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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度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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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 p.7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연어를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알기 쉽게 말한다면,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보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 pp.11-12 햇빛이 무척 맑은 날이다. 며칠째 흐린 하늘에서 눈이 쏟아지더니 오늘은 바닷속 깊숙한 곳까지 햇빛이 비쳐든다. 바다는 제 가슴에다 푸른 잉크를 알맞게 풀어놓고 있다. 지금 바다는 착한 짐승처럼 순해져서 건드리기만 해도 시원한 울음소리를 낼 것 같다. --- p.30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가 남기고 간 말을 곰곰 되씹어본다. 네가 아프지 않으면 나도 아프지 않은 거야, 라는 그 말을. 그 한마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한마디 말이 벌써 은빛연어의 가슴 깊은 곳까지 들어와버렸나? --- p.37 은빛연어는, 갈대밭에서 벌레들이 우는 소리를 들었고, 철교를 건너는 먼 기차 소리를 들었고, 연어떼들이 상류로 오르기 위해 짝짓는 소리를 들었고, 물위에 풍금을 치는 듯한 빗소리를 들었고, 분가루처럼 연한 모래알들이 물살에 떠밀려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를 껴안고 흐르는 깊은 강물 소리를 들었다. --- p.49 강은 마치 흐름을 멈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흐름을 멈춘 강이란 이 세상에 없다.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른다. 속이 깊은 강일수록 흐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 p.59 “혼자라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연어 무리는 특히 그렇지. 연어가 아름다운 것은 떼를 지어 거슬러오를 줄 알기 때문이야.” “왜 우리는 거슬러오르는 거지요?” “거슬러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 p.60 “네 아버지 말대로 하면, 폭포란, 연어들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곳, 이라는 뜻이지. 폭포를 뛰어넘지 않고 그 앞에서 포기하거나,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물길로 편하게 오르려는 연어들에게는 폭포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두려운 장벽일 뿐이지.” --- pp.67-68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그렇지.” “그리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요?” “그렇지.” “그러면 연어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인가요?” “그래, 그렇고말고.” --- pp.74-75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 “삶의 특별한 의미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야.” “너는 어디엔가 희망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희망이란 것도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 pp.140-141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여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강물이 흐르는 한, 강물이 연어들에게 거슬러오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한, 연어떼는 강을 타고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중에는 은빛연어를 기억하는 연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잔잔한 여울에서 헤엄칠 때, 그들을 보지 않고도, 지느러미가 물살 헤치는 소리만 듣고도, 은빛연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아는 마음의 눈을 갖고 싶다. 그렇게 될 때까지 나는 자꾸 되뇌어보는 것이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 pp.153-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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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간결한 동화적 상상력이 펼치는 깨끗한 이 연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초록강을 따라 올라가는 한 마리 연어가 되어 내 삶을,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아름답고 슬픈 꿈이 곧 우리들의 꿈이 되어 가슴을 파고드는 것을, 나는 느낀다. 프랑스에는 『어린 왕자』가 있고, 이제 우리 땅엔 잘 어울리는 안도현의 감동적인 『연어』가 있어, 이 땅을 다시금 소중히 보듬어 안게 만든다. 참 기쁘다. -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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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는 모천회귀성 물고기이다. 태어나자마자 모천을 떠난 치어들은 저 먼 알래스카까지 헤엄쳐 간다. 그리고 다시 떠났던 길을 거슬러와 모천으로 돌아와 알을 산란하고 죽는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명을 낳고 죽는다는 것. 누군들 이 연어의 일생에 마음이 사무치지 않겠는가. 나 또한 한때 연어라는 말만 들어도 연민이 솟았다. 이 글은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며 성장해가는 내용이다. 연어 이야기를 하는데 인간이 보인다. 은빛연어는 말한다. 연어에게는 연어의 길이 있다, 고. 쉬운 길을 마다하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는 한 마리의 은빛연어를 따라 헤엄치다보니 문득 나도 연어가 되고 싶었다. - 신경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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