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1963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다. 1998년 문예계간지 [시안]에 연작시 「황방산의 달」이 당선되었고, 시집 『밤비』, 『살구꽃 피고』, 『까치독사』, 『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시』 등이 있다.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시세계는 근대화에 소외된 고향과 거기에 살았던 분들의 이력을 자양분으로 삼았는데 토속적 이미지를 현재로 재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에 표면화된 전북의 입말은 날것의 미학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웅지세무대 교수이다.
책 속의 나뭇결 베고 말오줌때나무의 붉은 열매를 생각했다는 김헌수의 시. 박주가리가 피어 있는 숲에서 잃어버린 얼굴을 문득 떠올렸겠다. 살아갈수록 이별이 더 많이 적히는 일상의 속내를 그녀는 언제 꺼내봤을까. 눈썹이 자주 젖었을 비자나무, 새박덩굴, 돌배나무, 찔레덤불, 조릿대 잎새, 무화과그늘 등의 식물성에 깃든 언어의 상상력이 살뜰하다. 봉실산 수풀에 맘 놓고 쏟아놨을 다섯 되 주름처럼 잦바듬하다가 궤도 이탈을 꿈꾸는 파란 잠수함이라니.
겉돌고 헛돌다가 이리저리 차이기(「빛」)도 하는 게 삶이다. 김환중의 시편들 속엔 이런 쓰라린 정서로부터 유년의 기억과 일상의 무료함을 지나 미세먼지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언어의 결이 충만해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무수히 서 봤을 김환중의 시편들은 더러 한밤중에 새어 나오는 먼 불빛처럼 아련하게 삶의 주소를 묻기도 한다. 어디에도 적히지 못할 삶의 주소, 유독 ‘유목민’이란 시어가 아픈 이들에게도 이 시집은 찬찬하고 살뜰하게 오늘의 미소를 번지게 할 터이다.