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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오는 겨울/ 겨울일기/ 적막/ 개구리 소리/ 제비/ 그가 앉을 만한 뜰/ 새떼/ 처마 끝/ 오후의 빛깔/ 가을이 꽉 찼다/ 채색/ 저 푸르른 눈물/ 일어나 맨 처음 바라보는 쪽/ 덕유산 설경/ 인간의 의리, 그 도저함 제2부 대숲에 흰눈이 내리면/ 응시/ 김해 김씨 울 엄마 창순이/ 담배/ 닭이 울기 한참 전에/ 눈물바다/ 조붓한 고샅이 눈물로 흐르더라도/ 고모 운운해 본다/ 아스팔트에 내다 넌 슬픔/ 책에 눌린 3년/ 두 손으로 받들 둥지/ 도마는 늙었다/ 달걀 삶아 먹는 겨울밤은 깊고/ 수돗물로 쏟아지는 설움/ 시일是日/ 잔칫날/ 키 높임 신발 제3부 전쟁이나 평화적인 것/ 그 집에는 베트남 며느리가 없다/ 평화/ 이라크 학동學{童들에게/ 단상/ 4·16 세월호/ 광화문에는 붉고 흰 꽃 사태/ 피노키오, 각하는 죽었다/ 리버킬/ 강물의 점심 식사/ 군화/ 진부한 시/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개가 사라졌다/ 이면시裏面詩 제4부 그/ 오십줄/ 무의촌/ 트럭/ 개는 목줄에 묶여 저기/ 몸뚱이로 오는 두꺼비/ 내다 버린 가구/ 슬픈 공원/ 화목/ 어린 사람/ 짧은 시는 어렵다/ 이백과의 산중 문답/ 오름에 업힌 집 한 채와 하늘사다리/ 꼬춧가루 풀어 먹고 용궁으로 잔뜩 가자/ 나비구름으로 부활한 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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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려놓은 천 조각들 집채만 한 미련이
이불 한 채 검게 마련한다 새끼 게들이 다닥다닥 들러붙어 있는 뻘밭으로 저녁 해가 시뻘겋게 떨어지고 현이라는 처녀의 눈물이 아직 다 마르지 않았다 처녀 적에 죽은 홀어미만 풍경소리에 홀려 흩날리고 ---「오는 겨울」중에서 1. 멸치 몇 마리로 국물을 내 국수를 말아 먹는다 국수 속엔 국수를 닮은 이야기가 있고 그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그 사람들이 거듭 얽혀 있다 국수, 짧고 긴 생명의 이야기 2. 쓸수록 어렵고 힘든 시의 본령 자르고 토막 내고 겹쳐진 의미의 말들을 거둬내고 너무 짧아져 여백의 미에 낙서하고픈 짤막한 또는 한줌 뭘 하자고 처음 생각했던가? 촌철살인 나이 먹어가며 하나씩 버리고 정리하는 것과 같이 ---「짧은 시는 어렵다」중에서 멀리 열차가 가르며 가는 것은 안개인가 저 들이 흘리며 가는 바람인가 처마 끝 산모롱이는 돌아가며 부옇고 흐리다 목단이 피었던 곁으로 수국이 피었다 지고 처마가 느리게 굽은 곳 소녀의 온기가 떠난 방 마루를 오래 서성인다 나무들 줄 지어 선 산매 고적한데 ---「처마 끝」중에서 생활용품을 가득 싣고 다니는 파란색 만물트럭 노란 등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늙은 호박넌출 담장 아래 지나간다 목이 쉰 스피커에서는 우는 염소의 목소리 제가 겨운 제 노래까지 불러 깨우며 길 위에 부려놓기 시작 한다 붉은 고무다라이, 플라스틱 빨래판 하필이면 노란 나일론 끈에 엮인 노란 냄비, 주전자 언제부터 쥐고 다녔는지 모를 까매진 목장갑 안의 까아만 호두 두 알 빗자루 같은 할미꽃 서너 송이 금방 피었다 져버린 뒤 먼지를 일으키며 돌아서 가는 적막의, 푸른 빛깔 ---「오후의 빛깔」중에서 딱딱한 가죽신을 신은 발은 아프다 망치로 쳐도 지뢰가 터져도 어미와 반대쪽에 있는 저 마음은 하나둘! 하나둘! 대열에 경건하다 걸을 때마다 인간의 세련된 전쟁문화는 저토록 아프다 휴가 나와서도 발모가지를 향해 반듯하게 서 있는 저 군화! ---「군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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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나 평화적인 것?, ?평화?, ?이라크 학동(學童)들에게?등의 시편들에서는 무거운 주제에 짓눌리지 않고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적 담화를 이끌어내고 있고, ?대숲에 흰 눈이 내리면?, ?응시?, ?김해 김씨 울 엄마 창순이?, ?닭이 울기 한참 전에?, ?눈물바다? 등의 사모곡과 가족 간의 정담과 애잔한 별리를 노래한 시편들은 한 폭의 파스텔화처럼 여운이 깊다.
“생활용품을 가득 싣고 다니는 파란색 만물트럭”(?오후의 빛깔?)이 한차례 시끌벅적 장사를 하고 막 떠난 뒤의 그 적막, 그 오후의 빛깔을 시인의 몫으로 보듬어 안는가 하면, “지나가는 전깃줄 쉭쉭, 그림자가/ 창문에 커튼에 다 떠나지 못한 누구의 울음처럼 찾아오는”(?달걀 삶아 먹는 겨울밤은 깊고?) 겨울밤의 묘사 등 전통적 고요한 아름다움, 전통이 지니는 힘, 요즘 사라져 버린 것들 내쳐지는 것들까지도 생활의 일상성 중에서 부드럽고 편하면서 독자들까지 소통을 건네는 파격적이고 재미있다. 또한 시인은 한숨 돌리면서 예민하게 볼 것을 보는 성찰과 겸허 속 깊은 의미의 시적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박시교 시인은 해설을 통해 이번 시집을 “현실투시와 농익은 서정ㅡ이중주의 하모니”로 요약하면서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가짐으로써 마침내 명창의 반열에 오른 소리꾼에 비유하고 있고. 강형철 시인은 “그의 시는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대세인 세상에서 공동체의 대의와 구현해야할 정의를 숙성된 시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시는 현란한 말들의 무분별한 조합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의 삶을 매개로 숙성되는 것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늘 우리 시단에 보여주는 한 전범”이라고 헌사하고 있다. 박구경 시인은 1956년 산청에서 태어나 1996년 문단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진료소가 있는 풍경??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등을 냈다. 백석 시인의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국수’가 떠오르기도 하는 이번 시집은 곧 ‘국수를 닮은 사람들’을 향하는 시인의 간곡한 경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