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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잊음
탕평 19 잊음 20 장마 22 속옷만 한 고양이가 없다 24 백지 26 도자기에게 축하받을 일 27 닭 타기 28 눈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할게요 30 키위 32 로켓 어항 34 라디오존데radiosonde 36 리스크 39 오프너 40 2부 식물복지 병어 45 스위치 46 식물복지 48 탕기 영감과 나 50 새의 시간 53 토끼 설명회 56 행여 잊으신 마음은 없습니까? 58 곧 갯벌 60 크리소카디움 62 종이도자기 64 고마리 66 지하수 68 몽두 70 3부 돼지와 비 신작 75 서퍼 76 돼지와 비 78 모탕 80 반창고 82 바람에게 빌려준 옷이 있을 것 같아서 84 당근마켓 86 집을 보러 다닌 경험 88 오래된 고요 90 차경 91 웃비 94 놀이공원 95 4부 서로 등 돌리고 앉아서 누군가는 빵을 굽고 누군가는 빵을 먹고 다이어트 101 서로 등 돌리고 앉아서 누군가는 빵을 굽고 누군가는 빵을 먹고 102 흰 잠 103 기침소리 106 궁합 108 나물비 110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112 릉영원 117 여치 118 투명 120 인공호수 122 홍학 124 해설 _ 마음의 현상학 127 이재복(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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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산책을 할 때 새는 기도를 한다.
그녀가 말했고 나는 웃었다. 식물처럼 새는 왜 새가 되었는지 개는 왜 개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새와 개는 마음이 잘 통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새와 개 사이에 놓인 커다란 구멍, 누가 돌로 구멍을 막아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말을 잘 듣지 않는 커다란 돌처럼 고개를 들어 올리면서 새를 본다. 새는, 개와 잘 놀아줄 것 같다. 이런 생각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은 나보다 늙은 배롱나무에게 들었다. 내가 있어도 외로워? 외롭다는 말은 마음이 식물처럼 걷는다는 말! 배롱나무는 너무 자주 머리를 긁는다. 그녀와 내가 개와 새처럼 걷다가 잠시 멈춰 서 있을 때였다.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죽을 수도 있다고 바람이 말했다. 나는 바람과 말이 잘 통한다. 빌어먹기 딱 좋은 이 말을 나는 그녀에게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했던 대부분의 연애가 실패로 돌아간 건 태어날 때부터 식물적인 감각이 없었기 때문. 나는 그녀 그림자 밑에 발을 넣고 걷다가 여우비를 떠올렸지만, 죽었지. 마음과 마음은 더 이상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 저만치 팔랑팔랑 앞서 걷는 노란 나비를 보고 개가 펄쩍 뛰어오르고 새는 또 기도를 하고, 나는 뒤를 보고 열심히 걸었다. 바람이 오기 전에 잎을 내려놓는 식물처럼 ---「식물복지」중에서 어떤 말은 물을 닮았다. 흐르면서 시작되는 마음의 피부를 만지는 기분 난 왜 이 모양일까? 그녀가 말했을 때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밤이 된 줄도 몰랐다. 난 왜, 라는 그녀의 말속으로 들어가 빈 화분처럼 앉아 있었다. 마음이 아파하는 소리가 눈송이처럼 잠시 모였다가 흩어졌다. 너무 먼 곳은 아닐 것이다. 눈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있어서 나는, 나보다 더 사랑을 살아보려 했을 것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 모양은 어떤 모양일까? 막 끓기 시작한 라면 냄비 속에서 가만히 늙고 병든 바람이 무화과나무 잎사귀 만지는 소리를 건져 올리는 그런 밤이 있어서 그녀는 나를 떠나 눈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눈과 사람 사이 어디쯤 지옥이 있겠지만 끝내 사랑을 지키는, 그래요. 마음에게도 시간을 좀 줘야 하니까요. 속옷을 빨아 드라이기로 말리듯 건너오는 그녀의 슬픔은 지나치게 겸손해서 마음이 죽어가는 소리도 다 들리는 것 같았다. 눈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할게요. 물을 닮은 말은 식물처럼 걷는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하는 일이다. 어디쯤 가고 있을까? 그녀가 했던 말을 오래된 눈송이처럼 다시 만져보는 그런 밤이 있다. ---「눈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할게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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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내 마음이 하는 일이다. 돼지와 비를 데리고 걷기. 한 마음이 한 마음에게 가서 우는, 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