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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산문
최지인
한겨레출판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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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글- 반복과 변주

살아 있음의 의미는 살아 있다는 것
다시 나아갈 힘을 불어넣는, 이승윤 『폐허가 된다 해도』

기억하려는 것은 새 기억으로 다시 온다
산다는 일의 의미를 오래 곱씹는, 양희은 『양희은 1991』

우리는 짐작보다 더 빨리 지나갈 거야
떠난 것과 남은 것을 헤아리는, 강아솔 『정직한 마음』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겠지
너무 매여 살지 말자 다짐하는 밤에, 복다진 『꿈의 소곡집』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고 우리의 끝
‘이 세상 어딘가를 헤매었던 사람들’을 위한,
이상은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어린 시절 우리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사랑과 슬픔과 한숨과 기도의 노래, 잔나비 『전설』

나를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것
결코 세상을 버리지 않는, 전유동 『관찰자로서의 숲』

우리 앞에 와 있는 오래된 슬픔을 곱씹는다
사랑 없는 세상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김사월 『디폴트』

두려울 때도 마음을 다하고 싶다
낮은 담장 같은 노래에 귀 기울이던 나의 20대, 오지은 『지은』

지지 않는 꽃 없고 피지 않는 꽃 없다
한 해의 끝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

다음에는 꼭 보자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권나무 『새로운 날』

우리가 잊은 게 무얼까
과거를 이끌어 오늘을 바로 보게 하는,
너드커넥션 『New Century Masterpiece Cinema』

어떤 미래가 닥치더라도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처럼 손짓하는, 새소년 『여름깃』

산 자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이제 그만 전쟁을 멈추자고, 강산에 『나는 사춘기』

내가 되려던 건 뭐였을까
유예된 꿈과 연체된 마음, 9와 숫자들 『유예』

단 한 명을 위한 노래
세상의 바깥에서 날것의 미학을 선언하는, 이승윤 『꿈의 거처』

너의 말투로 때아닌 여름을 불러줄게
끝없이 울려 퍼지는 청춘의 소리, 아이묭 『청춘의 익사이트먼트』

할머니는 다 괜찮다고 말했다
‘오늘을 위해 살아가야지’ 노래하는 마음, 조용필 『Road to 20-Prelude 2』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모든 것은 지나가고 남는 건 이 순간뿐,
등려군 『등려군1 5주년鄧麗君十五週年』

어떤 사랑은 뒤늦게 밀려온다
나의 작음과 보잘것없음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전유동 『나는 그걸 사랑이라 불러 자주 안 쓰는 말이지만』

마음속 사랑이 어지러운 사랑을 비출 테니
듣는 이를 사랑에 잠기게 하는, 숨비 『To. My Lover』

삶이 구겨질 때면
세상은 결코 버릴 수 없다는 듯이, 트루베르 『목소리 숨소리』

쪽배를 타고 그대 호수에 머물고 싶어라
스물여섯 청년이 우리에게 남긴 것,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
‘이건 뭔가 되게 크게 잘못된 것 같아’ 되뇌는, 이랑 『신의 놀이』

다르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우리 곁에 있는 풍경을 다정한 시선으로, 김목인 『저장된 풍경』

계속되는 파도가 우리를 지금, 여기로 이끌었다
모르는 세계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복다진 『너만 알고 있지』

당신이 건넜을 고비 내가 건너야 할 고비
비틀스의 마지막 정규 앨범, 『Abbey Road』

쓸모없다고 해도 멈추지 않는 이유
존재 이유를 묻는 노래, 요조 『나의 쓸모』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노래는 시작된다
아득한 물음과 마주하는, 이적 『Trace』

누군가 살아냈다는 것은 가끔 커다란 위로가 된다
세월을 넘어 가슴에 꽂히는 노래, 패티 스미스 『Horses』

옛날 생각이 나요
듣는 이를 지나간 시간으로 이끄는, 천용성 『김일성이 죽던 해』

길을 잃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게요
삶의 여러 길을 보여주는, 신승은 『사랑의 경로』

망각에 저항하는 절박한 외침
순리를 거부하는 잡음을 엮어 만든, 이승윤 『역성』

절벽을 구르는 너를 안고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김소월 〈개여울의 노래〉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악장을 연주하는 사람들
첼로 음악을 새롭게 정의한, 파블로 카살스 『J.S. BACH: Six Suites for Solo Cello』

닫는 글 - 우리를 살게 하는 것
추천의 말

저자 소개1

崔志認

1990년 경기도 광명에서 태어나 중앙대 연극학과와 광운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공부했다.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이다.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당신의 죄는 내가 아닙니까』,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너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가 있다. 제10회 조영관창작기금을 수혜하고 제40회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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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82g | 115*188*12mm
ISBN13
9791172133603

책 속으로

미래라는 단어를 곱씹으면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어느 출판사 면접에서 마지막 질문으로 “10년 뒤 당신은 무얼 하고 있나요?” 하고 물었다. 머릿속이 까매졌다. 당시 나는 답십리역 앞에 있는 작은 원룸에 살고 있었다. 몇 달 치 월세가 밀린 상태였다. 열심히 일했을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곤경에 처해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10년 뒤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 pp.18-19

삼대가 둘러앉아 떡국을 먹던 오래된 집은 이제 없다. 새집에는 사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구순이 넘은 노인이 종일 창가에 앉아 하얗게 눈 덮인 텃밭을 바라본다. 당신은 손주 손을 꼭 잡고 말한다. 포도시 숨 쉬고 있다고.
포도시, 포도시…. 한자리에 모여 늙은 어미는 자식의, 자식은 자기 자식의, 자식의 자식은 자기 안녕을 비는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보름달에 대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 p.38

을지OB베어 강제 퇴거를 막기 위한 현장 문화제에 참여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 가득 플라스틱 테이블이 펼쳐져 있었다. 많은 사람이 왁자지껄 맥주를 마셨다. 그 사이 섬처럼 놓인 집회 현장에서 시를 읽었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옆을 지나며 험한 말을 쏟아내는 취객과 무관심한 사람들 때문이 아니었다. 그동안 쌓인 무수한 장소의 수없이 많은 사람의 슬픔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멀리서 지켜보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 p.46

오지은의 첫 앨범 『지은』은 심장박동 소리(「당신이 필요해요」)로 듣는 이를 맞이한다. 그 소리에 나는 ‘자그마한 내 쉼터’(「작은 방」)들을 떠올린다. 예술은 대개 삶이다. 가끔 투쟁이고 이따금 아무것도 아니다. 삶이 보잘것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노래하는 게 두려울 때도 마음을 다하고 싶다. 어떤 삶이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그 삶은 불행하다. 다시는 구렁텅이에 나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 pp.51-52

기대하지 않는 삶은 글 쓰는 삶과 얼마나 멀까. 나는 언제부터 내게 기대하지 않았을까. 한 해의 끝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생활의 조급함과 이번은 다를 거라는 순진한 낙관이 마음을 아프게 하고 급기야 몸을 아프게 했다. 무엇을 얻고자 그 많은 밤을 지새우며 너를 외롭게 했을까. 그게 뭐든 손에 쥘수록 두려움이 커졌다. 어머님은 아내에게 전화해 꿈에 내가 나왔는데, 내 목소리가 어두웠다고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다.
--- p.55

겨울날 나는 너와 호수를 걸었다. 그다음 겨울날에도 걸었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 변해 있었다. 사랑이 우리를 아프게 하는 순간이 있다. 바라던 모양과 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이것도 사랑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럼에도 ‘인간은 왜 사는가?’ 물었을 때 그 답은 사랑밖에 없는 것 같다.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의미가 희미해질 것 같다. 사랑하지 않으면 노래할 이유도 없다.
--- pp.63-64

청춘이라는 말은 젊은 시절을 지난 이가 그때를 회상하며 이름 붙인 날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간절히 바랐다. ‘그래도 살자’는 말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나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너를 끌어안고 괜찮아지는 때가 올 거라고, 분명 올 거라고 되뇌었다. 그 지난한 여정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지나치고 놓치며 포기하게 되더라도 우리에게는 삶이 있다고.
--- p.83

오랫동안 한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음악 세계를 변주하고 넓혀나가는 음악가의 음악은 귀한 유산이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해도 잠시 쉬었다가 ‘맨 처음의 그 용기’(「세렝게티처럼」)를 되뇌며 되돌아가면 된다. 그래도 된다. ‘어떤 밤은 내게 또 다른 시작’(「라」)이다.
--- p.88

전유동은 ‘나’의 작음과 보잘것없음을 정직하게 마주한다. ‘잊고 지낸 이름들’과 ‘잊히는 얼굴들’을 떠올리며 ‘언제나처럼 흘러가는’(「아름 아름, 이름들 얼굴들」) 죄책감을 들춘다. 수많은 감정이 ‘점점 퍼지는 물결’(「호수」)처럼 마음을 가득 메운다. 미래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너와 나는 어떤 모습일까? 친척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밤, 내가 이 세상에 온 의미를 곱씹었다. 의미는 뒤에 온다. 인간이 제멋대로 정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그 의미를 불러야 한다.
--- pp.91-92

김목인의 네 번째 정규 앨범 『저장된 풍경』은 우리 곁에 있는 풍경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어느 날 뒤처진 듯 느껴지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 속한 기분이지’ 노래하는 그는 사람들이 ‘묵묵히 살고 있는 풍경’(「도심산책」)을 보여준다. 삶의 군더더기를 덜어낼 때 일상은 오롯이 빛나는 게 아닐까. 나는 얼마나 많은 혹을 달고 살았나. 손쓸 수 없는 일들을 어수선하게 보탰다.
--- p.115

답이 없다고 해서 물음을 멈출 수는 없다. 모른다는 이유로 질문하지 않는 철학적 진공 상태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든 뒤로든’(「안식 없는 평안」) 걸어야 한다. 잊힐 것이 뻔하더라도, 쓸모없다고 하더라도 걸어야 한다. 30대의 요조가 20대에 부른 노래를 다시 부르는 걸 들을 때 뭉클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가 아득한 물음을 품고 계속 노래하기 때문일 것이다.
--- p.128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노래는 시작된다. 누군가 있었으나 이제는 없는,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하찮고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든 이야기는 부재의 그림자다. 그 그림자들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 걸까. 앞을 내다보는 게 부질없이 느껴질 때면 바다에 가 파도를 바라본다. 밀려오는 물결을 가만히 지켜본다. 어떤 미래가 닥쳐올지 알 수 없다. 단지 삶은 미지에서 미지로 가는 여정일 것이다. 새로운 시간이 오고 있다.
--- pp.131-132

한 사람의 역사가 깃든 장소를 돌아보며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았다. 무의미한 시간은 없다는 것을 나지막이 일러주는 것 같았다. 사야카 씨가 바다에 있는 테트라포드를 가리키며 어렸을 때 아버지가 거기까지 수영해 굴을 따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족들이 모래사장에 둘러앉아 굴을 구워 먹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헤어지기 전 그는 저녁놀을 바라볼 때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고 그때의 감정을 전했다.

--- pp.135-136

출판사 리뷰

“잔나비의 전설·이승윤의 꿈의 거처·권나무의 새로운 날·
새소년의 여름깃·요조의 나의 쓸모·이상은의 공무도하가…”

슬픔과 불행을 낙관으로 변주하는
음유시인의 섬세한 문장들

시인은 표현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이 사회의 고통을 음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풀어나간다. 이를테면 친척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밤, 전유동의 「호수」라는 곡을 들으며 이 세상에 온 의미를 곱씹는다. ‘잊고 지낸 이름들’과 ‘잊히는 얼굴들’, 그리고 언제나처럼 흘러가는 죄책감. 그는 “의미라는 것은 인간이 제멋대로 정하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그 의미를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여덟 살 무렵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쪽지를 엄마에게 남겼던 날을 회상했던 밤에는 “사랑 속에서도 상처가 있음을 인정하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기다릴 수 있는 깨끗한 마음이 우리의 디폴트가 되기를 바란다”는 김사월의 「디폴트」를 듣는다. 시인은 “우리 앞에 와 있는 슬픔을 오래 곱씹”으며 사랑 없는 세상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10월의 어느 밤에는 “이 세상 어딘가를 헤매었던 사람들을 향한 헌사를 바친다”는 이상은의 「공무도하가」를 찾는다. 이상은의 음악처럼, 삶과 죽음이 순환하는 이 세상에서 예술을 매개로 죽음을 기억하며 슬픔을 살아내겠다고 다짐한다. 이처럼 시인은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낙관적인 사람이다.

음악가 권나무의 추천사처럼 “삶을 살아낸다는 건 자신의 그림자를 위로하며 묵묵히 걷는 일이라는 것을,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치지는 않겠다는 마음이라는 것을, 기꺼이 그렇게 사랑하여 마침내 살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김사월은 ‘사랑 없는 세상’에서 사랑을 기다리며 영원을 노래한다. 그는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하고많은 부조리한 일에 분노하다 지쳐 체념하기도 하지만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에게 그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은 턱없이 부족한데, ‘널 슬프게 하는 널 힘들게 하는 세상을 베어버릴게’(「칼」) 하고 말하면 될까.”(48쪽)

“오지은의 첫 앨범 『지은』은 심장박동 소리(「당신이 필요해요」)로 듣는 이를 맞이한다. 그 소리에 나는 ‘자그마한 내 쉼터’(「작은 방」)들을 떠올린다. 예술은 대개 삶이다. 가끔 투쟁이고 이따금 아무것도 아니다. 삶이 보잘것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노래하는 게 두려울 때도 마음을 다하고 싶다. 어떤 삶이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그 삶은 불행하다. 다시는 구렁텅이에 나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51~52쪽)


“하나의 음(音)들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그러므로 한 존재를 살게 하는 것은 다른 존재다”

순리를 거부하는 잡음을 엮어 만든 희망의 노래


시인에게 음악은 사나운 현실 앞에서 부유하는 치졸함을 가라앉혀주는 마중물이었다. 그는 삶 속에서 예술로 감응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음악을 통해 떠난 것과 남은 것을 헤아리며 그저 오늘을 위해 살자고, 순리를 거부하는 잡음을 엮어 희망을 노래한다.

“오랫동안 한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음악 세계를 변주하고 넓혀나가는 음악가의 음악은 귀한 유산이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해도 잠시 쉬었다가 ‘맨 처음의 그 용기’(「세렝게티처럼」)를 되뇌며 되돌아가면 된다. 그래도 된다. ‘어떤 밤은 내게 또 다른 시작’(「라」)이다.”(88쪽)

캄캄한 밤, 일렁이는 음들을 통해 마침내 시인이 말하고자 한 것은 곁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는 “하나의 음(音)들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그러므로 한 존재를 살게 하는 것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반지하 단칸방에서부터 시작해 도시살이에 안간힘을 쓰신 부모님, 그들을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이웃들, 30대 중반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꿈을 좇다가 제주도로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난 친구. 보문동 출판사에서 함께 시절을 버텼던 문인 선배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살아남아 한국으로 온 친구 알란티시, 그리고 잎이 마른 프리지어처럼 의욕을 잃고 가라앉을 때마다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 끄집어내주는 아내…. 그는 존재하는 것들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듯, 한 사람의 이야기는 항상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이다.

각기 다른 목소리가 한 목소리가 되어 노래 불렀던 어느 밤 시인은 음악의 힘을 알게 됐다. 그 순간만큼은 어떠한 경계도 존재하지 않았고 서로 말이 달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시인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음악 안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아파하며 아름다워지길 바란다. 우리에겐 밤마다 들을 노래들이 남아 있다.

“지나간 시간은 이미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몸 어딘가에 머물다 불쑥 되살아난다. 그 밤들은 음악의 힘을 알게 했다.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음(音)에 불과하지만, 그 음들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그러므로 한 존재를 살게 하는 것은 다른 존재이다.”(161쪽)

추천평

삶을 살아낸다는 것. 자신의 그림자를 위로하며 묵묵히 걷는 일.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치지는 않겠다는 마음. 예술을 한다는 것. 기꺼이 그렇게 사랑하며 마침내 그렇게 살아내는 것. 삶이라는 그늘에서 피워내는 예술이라는 꽃에 대하여, 그리고 그것을 심리하는 깊고 짙은 사랑에 대하여.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함께 잔을 부딪치다가 어느새 일렁이는 나의 밤! - 권나무 (작가, 싱어송라이터 )
음악이 일으키는 작은 파장, 너울 틈으로 마주하는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 예술이 아름다운 까닭은 이런 직면의 용기 때문이 아닐까. 최지인 시인의 글을 읽으며 음악이 어떻게 삶과 연결되고, 시인의 사유가 어떻게 음악과 만나는지 알게 됐다. 시인은 삶 속에서 예술로 감응할 때 자유로워졌다. 모두 마찬가지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음악은 따뜻한 차 한잔이다. 성실함과 치열함을 강요당하는 세상에서 부유하는 치졸함을 가라앉혀준다.

시인이 전하려는 말처럼 “나는 비겁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순간을 위해 챕터마다 준비된 노래를 틀고 글을 읽게 될 것이다. 부디 많은 이가 이 책으로 음악 안에서 ‘나’를 마주하고 시인의 고백만큼 아파하며 아름다워지길 바란다. - 전유동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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