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우리의 바깥은 아직 사막
이상한 열매/ 의자의 엔트로피 1/ 청동 집게/ 눈사람의 시간/ 유리 커튼/ 사과꽃이 핀다/ 탭댄스/ 마이크/ 지금도 걷고 있는/ 불면은 밤에만 있는 거래/ 센트럴 파크/ 태양의 서커스/ 토트넘/ 신안 2부 바닷속에 있다면 우산이 필요할까 특이점singularity/ 런웨이/ 올리브나무는 저녁을 밀어내고/ 잉크/ 강아지 찾기/ 고래를 찾아서/ 벨파스트/ 슬픔의 도구/ 나는 영등포역에 있었다/ 호루라기를 불었다/ 살아 남겨진 사람들 3부 수레국화 방향으로 기울던 밤의 외출 해바라기 감정/ 가변 풍경/ 페르시아어 수업/ 타인의 방/ 해바라기 감정 2/ 탄천炭川/ 라이너스의 담요/ 움직이는 침대/ 사막의 방식/ 식당의 이유/ 나뭇잎 사이로 햇살/ 플라스틱 파도/ 슈투트가르트/ 도시의 주름들/ 속수무책/ 일기예보/ 꿀벌의 말을 듣지 못했다 4부 슬픔은 오래도록 아프리카 숲속을 물들이다가 문경/ 의자의 엔트로피 2/ Writer’s Block 3/ 눈雪/ 왜/ 옥상/ 시간의 뒤편/ 포트메리온이 있는 후식/ 수색/ 손을 놓치다/ 오늘, 단풍/ 얼룩말, 초현실주의/ 파로호破盧湖 감성/ 내포 해설 소통과 유대를 꿈꾸는 도시인의 시 - 문혜원(문학평론가, 아주대 교수) |
한정원의 다른 상품
|
가수는 슬픔을 기록하고 슬픔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지 않아. 무대가 떨어뜨릴 때까지 마이크를 붙잡고 끌려가는 드레스 사이로 파이프처럼 뒹구는 마이크 스탠드. 시인보다 더 크게 노래하는 붉은 목소리, 아픈 노래의 끝에는 언제나 기침이 흘러나오지. 노래는 부르는 것이 아니라 비밀의 숨소리를 피와 함께 토해내는 것. 들판에 앉으면 배신해도 좋은 뒷모습의 바람이 불어오고 노래는 가슴으로도 아니고 복부로도 아니고 꼬리뼈 끝에서 끌어올리는 아홉 살 가는 손목에서 시작되지.
--- 「이상한 열매」 중에서 의자가 없어서 봄은 오지 않았다 바람이 걸려 있는 숲속에 서 있었다 구청에서는 버스정류장을 하나 더 만들어 놓고 노인들을 기다렸다 --- 「의자의 엔트로피 1」 중에서 떨고 있는 눈사람에게 녹지 마, 라고 말하는 대신 울지 마, 하고 증발하는 어깨를 털어주었지. 너는 눈이 있으니까, 물을 품고 있으니까, 뺨이 있으니까, 스며들 입이 있으니까. 울고 나면 하늘이 씻은 듯 없어질 것 같아 다시 녹지 말라고 얼음 밴드를 붙여주었지. --- 「눈사람의 시간」 중에서 사과꽃이 피어서 약국에 갔다. 사과꽃이 필 때 넘어졌던 사람은 사과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아프다. 우리는 왜 모두 같은 부위가 아픈 것일까. 우리의 상처는 식물성이어서 싹을 틔우고 이파리를 달고 뿌리를 잊지 못하는 것일까. --- 「사과꽃이 핀다」 중에서 우리의 바깥은 아직 사막이라 에코가 없다 2초 늦게 도착하는 나의 목소리 --- 「마이크」 중에서 미궁에 빠져도 좋겠다 젖어 있던 흙의 얼굴이 숨을 쉬며 나타난다면 기억의 본색을 드러낸다면 발바닥이 무너져 헤어나지 못해도 --- 「신안」 중에서 올리브 열매가 밤을 밀어냈어요 올리브 오일이 불을 밝히자 저녁이 사라졌어요 올리브라고 발음하자 올리브는 도망가고 동사만 남았어요 --- 「올리브나무는 저녁을 밀어내고」 중에서 내가 쓴 시는 잉크가 기억해 낸 것 잉크가 기록한 시는 나의 몸에서 나온 것 --- 「잉크」 중에서 나의 키가 가장 컸을 때는 아버지 어깨 위에서 무등을 탔을 때, 그 후로 해안가의 그림자는 점점 짧아지고 곡선은 깎이면서 늙어간다. 탕탕, 소리와 잿빛 연기는 몸속에 저장된 자동회로, 입술이 떨리는 기억은 멀리 가도 월요일처럼 돌아온다. --- 「벨파스트」 중에서 감자처럼 떠나왔지 우리는 슬픔의 도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 적재함 안에서 상자 안에서 눈물을 키우고 독을 피우는 그늘의 조건 --- 「슬픔의 도구」 중에서 시로 만든 노래를 부르고 부츠를 선물하고 떠난 사람 수염이 자라는 오후 다섯 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던 --- 「해바라기 감정 2」 중에서 엄지손가락과 치아가 부딪히는 날에는 비가 내렸다 등 뒤에 젖은 물살을 흘려보내며 항상 놓치는 것은 옆에서 흩날리는 잡히지 않는 푸른 창밖이었다 --- 「라이너스의 담요」 중에서 어쩌면 나는 뒤돌아보는 습관 때문에 매일 음악과 기계음이 울리는 하데스를 찾아 지하로 잠입하는 것일까요. 태풍 종다리가 오고 비가 내리는 아침 나는 우산이 없어도 열네 개의 정류장을 지나 십삼 층 사무실에 안전하게 도착합니다. 눈이 오는 날에도 우산은 두고 출퇴근합니다. 아니 우산은 필요가 없는 거지요. --- 「도시의 주름들」 중에서 우리가 했던 약속은 모두 날씨가 좋았던 날들이었다 우리가 했던 결심은 대부분 날씨가 춥거나 더운 날들이었다 --- 「일기예보」 중에서 의자에서 밤을 새우고 의자에서 죄의식을 느끼고 의자에서 일어설 준비를 한다 일어나기 위해 앉는다 --- 「의자의 엔트로피 2」 중에서에서 살아서 쫓아다니는 죄를 닮은 언어 왜, 그랬을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물음표 --- 「왜」 중에서 삼십 대는 얼마나 푸르게 타오르다가 잠들었을까 단풍나무 뒤로 삼십 년을 기다리는 가을이 또 오고 있다 --- 「오늘, 단풍」 중에서 모든 기억을 상자 속에 기록한 채 한 질의 장서가 인쇄 냄새를 말리고 있었다 --- 「내포」 중에서 |
|
날짜 옆에 꿈을 적는다.
날씨 옆에 약속을 기록한다. 나는 언제나 약속이 있는 사람처럼 고요의 장소로 들어간다. 2025년 11월 한정원 |
|
시인은 전혀 무관한 것들에서 연계성을 찾거나 선후 혹은 인과관계를 부여하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시의 대상은 박물관이나 전시회, 영화, 여행지의 풍경 등 시인의 생활 속에 있는 모든 것이다. 시인이 기본적으로 부지런하다는 것과 언제 어디서든 항상 ‘시’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험한 모든 것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쓰고 싶다는 욕망이, 낯익은 것들에서 낯선 것들을 발견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 문혜원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