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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 시인선

책소개

목차

제1부

신흥동에 넝마 도래지가 있었다 11
견뎌야 희망에 이른다 12
야학이 서던 날 13
둥지 14
가치 교환의 불확실성이 선율을 만들었다 15
신흥동 골목과 상고머리 16
넝마주이에 대한 애상 17
외가댁 문상에서 조송자 여사를 만났다 18
장물 19
웃을 일 없는 날에 웃기 20
장물 때문에 떠난 넝마주이 K 씨는 전과자였다 21
아버지의 하루 22


제2부

사랑은 정당화 될 수 없는 역설이 있다 25
유독 추운 날은 파란 대문이 생각났다 26
아버지의 술버릇 27
동네 다방 이야기 28
첫사랑이 싫었다 29
언젠가부터 된장찌개는 내가 끓이고 있었다 30
당간지주하나가 무너졌다 31
밍크코트 32
길 위에 주저앉아 울 때 33
공중에 새들이 가득한 날 34
팬데믹 기일 35
엄마의 자랑은 아버지가 아니라 박대호였다 36
슬픈 하루 37
중환자실에서 뺨을 맞던 날 38
아버지의 약속


제3부

결국 그들이 옳았다 후회도 않는다 43
삶은 새 둥지 같은 것이다 44
낯설게 하기 45
오만 원 46
정의홍 교수님을 반추하다 47
택찬이가 도와준 기부금 48
바람 머리 서영완 49
도바리 조차장 50
임대료 51
발원 52
목척교 소묘 53


제4부

감나무 56
춘장대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57
신흥동 돼지고물상 집 큰딸 58
불현듯 만나지는 하루의 기억 59
돼지국밥 한 그릇과 오소리감투 한 접시 60
그리고 소주 한 병과 시 60
옛집의 징표는 옆집으로 옮겨졌다 61
편지 62
천식 64
빈자리 65
행태 66
대명리 가는 길 67
영옥이 만나러 부산 간다 68
대보름 69
오늘 70
해설 박재홍 73
시인의 말 92


해설-박재홍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났고 대전에서 50년째 살고 있다. 2013년 [계간 문학나무] 여름호로 등단했다. 2013년 겨울 대한민국 장애인창작집에 2인 시집 『동박새』, 1인 시집에 2016년 『홀』, 2018년 『통증 너를 기억하는 신호』가 있다. '2021년 대전예술인 대회'에서 대전 예총 공로상을 수상했다. 문학마당 편집장이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92쪽 | 172g | 123*207*8mm
ISBN13
9788939230958

출판사 리뷰

*인연의 업장이 서정의 구름이 되어 머문 미완의 신흥동 연가
― 도깨비시장에서 빚어진 고즈넉한 이들을 위한 노래

이 시집 『돼지고물상 집 큰딸』에 배경이 되는 주된 장소는 대전 동구 신인동에 있는 반짝 시장 주변의 원도심이다. 시적 화자의 기억에서 묵었다 살아온 날 수 만큼의 삶을 반추하는 것에 시간이 맞추어져 있다. 그 속에서도 가족사의 소규모 배경이 되는 곳이 부모님이 운영하던 돼지고물상이다. 신인동은 가난한 이웃들이 새 둥지 속처럼 삼삼오오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사는 척박한 곳이었다.


우리 집 인근 골목은 매일 척박함에서 오는 욕설과 폭력적인 주정꾼들의 흔들리는 모습이 익숙했다. 계단을 팔랑거리며 내려서는 그들의 그림자에 흠칫 놀라고 그러는 제 그림자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두려움은 왜 그리 팔랑거리며 폴짝거렸는지 그러던 어느 날 낮에 쫓아와 쪽지를 건네준 중학생 때문에 아버지의 사주로 나의 긴 생 머리카락이 상고머리가 되었다.
-신흥동 골목과 상고머리(전문)


원도심에서 사는 허기진 사람들의 진득한 노동에 지쳐 방전될 때까지 부대끼는 모습과 신흥동의 적나라한 모습, 어린 시인의 눈에 비친 그곳에 숨어 사는 낯선 ‘인간형 요괴’ 혹은 도깨비로 비춰지는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인하여 상고머리가 된 사연은 누구나 한번 겪었을 법한 진솔함이 배어 있고 논리적 설명이 부족한 가슴으로 이어진 시심이 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이른 새벽에 비 수국처럼 넝마들이 돼지고물상 펜스 밑을 지나쳐 스멀스멀 반군처럼 삼삼오오 모여든다 넓지 않은 야적장 근처에 태산처럼 쌓인 고철 더미는 월말이면 간조를 요구하고 있었다

주인은 장물이 두렵고 넝마는 셈이 흐린 것이 불안하고 모두들 저울 눈금을 가늠하며 촉이 서 있다 결산에 임하는 중에 긴장을 했는지 넝마주이 집게들이 엿가위처럼 리듬을 타는 것이 보였다
-가치 교환의 불확실성이 선율을 만들었다(전문)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만족도가 높다’라고 한 노동철학자 라르스 스벤젠도의 말은 일리 있는 말이다. 박지영은 ‘노동이 사람에게 힘을 솟구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가치 교환의 불확실성이 시적 선율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것이 바로 민중적이고 우리 민족만이 있는 ’흥‘이었을 것이기에 밭매다 부르는 농요와 다를 게 무엇인가?

신안동 집 뒷방은 도바리들이 숨어들던 도래지였다 담을 넘던 발자국마다 후드득 떨어지던 감꽃 지는 소리 묻어 있었고 그러는 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허기를 메우는 밥상을 받고서 이른 새벽을 따라 길을 나서더니 이제는 돌아와 비영리 민간단체를 운영하는 나를 위해 기부금을 내어놓고 있다
-택찬이가 도와준 기부금(전문)


그 당시 군부가 지배하던 시절의 삼엄함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법이었다. 아버지가 받아준 것이 넝마주이라면 신안동 친정집 뒤 곁에 있는 시인의 방은 이따금 경찰에 쫓기는 운동권 선후배들이 드나들곤 하는 조차장으로 표현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담을 넘어 들어온 쫓기는 선후배의 잠자리를 내어 준 시인의 대범함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애기똥풀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내가 돌아설 때면 물끄러미 간격을 유지한 눈길을 주던 넝마주이 K 씨 등에는 돼지고물상 마당의 마지막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장대에 앉은 잠자리가 다른 잠자리를 피해 옮기는 것처럼 다른 이들은 그를 전과자라며 슬며시 피했다 그런 넝마주이 K 씨도 아버지의 눈을 피하더니 어느 날 포구에 매인 배가 스스로 닻을 얹고 떠나듯 마루 위에 새 크레파스와 스케치북 위에 내 이름을 적고 떠났다 아무도 그의 행방을 묻지 않았다
-장물 때문에 떠난 넝마주이 K 씨는 전과자였다(전문)


그런데도 박지영 시인은 세상에 버려진 사람들의 눈은 다르다고 인정하고 세상을 향한 생각이 있는 삶을 이끌어나간다. 넝마주이 K 씨의 눈도 그렇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의 목울대가 벌게지도록 우는 소리도 그렇고 그러한 아버지가 근력을 잃은 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대전역 동광장에서 외손주를 보며 웃음을 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시간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딸아, 엄마가 보듬고 산 25년의 결혼 생활은 벼락 맞은 감태나무 같았다

초로의 노인만 보면 무심하게 타고 내리는 버스에서도 가던 노선을 잃고 따라내려 킁킁거리며 마냥 눈물이 났단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림이가 어느덧 밑동이 되어 울고 있었다

하루 치의 노동이 새벽에 이르러 멈출 때, 근근이 이어지는 속울음이 어깨 깃을 흔들고 떠나간 사람이 살아남은 사람의 행간을 더듬을 때 날짐승처럼 꺽꺽거리며 출렁이는 어둠에 몸을 숨기고 싶었다

아들아, 꿈처럼 산 오늘이 너희가 밑동이 될 것이니 살아있는 동안 남은 너희들이 살아갈 날에 지팡이가 될 것이니 남은 노동은 얼마나 지난한 것이냐

하루 치의 노동에 한 스푼의 감사함으로 구멍 난 오늘을 꿰매며 살아라 인생이 벼락처럼 때리더라도 연수목이 되어라
- 편지(전문)


시인은 비로소 역사속의 폭력성과 장애인 가족과 관련한 야만을 되돌아보며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을 토로하며 편지를 쓴다. 자신이 반추하는 기억 속에서 연수목으로 살고 있으니 그분들의 삶과 이분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미타불에게 돌아가 의지할 것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교화를 돕는 보살로 살지 않겠습니다. 고통받는 중생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면 도움을 받는다고 하는데 하지 않겠습니다. 소천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얻은 극락은 통점을 잃은 것과 같습니다. 부모를 보내는 마음과 자식을 가슴에 묻은 마음이 산 자와 죽은 자의 꿈이 무너진 곳에 있는데 하루 지극하게 웃고 말겠습니다
-오늘(전문)

시인은 『돼지고물상 집 큰딸』을 쓰는 내내 악몽에 시달렸다고 토로하였다. 개인적 통점과 사회적 통점이 유무 의식을 점령하고 박지영 시인의 시집 『돼지고물상 집 큰딸』은 경험에서 빚어진 통점 같은 것이었다. 시적 화자가 미사여구를 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시인이 겸허히 받아들이는 ‘이치는 마음에 있으나 세상 끝에서 작가가 구하니 뜻은 지척에 있는데 생각은 산하를 건너는 것 같다’라는 말과도 통하고 고통스러운 생각으로 병이 들 정도였다는 말도 맞고 생각이 많아 기를 소진하였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이는 그만큼 젊고 건강한 영혼을 가진 시대정신을 가진 부조리에 대한 항거요 투영된 의식을 바탕으로 한 장애인 문화 운동의 신념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시인의 말

때(時)에 이르러 시(詩)는 대상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그대로 보이는 빈 마음에 투영된 사물에 잇닿은 마음이었다. 이러한 마음은 장자의 ‘구름을 타고 해와 달을 부린다’라는 말과도 상통할 수 있겠다. 부모님과 큰딸의 소천으로 삶에 구속되지 않음을 배웠으니 흐르는 물에 떠 있으면서도 젖지 않는 달처럼 빛을 옮기는 허공에 매임 없는 자유로움을 얻은 묵은 업장과도 상응한다. 시집 『돼지고물상 집 큰딸』은 내 삶의 언어적 가치, 이념과 판단, 재물과 명예, 심지어 살고 죽음에 있어 얽매이지 않는 채 존재의 실상에 대한 자각에 이르는 연속성을 얻은 회복된 마음과도 같다.
떠난 부모님과 큰딸 그리고 남은 남매와 이웃들을 위한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한 권 분량의 울혈을 토했으니 어찌 이로움과 해로움의 꼬투리를 따질 수 있겠는가? 내게 있어 시는 아직 실상을 단순하게 앎과 모름으로 구분할 수도 없는 것이며 보편적 진리도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1.12. 박지영

추천평

박지영의 시는 세월의 갈피 속에서 아프고 슬픈 삶의 흔적들을 되살리고, 이를 글의 문면으로 이끌어 낸다. 그의 시는 착한 척하고 고상한 척하는 허위의 너울을 모두 벗어 던졌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깊은 상처에 새살처럼 돋아오는 감동이 있다. ‘돼지고물상 집 큰딸’이라는 시집의 표제도 그러하거니와, 고물상 · 넝마주이 · 장물 · 전과자 등이 임립(林立)한 척박한 현실 가운데 가난을 이기고 희망을 일구는 문학 본래의 힘이 잠복해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 · 어머니의 궁벽한 가족사, 다양 다기한 주변 풍경, 따뜻한 친인(親人)들의 기억 등이 ‘날것’의 삶으로 퍼덕이는 세상살이 현장의 언어를 도출한다. 가장 극한에 이른 생활 밀착의 시, 가장 강렬한 공감의 반응을 불러오는 시의 비밀이 그의 이 시집에 편만하다. - 김종회 (문학평론가)
1987년으로 기억한다. 맑은 눈빛 속에 무언가 강렬하게 추구하는 의지를 엿본 것이 아마도 그것이 박지영 시인의 첫 시심이 아니었나 되묻게 된다. 삶의 편력은 누구의 시를 읽든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부조리와 현실 인식은 누구나 직설적이기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발현된 그녀의 시에서는 극명하게 대비되며 따듯한 서정이 묵어 발화하고 있다. 그 당시 노동, 고물상, 넝마주이, 간조와 같은 언어적 근저에 가족애와 서정적 따듯한 시선이 머물러 있다. 간혹 섬광처럼 빛나는 경험되어진 현장성이 긴장을 주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박지영 시인이 머물며 개척할 시적 영토임은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발화는 오늘에 머물지 말고 웅숭깊은 내일을 향해 정직과 성실로 시를 경작하길 바랄 뿐이다. - 한상수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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