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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새는 발효된 그 밤을 자꾸 물어와
뱀과 침대/ 루페/ 킹크랩/ 검은 닭/ 유리 전시관에서/ 페스츄리 만들기/ 양철 방패/ 이인삼각/ 안개/ 수혈/ 밀회 1/ 밀회 2 2부 건반과 건반 사이에 오래 누워 푸른 밧줄/ 초록색 앵무새가 사는 방/ 애도/ 뜨거운 시/ 공기압/ 음악을 끄는 밤/ 응시/ 따뜻한 오해/ 홍천강에서/ 증식하는 집/ 마지막 병동/ 야적장/ 짧은 잠 3부 길이 하나였다면 4월이 더 쉬웠을까 금잔화가 피는 정육점/ 설희/ 모퉁이의 감정/ 길에 쓴 가사/ 스노우볼 새우/ 나의 다락방/ 고도에서/ 저녁 9시/ 대바구니에 담은 저녁/ 다른 눈/ 겨울엔 유자차가 좋다/ 과일 가게/ 가장 긴 꿈 4부 그녀를 뒤돌아보는 동안 하루가 지났다 빛이 머무르는 순간/ 컵에 손잡이가 있는 이유/ 증명/ 방학/ 필독 도서/ 꽃시절/ 의자와 그네/ 윈드아이 카페/ 캠핑/ 음/ 우리는 기린처럼/ 돌이 움직인 날/ 무거운 책 해설 _ 증식하는 감각 고광식(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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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머리로 풍경을 물들이는 당신 어떤 눈동자로 어떤 꽃 한 다발로 물들였기에 나는 뜨거워지는지 빨갛게 세계의 한 귀퉁이를 태우는 당신
--- 「안개」 중에서 이불에 체취를 남기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침대를 넘어왔을까 낯선 향을 악물고 놓지 않는 이불을 들고 뒤돌아보면 --- 「뱀과 침대」 중에서 사랑이 보인다는 말을 믿어요 유리 화병의 유리꽃이 피어나고 있어요 속이 보이지 않는 유리는 믿기지 않아요 유리라는 믿음을 깨니까요 --- 「유리전시관」 중에서 사랑을 여러 겹 두르면 우리 사랑은 두툼해져요 부서진 사랑 몇 개쯤은 털어버려도 괜찮아요 --- 「페스츄리 만들기」 중에서 우리는 흰 길을 수혈받았어요 흰 길은 눈에 띄지 않는 창백한 길이죠 창백한 길을 가다 보면 창백한 사람이 보이고 창백한 사랑이 보여요 흰 손이 흰 손을 잡으면 오래 서 있을 수 있어요 --- 「수혈」 중에서 오래된 감각을 환기하는 사이였을까 우리는 서로 구원이었을까 몸을 넘어 영혼까지 적시는 구원을 바랐던 것일까 우리 얼굴의 반은 선글라스인 것처럼 몸과 영혼 중 무엇의 구원을 바랐던 것일까 --- 「밀회2」 중에서 나는 죄를 분별하는 사람 횃대를 치우며 괜찮다는 앵무새를 가둬요 --- 「초록색 앵무새가 사는 방」 중에서 외로움은 폴라티에 붙은 오리털 같아서 스치면 다시 달라붙는 음표라서 귀를 어디에 기대야 하는지 몰랐다 --- 「음악을 끄는 밤」 중에서 어느 밤은 딸기잼같이 말랑해 잼 같은 밤이라고 하면 너무 끈적한가 잼 같은 피가 흐른다고 하면 너무 무서운가 --- 「설희」 중에서 책들을 베고 누우면 다락방은 같은 계절이 반복되는 외국이었다 시외버스가 지나가도 어디로든지 나가고 싶지 않았다 --- 「나의 다락방」 중에서 대바구니가 닳아 어머니도 닳고 오빠도 닳아 산비둘기 쓸어 담던 대바구니에 핏방울 번진다 --- 「대바구니에 담은 저녁」 중에서 이별은 밤 쪽으로 발이 자라는 병이다 지나온 눈길 쪽으로 밤이 자라는 병이다 --- 「다른 눈」 중에서 잼을 넣으려고 빵을 자르는데 빵이 입을 벌려 접시들을 삼킨다 양쪽에 포크를 꽂자! 포크를 다리 삼아 걸어 다닐지도 모른다 --- 「가장 긴 꿈」 중에서 영원에 끌리는 날이다 한 손으로 블루베리를 따서 파는 그녀에게 하루는 얼마나 얇은 층인지 한 사람을 지나쳤는데 깊은 저녁에 들었다 나온 기분이다 --- 「빛이 머무르는 순간」 중에서 나는 물 고인 자리에 너를 놓아준다 오래된 질문으로 다시 자신을 증명하는 이 세계에 ---- 「증명」 중에서 천 일 동안 쌓인 꿈에 밥을 먹이며 차곡차곡 벽돌로 쌓는 도서 목록입니다 --- 「필독 도서」 중에서 책을 읽는 여자에게 물을 내주었다 책에서 돌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책 속의 이야기가 없었던 것처럼 --- 「무거운 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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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가
갯바닥을 젓듯 문장의 바닥을 저었다 때로 칠성장어 같은 문장 하나를 건졌다 - 「시인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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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우리는 감각으로 타인에게 다가가지만, 감각으로 고립을 선택하기도 한다. 염민숙의 시에서 이 미세한 힘의 충돌과 뒤틀림의 세계는 삶을 이해하기 위한 표현으로 나타난다.
염민숙 시인의 감각은 끊임없이 증식하는 중이다. 감각은 자아와 타자 사이를 지나 부조리의 세계를 확인하기까지 증식을 거듭한다. 감각은 타자에 다가갈 때마다 여러 사물을 관통한다. 시인은 그렇게 증식된 감각으로 현상 안쪽을 살피는 데 성공한다. 그러므로 염민숙 시인은 자아에서 타자로, 그 너머의 세계로 시적 진술을 끊임없이 펼쳐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사물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며 다양한 형태로 만든다. - 고광식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