병록 항전 _ 유현아 대전발 영시 오십분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_ 김안녕 압화 _ 김균탁 소년이라는 파편 _ 김중일 땅탁구도 올림픽 종목에 끼어 있기만 한다면야…… _ 이지호 흰 돌 검은 돌 _ 권창섭 나는 얼마입니까? _ 김선향 누전 _ 신철규 미래 서사 _ 최지인 분절과 영원 _ 이종민 노동의 미래 _ 안현미 속사람에 쓰네 _ 서수찬 매미와 바람 _ 백우인 히어로 _ 윤석정 택시 _ 이용임 생동 _ 안미옥 새 떼는 날지 않는다 _ 안주철 로켓배송 _ 서광일 사라진 세계의 아름다운 책들과 세계의 섬 _ 김학중 2부 당신이 내게 덮어 주고 간 외투 재의 사람 _ 박주하 봇디창옷 _ 서안나 창공에서 쏟아지는 4월의 아이 _ 장석원 비의 주름 _ 주민현 보는 것을 보는 것을 보기 _ 황인찬 Von _ 전호석 인그로운 _ 안지은 거북목 _ 서효인 올해의 슬픔 _ 김경인 불꽃놀이 _ 허은실 하얀 사슴 _ 김현 양아치 _ 최백규 언제인지 모르게 _ 신용목 높은 성 _ 박다래 반신반인의 오른손잡이 _ 서재진 58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_ 장미도 해밀 _ 조성웅 전문가 _ 휘민 전지 _ 이병국 살아 있는 집 _ 여한솔 이 여름에 나는 _ 조은영 Piece Hostel Sanjo 209 _ 신준영 해파리에 쏘인 오른쪽 발목이 제일 먼저 한 생각 _ 이소연 굴뚝 _ 김성규 천년하제 팽팽문화제 _ 이동우 3부 삶이라는 직업의 부당함 해남 집 _ 나종영 문경 사과 _ 한여진 가장자리 _ 박승민 저녁, 산방의 기록 _ 고재종 다시, 씨앗 _ 김수우 연대 _ 김사이 약육강식 _ 백애송 폭우 속의 계백 _ 김형수 망북화(望北花) _ 안상학 면앙정 오르며 _ 손택수 의자, 둘 _ 이정록 피와 석유 _ 나희덕 지랄 같은 봄밤 _ 손세실리아 노래는 돌아온다 _ 문동만 가난한 여행 _ 곽재구 북천 _ 안도현 하심 _ 정우영 다시 쓰는 유서 _ 김해자 남도 기행·1 _ 이형권 해남에서 _ 김명기 낮은 목소리 _ 함순례 물봉은 내 친구 _ 이봉환 흐른다는 것 _ 배창환 거짓말이야 _ 송경동 안부 _ 이철산 4부 날카로움 하나 없는 눈송이들이 길을 지우듯 1호관 113호 _ 최승권 풀빵 한 봉지 _ 황규관 첫발자국 _ 박일환 어머니가 운다 _ 김수열 또출네 _ 이원규 돌 속에 묻은 문장 _ 이중기 히말라야詩다 _ 고영서 개똥벌레 동무 삼아 _ 김경윤 자기소개 _ 권혁소 민주의 거대한 나무 그늘을 위하여 _ 김경훈 김남주 _ 박두규 눈발 날리던 전라도 땅을 걸으며 _ 조선남 선전 선동 _ 조성국 시월이면 빚쟁이가 된다 _ 표성배 팔레스타인, 우리의 팔레스타인 _ 이학영 생몰(生歿) _ 피재현 전야(前夜) _ 정양주 김남주 선생님께 _ 강형철 김남주 시비 앞에서 우리는 _ 김완 출사(出寫), 봄의 대화 _ 양기창 돌고 돌아 제자리 _ 최종천 오늘, 형의 시론(詩論)을 떠올리다 _ 김태수 김남주는 오늘 어디에 있는가 _ 김호균 우리가 그에게 물려받은 것들 _ 이승철 김남주·5 _ 박석면 그대,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 _ 황지우 해설 개똥벌레와 함께 어둠의 시대를 건너는 시인들 _ 홍기돈(문학평론가) 필자 약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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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芝雨, 본명 : 황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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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시대를 맞는다
시대가 한 사람을 맞는다 부둥켜안는다 둘 다 미쳤는데, 저렇게 정확히 서로를 알아본다 ---「이영광_ 사랑」중에서 무거운 운명을 지고 가면서도 당신들은 허허 웃으며 가겠지요 그래서 누가 당신인 줄 알 수 없으니 누구를 만나든 당신을 대하듯 해야겠지요 남주야, 남주씨, 남주 어르신, 다정히 부르며 함께 걸어가야지요 ---「유병록_ 남주야 남주씨 남주 어르신」중에서 그와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한 건 그의 장례식장에서였다 딱히 다른 사진이 없었는지 평범한 증명사진이 영정으로 쓰임 하고 있었다 그가 안경 벗은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는 스스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마무리를 했다고 들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그의 영정 앞에 국화처럼 하얀 돌을 하나 두었다 빈소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우는 사람들도 있고 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흰 옷을 입은 사람도 있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더욱 많았다 ---「권창섭_ 흰 돌 검은 돌」중에서 이유를 몰라도 매일 새가 울었고 눈비가 내렸고 바람이 불었고 나무가 자랐고 꽃이 피고 졌다 바닷물과 산불이 집들을 삼켰고 육지가 갈라졌고 용암이 들끓었고 잿더미를 뿜어냈다 세상 곳곳에서 폭력과 살의, 투쟁과 전쟁이 멈추지 않았다 피로는 딴생각을 말끔히 씻어 줄 궁극의 치료제 같았다 ---「윤석정_ 히어로」중에서 아빠는 로켓맨이야 어둠 속을 담당하지 눈이 부시도록 강렬한 빛의 뒤편을 타고 가 하루가 저물 무렵 물류창고로 모여드는 바람 모두 잠든 후에 뛰면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중략) 밤은 조용하고 아름다워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아무도 마주치지 않아 아빠는 로켓배송 중이야 속도가 너무 붙었는지 심장이 터져 나가는지 발사된 로켓처럼 지구를 떠나 별들 사이를 헤매 돌이킬 수 없는 궤도로 영원히 이탈해 버렸지 돌아갈 수 없도록 폭발해 버렸지 ---「서광일_ 로켓배송」중에서 네가 너무 많아서 내 눈에 채울 수 없고 네가 너무 작아서 내 눈에 물거품 이는데 돌아오라 돌아오라 뇌이고 뇌인다 하늘 열고 네가 내려온다 ---「장석원_ 창공에서 쏟아지는 4월의 아이」중에서 거북이는 느리지만 포기를 모른다. 거북이는 느려빠져서 오수에 빠진 토끼를 깨울 새가 없다. 목은 언제부터 거북이가 된 것일까. 늦은 점심을 하러 거리를 걷다 빈 가게 통창에 거북이를 본다. 느리지도 않고 끈질기지도 않은 거북이가 느릿느릿 길을 건너려 하고 파란불이 7초 남았으니 그냥 다음에 건너자 마음먹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친구도 토끼도 없이…… ---「서효인_ 거북목」중에서 식탁 위에 휴대폰을 거치해 두고 딸과 우동을 먹는다 불꽃축제가 벌어지는 한강변과 미사일이 건너는 요르단강은 지척이다 (중략) 미국과 중국과 인도와 필리핀의 노동자가 오늘 CJ가쓰오우동 한 그릇에서 만나고 불꽃축제에 가고 싶은 열두 살은 귀신보다 전쟁이 더 무섭다 한다 ---「허은실_ 불꽃놀이」중에서 태풍이 오면 익지도 않은 사과가 떨어졌다 그것들을 주워 나무 구멍에 넣고 당신은 곧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다들 한 번쯤 고향을 떠나듯 문경을 떠났을 것이다 당신의 사과나무를 떠났을 것이다 ---「한여진_ 문경 사과」중에서 현판 하나 없이 마을을 돌아 흐르던 또랑물 소리, 빨래 소리도 편액처럼 걸어 놓고 자신이 시인 줄도 모르는 시 자신이 시인 줄도 몰라 시인 시 면앙정에 오르면 들린다 까막눈이 새소리 물소리도 어엿한 행과 연이 되어 흘러가는 소리 ---「손택수_ 면앙정 오르며」중에서 검은 밤이 모든 빛과 색을 빨아들일 때 하얀 눈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빛을 튕겨내지요 그렇게 받아치면서 빛나는 설움이라니요 그러니 울지 말아요 당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날들은 당신이 맞서 싸워야 하는 날들이에요 날마다 새롭게 찾아오는 아침처럼 그렇게 시작할 수 있을 뿐 끝을 알 수 있다면 그건 신기루일 테니 첫발자국은 언제나 당신 몫이란 걸 잊지 말아요 ---「박일환_ 첫발자국」중에서 오른손을 펴 귀 가까이 대어 세상의 모든 아픈 소리를 다 듣겠다는 관세음(觀世音) 하는 자세로, 이 세상 모순의 한복판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던 시인의 목소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같지만 다른 시대의 강물처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인간은 먼지, 인생이란 이렇게 되고 마는 것, 인간은 계획하고 신은 인간을 망쳐 버리는 것, 소용돌이로 견뎌 왔던 삶, 온몸을 불태워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 시인의 영혼, 그의 존재만으로 완전한 역사가 된 위대한 잠재력이 누워 무심한 망각의 시대를 건너가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김완_ 김남주 시비 앞에서 우리는」중에서 그대 목숨 앞에서도 스스로 직립한 자여 빤히 바라보이는 자기 죽음 앞에서 그대가 허허 웃었을 때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이 구질구질한 삶은 한낱 농담이 되어 버렸다 한 극한(極限)을 갔다 온 정신만이 보여 줄 그 자유가 이제 우리 모두를 유가족(遺家族)으로 불러내어 체포, 고문, 투옥 그리고 질병으로 모독 받은 그대 일생을 이 저주받은 대지에 묻도록 한다 그러므로 눈 덮인 대지여, 한 많은 망월이여, 찾아갈 곳 아니었던 고향이여, 여기 한 시인을 받아들여라! 세상이 아프면 자기 몸도 아파 버리는 시인의 거룩한 숙명을 다한 여기 직립의 인간을 받아들여라! 그리하여 우리가 몸을 묻는 것이 아니라 별을 이 땅에 묻는 것이 되게 하라! ---「황지우_ 그대,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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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중략…) 우리 현대사에서 김남주는 혁명의 시인이요 전사(戰士)였다. 적어도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며 한국에서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은 하나같이 시인 김남주를 별처럼 마음속에 새기면서 읽고 살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김남주 시인이 쓴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은 길 위에서, 투장 현장에서 서로의 어깨를 걸며 힘주어 부르는 노래였고 함성이었다. 그 노래를 우리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 시단의 101명의 시인이 모여 오늘 ‘김남주 30주기 헌정시집’이라는 이름으로 한 권의 책을 펴낸다. 어쩌면 이것은 시인으로서의 다짐이기도 하고, 시인 김남주를 향한 순정한 사랑의 고백이기도 하다. “벽을 보면 나는 치고 싶다/주먹이 까지도록/벽을 바라보면 나는 들이받고 싶다/이마가 깨지도록”(김남주, 「벽」 중에서)이라고 노래했던 시인을 떠올리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걸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기억하고자 한다. 시와 혁명을 한 몸으로 이끌고 간 그의 삶을 기억하며, “세상이 아프면 자기 몸도 아파 버리는 시인”(황지우)의 고투를 기억하며… ‘함께’ 나아가는 일을, 같이 투병하고 투쟁하는 일을 지속할 것이다. 2024년 가을 김남주 30주기 헌정시집 기획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