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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 시인선

책소개

목차

제1부
외딴 저 집은 둥글다
다리 끝에서
내 안으로의 견학
노무현을 추억한다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겨울
바닷가 가겟집
거리
하늘 발자국
점점 다가가니 내가 살던 집
꽃 피는 목욕탕
강우
비가 살을 파고들며 우는 팔월
꽃이 피면 까만 머리가 더 까매진다
그때는
세탁기와 얼음장

제2부
근황
침묵
들판
평화롭게
오는 길 가는 길
찰라
두보杜甫와 쓰촨성四川省 대지진과 내 안의 지진
다시 창 밖은 9?11
나비가 된 편지
도시락
꿈속의 이사
맑고도 쓴 소주처럼
골목 안 슈퍼마켓
은빛 김경희
김장에서 커피까지

제3부
봉숭아집
암흑가의 아파트
동한冬寒
어둠이 내린 시간에
숭고한 어머니
원지 다방
부엌밥
가난한 새벽
비닐, 그 하늘
어떤 이의 시
표정
버리려는 냄비를 보다가
사동교의 한 말씀
느티나무의 갱년기

제4부
물레방아 돌아온 물만치만 살자
또 다른 시멘트 우리
소, 그 아지랑이
산의 식사
그릇
골목에서 골목을 잃다
한 나무에 목련
골목 안 오른쪽 두 번째 국수집엔
마음
마당을 쓰는 비
달이 떠서 기뻤다
오늘은 뒷집 아재가 팔짱끼고 혀를 차고
지게와 작대기와
쥐가 달에 걸린 밤
계단 밑 거미는

해설 정우영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1956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0·26 당시 경남일보 기자로 근무하던 중 해직되었다. 1998년 행정안전부 공모 제1회 전국 공무원문예대전에 詩 「진료소가 있는 풍경」이 당선되어 '행안부장관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진료소가 있는 풍경』,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국수를 닮은 이야기』, 『외딴 저 집은 둥글다』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 경남작가회의 회장 엮임, ‘얼토’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고산 윤선도문학대상' '경남작가상' '토지문학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 했고, '2019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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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80g | 149*210*10mm
ISBN13
9788939230514

출판사 리뷰

박구경의 이번 시집에는 민중(「사동교의 한 말씀」)-정치(「노무현을 추억한다」,「다시 창밖은 9.11」)-통일(「70년 침묵을 깨는 침목」)-환경(「근황」,「어둠이 내린 시간에」)에 대한 시 등 다양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갱년기를 이겨낸 연륜에서 느끼는 아련한 추억의 향수시-즉, 배냇저고리의 착한 기억의 시가 주류가 아닌가 한다. 구체적으로 돌아가신 부모님과 고향 동네의 집과 마당과 골목과 도로와 전답과 산천과 동식물(새, 감나무,대추나무,밤나무,소나무 ,마루나무 등)과 다방과 폐교 등 낡고 오래된 것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이다. 그것은 또한 耳順을 넘긴 시인 자신의 무상한 인생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의 한 부분일 것이다.


빗줄기는 걀걀거리며 앞을 덮치고
바람은 들의 뿌리를 파낼 듯이 뒤를 때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밤길을 걷잡을 수 없어
무섭고 떨리는 발길로 치닫다가 우연히 낡고 오래된 다리를 건넜다

어디선지 본 듯한 감나무가 앞을 막아서고

어깨가 넓은 어른이 밤 자루를 묶는 대로 쌓고 있는 마당가

따뜻한 화로와 둥그런 불빛이
당장이라도 붉은 팥죽을 끓여 들일 것만 같은 내 집 안방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가 앓고 있는 나를 재우고 떠나는 게
고스란히 보였다
-「점점 다가가니 내가 살던 집」전문


아궁이 불길이 방구들살을 어루만지며 우는 동안 먼 곳에서 처마를 타고 줄줄줄 마당 한가득 내려선 어머니

오래 아프지 말고 살라고 백설기 같은 정을 내어주며

부정한 살을 떼어내고 끈질기고 여물게 있으라며 수수팥떡 인절미를 빚던 손으로 이마를 짚어 울게 하는
-「비가 살을 파고들며 우는 팔월」 부분

고향 마을과 산천과 부모님 등 낡고 오래된 것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과 함께 시인이 중요하게 그리는 것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다. 가난했지만 시인에게 그 시절은 불행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가난 자체를 가난으로 느끼지도 못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래 아프지 말고 살라고 백설기 같은 정을 내어주며
그때는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이었으니까
배고프던 시절이었으니까 어디 두고 먹을 게 있었나?
(중략)
아버지가 더워서 식식거리는 소처럼 돌아와서 뚝딱 물 말아 수저를 놓으면
다음에는 어머니가 마당에 내려가 풀냄새인지 풋내인지 아버지와 작두질을 하고 우물을 길어 등목까지 시켜 주고 나면
(중략)

그때는 뭘 두고 먹고 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는」부분


그때는 아침 추위가 뾰쪽뾰쪽한
미루나무 그늘진 개울로 빨래를 이고 나가
구들장 같은 얼음을 방망이로 깨고 옷가지를 적시면
버들강아지 같은 언니들의 손이 쩍쩍 얼어붙었지
(중략)
다 빨아서 집으로 이고 올 때는 손등이 쩍쩍 갈라지고
빨래가 부러지도록 얼어붙었다니까 진짜라니까
-「세탁기와 얼음장」부분

흙발이랑 빈 소매
오뉴월이 떠난 어둑한 부엌의 부뚜막에 걸터앉아
물 말아 밥 한 술 뚝딱 얻어먹으니
(중략)
한 번은 가난 때문에 떠났고
한 번은 가난이 그리웠을 뿐이다
-「부엌밥」부분


그러나 이제 시인은 갱년기를 지나(「느티나무의 갱년기」) 홀로 남아 향수에 젖어 過去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現在 저만치 홀로 떨어져 외롭지만 둥근 저 외딴집처럼 둥근 달을 띄워 밝고 맑고 깨끗(明澄)해져( 「외딴 저 집은 둥글다」),어머니가 들려 준 배냇저고리의 착한 기억 하나를 손바닥에 쥐고 부드럽고 평화롭게(「평화롭게」) 사동교를 지나(「사동교의 한 말씀」) 들어서게 될 未來의 열반을 노래하고 있다.

누구나 돌아갈 때가 되면 가장 간단한 차림이 된다
다만 어머니가 들려 준 배냇저고리의 착한 기억을
손바닥 속에 가만히 쥐고
콩꼬투리 돌아 나가는 바람처럼 부드럽고 평화롭게
-「평화롭게」 전문
저자의 말

오래되고 낡은 詩庫에서 끄집어낸 詩들을 묶는다
가만 보니 시도 늙고 시인도 늙었다 간밤에 내린 비는 빈 들 위에서 종일 젖고 있다 젖은 마을을 내려다보는 고요한 산,차마 눈물이 되지 못한 비는흙 속으로 스며들어 속으로 울리라 거기 드문드문 서 있는 노쇠한 나무들 맨 처음의 새싹이여 자기의 상처여!
차가운 비가 그렁그렁 시야를 얼룽이며 코로나19를 지나간다

- 2020 년 6월 박구경

추천평

마음과 마음이 단절된 세계에서 “누가 미천한 내 마음을 읽고 마음을 움직일까?” (「근황」) 시가 마음을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박구경의 시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아 허물어져 가는 집이 있다. 그 집에는 “동그랗게 모아 놓은 따스운 얘기” (「침묵」)가 있고 “아궁이 불길이 방구들살을 어루만지”(「비가 살을 파고들며 우는 팔월」)는 어머니의 손이 있고 “막걸리 한 말씩 부어 주었던 남해댁”(「사동교의 한 말씀」)의 목소리가 있다.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마어마한 이 유식의 문제”(「숭고한 어머니」)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에게 “빼곡한 나뭇가지 속의 반짝이는 두 눈” (「찰라」)을 보라고, 우리는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심장 소리”로 서로의 안부를 듣고 있다고
- 김성규(시인)

시인은 스스로를‘조선 년’이라 칭하고 또 스스로를‘야만’이라 칭하고‘바보’라 칭한다. 이것은 그가 때 묻지 않은 토박이 정서를 지닌 시인이고, 문명에 길들이지 않은 원시적 생명감에 충일한 시인이고, 이해타산과는 거리가 먼 순정의 시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선언하는 셈인데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시편들에서 우리는 이러한 그녀만의 시적 천성이 에누리 없이 올곧게 진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농경적 정서를 배면에 깔고 있는 그녀의 시편들에는 직방의 언어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애틋한 가족서사며 이웃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겨울밤/ 쇠 난로처럼 활활” 태우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이전의 시편들을 관통하던 격정의 어조 대신 다소 차분한 어조로 “사람이 먼저인 세상”(노무현)을 흑백사진처럼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 이재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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